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대립이 지난주 초에 합의라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정리해고가 실제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시금석으로 간주되었던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언론들은 일제히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 때문에 승자없이 패자만 있는
절충으로 끝났으며 여타 기업들의 정리해고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정당한 정리해고를 관철시켰어야 했다는 해석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사태를 수습했어도 정리해고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거나
대외신인도가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인명이나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했더라면 상황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이번 타협 과정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불만족스러운 면이 많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5개월간 미국식 정리해고 기준에 포함되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1만여명이 넘는 사실상의 노동감축이
있었다.

그리고 최대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 노조가 어쨌든 정리해고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이번 해결의 의의를 마냥 축소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여타 기업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질 유사한 상황에 대해
아직 우리는 적절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노동시장이 불완전한 채로 대량실업 사태가 벌어지면 노측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실직이 사실상 기약없는 장기 실직을 의미한다.

또한 맞벌이가 보편화되어 있는 서구사회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가장의
실업이 곧 가족 전체의 빈곤화를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퇴직금만이 지급되는 정리해고를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해 노동력 감축이 불가피하며
자금난 때문에 명예퇴직제를 실시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조기 수습이라는 대원칙만을 가지고 있을
뿐 별다른 대안 없이 노사협상에 관여하고 있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정리해고 절차가 가능한
한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거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이득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참여자
쌍방이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예로 정리해고자에 대한 스톡 옵션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리해고를 통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정 시점 이후부터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스톡 옵션을
해직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현재의 정리해고를 통해 얻어지는 미래의 수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리해고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기업이 건실해지고
또 그에 따라 보상을 받게된다.

사측에서는 위로금과 같은 큰 비용을 일시에 발생시키지 않고도 해직자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이 정리해고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합리적인 거래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되려면 몇 가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옵션의 전환가격 및 배분수량을 적절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옵션시장도 만들어 옵션의 현금화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기업주 등 기존 주주들이 정리해고를 통한 이득의 독점 또는
지분유지를 위해 스톡 옵션의 제공을 꺼리지 못하도록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조급한 심정으로 노사협상 과정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상하고 정비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철환 < 와이즈디베이스 수석연구위원.경제학 박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