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먹을 것과 마실 물,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어서다.

기본적인 생계를 담보하는 식량과 식수, 풍요한 문명생활을 가능케 했던
원유의 소진은 인류에겐 대재앙이다.

당장 아쉽지 않아 고통을 느끼지 못할 뿐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는 삶
자체를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인구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여기에다 자연파괴가 한몫을 한다.

자원부족은 또다른 ''전쟁''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예측가마다 ''예언''이 틀리긴 하지만 길게 잡아도 반세기 안에 인류는
파국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오직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종말''만은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기술발전이 자원고갈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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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목말라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안에 세계 도처에서 물부족 사태가 벌어져 식량 생산과 인류
건강에 최대 위협으로 등장할 것이라는게 곤언이 아니다.

이에따라 물 확보를 위한 각국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등 바야흐로 "세계물전쟁"이
시작됐다.

지구는 지표의 70%가 물로 구성돼 있어 수자원은 풍부하다.

문제는 쓸 수 있는 물이다.

지구상 물중 97%가 짠물이고 담수는 3%에 불과하다.

더욱이 빙산과 빙하를 제외하면 강 호수 지하수 등 가용 수자원은 전체
물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중 60% 이상이 바다나 대기로 유실되고 나머지가 농업용수(67%) 산업용수
(23%)로 쓰여 정작 식수는 지구상 물의 0.04%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25년에는 약 30억명의 사람들이 물부족
때문에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년의 세계-글로벌시대의 개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28개국의 약 3억4천만명의 사람들이 충분한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오는 2025년에는 52개국의 약 30억명이 물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도 앞으로 25년동안 13억명에 달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부 제이드 세계물회의 회장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이미 약 3억명
이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으며 오는 205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하수오물과 산업폐수, 유해비료 등 각종 오염물질의 대규모
무단 방류로 호수와 강이 더럽혀져 식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또 식수의 50%이상이 상수도관 밖으로 새어나가 물부족 사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1인당 물 소비는 점차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로인해 물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곧 전쟁도 불사할 형편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가장 심각한 물부족에 처해있는 중동에서는
70년대 전쟁의 원인이 석유때문이었다면 21세기에는 물을 둘러싸고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세계 8백여개의 하천이 2개국 또는 여러 나라에 의해 공유되고 있고
세계인구의 40%가 인접국의 물에 의존하고 있어 물권리 확보를 둘러싼
상하류 국가간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동의 요르단강, 아프리카의 나일강, 인도.방글라데시의 갠지스강
유역은 물을 둘러싼 인접국간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터키.시리아간 분쟁도 터키가 유프라테스강에
아타투르크댐을 건설해 강물에 대한 독자권을 행사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1인당 물소비를 제한하는 방안이 도출됐는가 하면 낙후된 상수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세계농업연구센터(IAR)는 현재 일본 및 미국 정부 지원아래 물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물과 기후에 관한 전자지도"를 제작중이다.

이 지도는 현재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각국 정부 농업단체 금융기관
등에 배포돼 효과적인 물이용과 관리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에너지처럼 대체자원이 개발되기 어려운 게 물이어서 멀지않은
장래에 물부족은 또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