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1호"의 발사실험이 일으키고 있는 파문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일부에서는 북한내부의 정치.군사적 문제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량살상용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억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감안하면 이번 일이 몰고올 우려와 파장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5년여만에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한
데는 김정일의 주석승계에 앞서 내부결속을 강화하고 "새 수출상품"의 성능을
과시하는 등 여러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핵카드에 이어 미사일
카드를 경제.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속셈이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장 북.미간 미사일 협상 재개에 앞서 미사일 개발 중단에 따른 대가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포기의 대가로 연간
미사일 수출액의 3분의 1인 5억달러를 요구했다고도 들린다.

그러나 국제사회로부터 가급적 협력과 원조를 얻어야할 절박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온건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하다니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재개는 한국 일본 미국 등 관련국들의 첨예한
관심거리일 수 밖에 없지만 그중에서도 미사일이 "지붕"위를 지나감으로써
충격에 휩싸인 일본의 격앙된 반응은 또다른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일본은 대북 경수로 재원분담안 서명을 거부하고 나섰으며 곧바로 국제이슈화
해 강력 대처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어떻게든
중단시켜야 하겠지만 호들갑스러울 정도의 지나친 반응은 오히려 북한의
의도를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필요이상의 대북
강경책을 들고 나올 경우 이는 대북 햇볕론을 기조로 하고 있는 한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한이 이번 미사일 실험에서 노리는
또다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일본이 다른 속셈이 있어 이번 일을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와 군비증강의 기회로 이용하려한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그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정부는 어제 통일관계장관
회의에서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조해 대응하되 "안보와 협력의 병행"이라는
기존 대북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햇볕정책 때문에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인상이지만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수로 사업 등 대북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두어야 한다.

북한의 위험한 불장난에 대해서는 마땅히 적절한 국제적 대응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조성된다면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하등 도움이 될게 없다.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그러나 가급적
조용하게 대처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