"결혼을 하려면 벌금을 내라"

물론 결혼했다고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결혼했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야한다면 그것은 벌금이나 다름없다.

다름 아닌 미국 얘기다.

미국 부부들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양쪽 모두에게 소득이 있다.

이들은 세금정산을 위해 매년 국세청에 부부의 소득을 합산신고(joint
return)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따로 따로 신고할 때 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미국인들이 말하는 이른바 "결혼벌칙금(marriage penalty)"은 바로 이런
세제상의 불이익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인중 2천1백만 가족은 결혼했다는 이유 때문에 가족당 매년 평균
1천4백달러의 세금을 더 내고 있으며 심한 경우 그 액수가 2만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헤리티지재단의 분석이다.

결혼을 미룬 채 동거만 하는 미국 젊은이들이 많은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 결혼벌칙금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건전사회의 근간인 가족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국세청"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 얘기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인중 2만5천3백50달러를 번 사람은
28%의 세금을 내야했다.

부부의 소득이 동일할 경우 합산소득은 5만7백달러가 된다.

이들 부부가 세제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28%라는 세율은 이들
부부의 합산소득이 5만7천달러에 이를 때 적용돼야 마땅하다는 게
결혼벌칙금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 국세청은 이보다 훨씬 적은 4만2천2백50달러만 되어도
28%의 세금을 물리고 있다.

누진세율(progressive rate)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한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혼벌칙금은 소득공제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미국 국세청은 각 개인에 대해 4천2백50달러의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따라서 두 부부의 소득공제는 그 두 배인 8천5백달러여야 하지만
미국국세청은 이보다 적은 7천1백달러만을 공제해주고 있다.

결혼에 벌칙금을 물리는 미국 국세청의 규정은 무려 63가지나 된다는
것이 미국회계사협회(AICPA)의 조사결과다.

97년에 통과된 자녀양육에 따른 세액감면(tax credit)규정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결혼하지 않은 개인의 경우 소득이 7만5천달러 이상이면 자녀세액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부부가 합산신고하는 경우엔 15만달러가 아니라 11만달러만 돼도
혜택을 박탈당한다.

물론 미국의 세제가 결혼한 부부들에게 불이익만 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세제상 불이익을 당하는 부부들도 있지만 소득을 따로 따로 신고할 때
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국세청으로부터 "결혼 보너스"를 받는 부부들이 결혼 벌금을 내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어쨌거나 결혼벌칙금이 됐건 결혼보너스가 됐건 납세자중 누군가는
세금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 문제는 인류와 세금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완을 위한 대안은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단일세(flat tax)" 도입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고 해서 단일세가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
이라고 믿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단기간내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그러니 당분간은 일시적인 보완책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데이비드 메킨토시(공화.인디애나) 제랄드 웰러(공화.일리노이)
패트 대너(민주.미조리)의원등의 생각이다.

결혼벌칙금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부부합산 세율을 낮추는 동시에 <>소득공제를 늘리며 <>각종 감면규정을
확대적용한다는 것등이다.

재정흑자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백악관도 이같은 보완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교사라고 했던가.

우리나라 세제의 불합리성은 악명 높다.

세제개혁을 논의한 지 이미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생활필수품인 자동차와 관련한 세금이 불로소득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소유에 따른 세금보다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외환위기후 한국은 개혁을 외쳐왔다.

하지만 관념적인 수준의 개혁 슬로건에 파묻혀 검찰개혁 세제개혁 등 우리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풀 뿌리개혁은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민생과 관련된 세제개혁은 그 중에서도 개혁 제1호 사안인 지 모른다.

이와는 별도의제인 세무공무원에 대한 개혁운동은 말할 것도 없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