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다니는 하선호(34.가명)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빼주지 않아 답답하다.

3년전 분양받은 17평짜리 주공아파트(싯가 약 7천5백50만원)는 월세
(보증금 2천만원, 월세 40만원)을 줬다.

대신 4천3백만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지만 주인은 5백만원만 돌려주고 나머지
3천8백만원을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매달 받아야할 월세마저 5개월째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익률을 따져 각종 예.적금에 들다보니 갖고 있는 통장만 14개로 늘었다.

어떤 것을 해약하고 무엇을 만기까지 갖고 있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니 불안하기도
하다.

한달 생활비는 적어도 60만원이 필요하다.

5살배기 딸아이의 보육비만 해도 한달에 7만7천원이 든다.

근로자우대저축 수익증권 개인연금 등 매월 부어야 할 돈도 많다.

게다가 조흥은행 마이너스 통장으로 빌린 돈이 2백20만원이나 된다.

아파트를 분양받을때 대출받은 1천4백만원도 매달 9만3천3백30원씩 20년동안
갚아나가야 한다.

금리도 낮아졌는데 14개나 되는 통장을 해약해야 하는지, 그대로 둬야하는지
도 숙제다.

사정이 이러니 아파트 평수를 넓혀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1] 아파트 넓혀야 하나

부동산투자 또는 내집 마련시기가 언제 가장 좋은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대체적인 중론은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을 통해 투자 수익을 노리기
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경제침체는 멎었지만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하기에는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내집을 마련한다든가, 작은 집을 큰 집으로 넓히는 것은 올해가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며칠전 재정경제부에서 주택가격은 거품이 거의 빠진 상태지만 토지가격은
거품이 다 빠지지 않았다고 발표했었다.

소폭이라도 주택가격의 상승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집없이 전세로 살면서 여유자금을 금융상품이나 주식관련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거래에 따른 부대비용부담이 큰 반면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집을 마련한다든가,집을 넓혀가는 것은 경제성이외에 생활의
안정이라는 특별한 목적이 있다.

하씨의 재산상태로 봐서 지금 붓고 있는 적금등을 해약해서라도 약1억4천
만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대출을 받으면 수도권지역안에 30평대의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하씨의 소득에 대한 예측이다.

고용의 패러다임이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내더라도 임금을 올려줄 가능성이 낮다.

게다가 하씨의 직장이 구조조정대상에 들어갈 수도 있다.

지속적인 소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하씨의 경우 미래의 소득이 일정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 재산을 집에 투자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분산된 금융권예금은

하씨는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열심히 돈을 모으는 사람이다.

소득의 70%이상을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나 세금우대같은 세제혜택이 큰 상품뿐만아니라 주택마련용 노후대비
용 적금에다가 보장성보험까지 아주 다양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목돈마련을 목표로 하는 적금이 대다수 1년만기여서 단기적립식 상품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물론 내집을 넓혀야겠다는 당초 목표가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합당한 방법
이었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이제는 내집을 넓히는 목표를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곧 만기가
될 세금우대적금 불입액(매월 70만원)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비과세가 되지만 상대적으로 불입액이 적었던 근로자우대저축을 늘리는게
바람직하다.

맞벌이 부부여서 근로자우대저축 2개 계좌를 갖고 있으므로 50만원씩
월1백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는데 지금은 부부가 합해 40만원만 넣고 있다.

나머지 60만원을 채워야 더 많은 세금혜택을 볼 수 있다.

비과세가계보험도 있지만 근로자우대저축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신탁형인 경우 복리로 계산하는데다 배당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머지 10만원은 이미 가입한 비과세가계보험에 넣는 것이 좋겠다.

또 하씨는 주택은행의 차세대저축을 해약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새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나중에
내집을 넓히는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새마을금고와 수익증권에 목돈을 넣어 놓은 것은
바람직한 투자다.

곧 만기가 되는 새마을금고 예탁금은 안전성측면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예금보호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거래하는 새마을금고의 부실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연장하는게 낫다.

오는 3월 만기가 되는 세금우대적금(7백70만원)과 저축성보험 슈퍼재테크
(8백만원)는 대출 상환에 우선 사용하는게 유리하다.

주택은행 대출금이 장기저리라고는 하지만 11%내외이고 이자에 이자까지
고려한 실효수익률상으로는 12%안팎까지 올라간다.

세후 12%이상으로 여유자금을 굴리기 어려운 저금리시대인 요즘엔 대출을
우선 상환하는게 유리하다.

스폿펀드와 주식에 운용하는 자금은 그대로 두는게 바람직하다.

최근 증시가 조정국면에 머물고 있겠지만 해외 변수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주가가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미국 S&P에 이어 무디스사가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가능성
이 높다.

거시경제전망은 주로 산업생산량이나 기업매출액에 근거하므로 불투명하지만
저금리정책이 유지되고 구조조정효과가 빨리 가시화되면 기업이익은 기대이상
으로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증시가 투자자금이 몰리는 유동성장세에서 이익이 많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실적장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최명수 기자 mesa@ >

<>도움말 =맹동준 동양종합금융 PB팀장.공인회계사 (02)3708-0476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