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 아름다운 스무살 꽃송이를 안고 있으면서도 욕망과는 다르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 신경쓰지 마셔유. 저도 오늘은 그냥 잘게요. 회장님이 걱정하시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픈께, 아예 저쪽 침대로 가서 자부릴랍니다"

뭔가 불만스러운 것을 억지로 감추듯이 미화가 몸을 빼며 다른 침대로
가려고 하자 김치수가 그녀를 꽉 잡는다.

"그냥 여기서 자거라. 나는 너를 안고 있는 것 만도 아주 행복하다"

"좋아유. 그럼 키스해유"

그녀는 아까보다도 더 정열적으로 그를 껴안고 몸부림치며 도타운 입술을
그의 입술에 부비면서 숨을 폭폭 내쉰다.

"볼링치던 기운은 모두 어디로 가셨어라? 나의 사랑스런 허니, 살모사를
묵어야 쓰것구먼유. 히히히히"

그녀의 숨소리는 고르고도 향기롭다.

"어쩌면 너는 구취가 그리 좋으냐?"

"구취가 뭐유?"

"네 몸의 향기같은 것인데, 그런 향내 나는 여자가 있고, 아예 아무 냄새
안 나는 여자도 있다"

"남자도 구취가 있겠구먼유?"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구취가 독하게 풍기는 여자가 따로 있다더라.
네 애인 여석은 구취가 없었냐?"

"있었어라. 이상하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 냄새가 있었어라"

"나는?"

"모르겠어라. 향수냄새는 싸아 하니 좋았어라"

그것은 알마니의 콜롱 냄새다.

도대체 김치수같이 싸늘한 타입의 남자에게 그런 체취가 있을 리가 없다.

그는 젊었을 적에도 여성 문제에는 별로 탁월한 특징이 없는 피가 차가운
남자였다.

아마 젊어서 펄펄 끓는 야성적인 남자였어도 지금 그의 나이에는 모든
향기가 쇠퇴했을 것이다.

그는 서운하고 가슴 답답한 기분으로 그녀의 핑크빛깔 유방에다 손을
얹고 그녀의 봉실한 유방에서 나오는 체취를 맡고 있다.

"미안하구나. 너의 욕심을 다 못 채워줘서 창피하다. 남자로서 나는 좀
더 분발해야겠다"

"그라요. 살모사를 구해드릴게, 너무 걱정마셔유. 엄니에게 내일아침에
속달로 편지를 쓸거구먼유"

수란이처럼 몸을 빼고 비싸게 굴면서 나이 든 그를 면박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늙은 자기의 몸을 갖고 싶어서 애쓰는 그녀가 한없이 귀엽고도
소중하다.

"얘야, 너 소원 있으면 하나 더 말해보련?"

"있지라. 회장님의 고추가 변강쇠처럼 일어서서 저를 즐겁게 해주시라고
하느님께 빌구 있구먼유. 볼링치는 것처럼 실력을 발휘하실 수 있도록
말이에유. 히히히히"

웃는 입매도 예쁘고, 하얀 옥니도 너무 먹음직스럽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