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일이지만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93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5.4%를 기록함으로써 불황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하지만 경기변동에 따른 불황 그 자체보다 더큰 문제는 고비용-저효율로
상징되는 경제체질의 개선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수출부진과 경기침체, 그리고 올해초부터 노동법파업,
한보도산 이후 잇따른 부도사태 등 연이은 충격을 고려할 때 성장률 자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재고증가율이 13.9%로 여전히 높아 수치상으로만 성장률이
높아진데 비해 민간 소비증가율은 4.4%로 크게 꺾여 체감경기와의 괴리폭이
커졌음을 알수 있다.

따라서 체감경기는 경제지표보다 훨씬 더 나쁘며 재고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설비투자도 1.6% 감소해 경기회복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수출이 15%대의 착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엔화도 강세로
반전돼 잘만 하면 수출주도의 경기회복세를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경기 저점 이 지났느냐 아니냐, 또는
엔화강세가 어느선까지 이어질 것이냐가 아니라 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는 점이다.

경공업이 지난 95년 3분기 이후 7분기째 마이너스성장을 계속하는데
비해 중화학공업은 8.7% 성장해 양극화현상이 여전한데서 알수 있듯이
우리경제는 이미 중화학공업 위주로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핵심기술이 취약하고 설비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주요산업이
과잉설비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기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장치산업의 속성상 밀어내기
생산으로 재고가 누적돼 자금압박을 받기 쉽다.

이제부터는 투자패턴도 지금까지의 설비확장위주에서 탈피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향상 원가절감 신기술개발 등에 주력해야 한다.

중화학공업 뿐만아니라 경공업도 기술개발및 시장개척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섣불리 사양산업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물경제 외에 금융산업도 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가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실채권정리, 합병을 통한 대형화, 전략적 제휴및 전문화,강도높은
인력감축및 무수익 자산매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물경제의 구조조정이 금융산업을 위축시키고 이것이
다시 신용경색을 통해 실물경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불행중 다행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원유가와 반도체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최근 경제여건은 밝은 편이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구조조정및 경쟁력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특히 금융시장불안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지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튼튼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경제가 겪을 시련은 이전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