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 LG경제연구원장 yhlee@erinet.legeri.co.kr >

최근들어 우리경제가 1~2년내에 위기상태에서 벗어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고 상당한 고통도 예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5년 후의 우리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경제의 행로와 5년 후의 모습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경제개혁의 성공여부다.

성공적인 경제개혁의 핵심은 국제적 규범과 관례에 따른 경제운용
기업경영을 확립하는 것이며 이는 시장신호를 따르고 경쟁압력을 반영하는
경제운용 기업경영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뿌리박지 못한 시장기능을 뿌리내리게 하고
망가진 시장기능을 복원시키는 일이다.

임금 금리 상품 가격과 같은 각종 가격지표가 각각 노동시장 자금시장
상품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풀며
부패를 척결하는 일이 그것이다.

금융부실 기업부실을 정리하는 것도 결국은 시장기능의 복원을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특정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고 투명한 경영을 하며 돈을 남길 수
있도록 사업구조 재무구조 인력구조 상품및 시장구조를 조정하는 일이다.

구조조정은 올바른 수순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구조조정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기업의 대량퇴출과 대량실업이라는
고통을 잘 참고 소화해내야 한다.

금년중에 우리가 이러한 경제개혁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내외에 줄 수 있다면 세계경제 여건이 우리에게 극도로 불리해지지 않는
한 우리경제의 앞날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구조조정의 대가로 금년에는 3% 가까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나
내년부터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2000년부터는 4~5%대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엔화나 위안화가치가 대폭 평가절하 되는 등 대외여건이 크게
나빠진다해도 구조개혁을 통해 강화된 체질로 이를 잘 흡수할 수 있을 것이고
4~5년 후에는 성장세를 웬만큼 회복하리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경제개혁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거나 구조조정에 저항해 대규모
파업사태 등이 발생하여 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5년 후의
우리경제는 남루하고 허약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나 정부가 비용지불과 고통을 회피하여 부실금융기관이나 부실기업,
한계기업정리에 소극적일 경우 금년중 우리경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보다 실업도 적고 기업부도및 생산차질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금융부실 기업부실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우리경제의 성장세는 내년 이후에도 기껏해야 1% 안팎에 머물 것이고
5년후의 우리경제는 잘해야 지금 정도의 국민소득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 경제개혁이 지지부진한데다 노사분규, 엔화와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 등 대내외 요인이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여 국내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다.

이 경우 남미형 불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경제는 국가부도위기에 여러차례 내몰리면서 그때마다 환율급등과
금리상승을 경험할 것이고 이는 급격한 기업부도및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연결될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수년간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후 4~5년 후에나
미미한 수준의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남미에서는 지난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10년을 "잃어버린 10년,
잊고싶은 10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미국가 중 선진국 진입이 확실시되는 나라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5년후에 1인당 국민소득 5천달러라는 지금부터 10년전의
옛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구조조정의 성공은 정권이나
기업차원에서는 물론 역사적 민족적 국가적 차원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개막식에서 우리 경제가 명실상부하게 IMF체제를 완전히
극복했음을 전세계에 자랑스럽게 선언할 수 있다면 이는 위기극복의
대성공사례가 될 것이며 이를 선언하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는 구국의
지도자, 성공한 지도자로 오랫동안 추앙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