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약 10km 남쪽 경부고속도로옆에 위치한 분당 신도시.

원래의 행정구역이었던 경기도 광주군 돌마면 분원리와 당모리에서
이름을 딴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인 분당신도시는 올해말 사업준공과 함께
도시조성절차가 공식적으로 완료된다.

지난 89년 4월 6공정부의 분당.일산신도시개발계획 발표로 시작된
대역사가 7년8개월여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이다.

총면적 600만평에 40만명의 인구를 포용하고 총사업비 4조1,600억원이
투자된 거대신도시 분당건설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짧은
기간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80년대말 불어닥친 망국적 부동산투기열풍과 집값폭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개발된 분당신도시는 지금 그 평가가 양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고밀도의 회색도시" "오래 못갈 부실도시" "실패한 신도시"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 이곳을 방문하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의 도시개발전문가들은
"한국이 일궈낸 또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새에 만들어낸 거대도시"라는 점에서다.

또 이곳에 살고있는 상당수 주민들은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갖춘 살만한
도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당은 주택지가 전체의 32.3%인 192만여평, 상업.업무용지가 8.9%인
49만여평, 공원 녹지가 19.6%인 116만여평, 도로가 19.8%인 118만여평,
기타공공시설이 20%인 119만여평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곳의 주택은 소득계층과 주거입지를 철저히 고려해 건설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북부생활권에는 현재 성남시와 비슷한 중.저소득층이 입주하고
중부생활권에는 중산층을 유치, 신도시 소비생활을 주도하도록 했다.

또 남부생활권은 노년층을 위한 전원적 분위기의 주거지가 형성되도록
했다.

주택유형별로는 단독주택 3,010가구, 연립주택 6,468가구, 아파트
8만8,102가구가 건설됐다.

또 도시골격을 주변산세 등 자연지형에 맞췄으며 기존 하천과 녹지공간을
활용, 환경친화적인 도시가 되도록 배려했다.

단지내에는 보행자전용도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따로 설치하는 등 원활한
인구유동과 교통흐름에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소각장 열병합발전소 등 도시기반시설도
충분한 규모로 건설됐다.

분당신도시 건설주체인 한국토지공사가 투입한 총사업비 4조1,600억원중
도로 전철 하수종말처리장 등 기반시설에 투입한 금액은 전체 사업비의
41%인 1조7,3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교통시설로는 서울과 성남 광주 용인 수원 등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전철이 사통팔달의 광역교통망을 이루고 있다.

주변도로 8개노선 51.3km가 신설 또는 확장됐다.

94년 9월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인 분당선 1단계구간이 개통된 이후에는
분당~수서간 통행시간이 20분대로 단축됐고 수서와 지하철 2호선 선릉을
잇는 분당선 2단계공사도 98년말 개통될 예정이다.

분당은 또 녹지 공원 등 그린존 (Green Zone)이 전체의 약 20%인
115만평에 이르는 꽤 쾌적한 도시다.

여기에다 주변이 모두 개발제한구역과 보존녹지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분당이 청정도시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데는 하루 17만5,000t을 처리하는
하수종말처리장과 600t을 처리하는 쓰레기 소각장도 한몫하고 있다.

상업.업무지역은 수서~오리간 분당선내 6개 역세권을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분당의 관문이며 국내 최대규모의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설 야탑역세권은
배후에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끼고 있는데다 뉴코아백화점 등 각종
쇼핑센터와 테마폴리스 등이 자리잡고 있어 대형상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현역세권은 도시중심의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주변에 시범단지와
효자촌 이매촌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포진해있고 서현역사를 중심으로
20여개의 금융기관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대규모 금융타운으로 변모되고
있다.

업무시설도 속속 들어서 분당의 자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통신 한라건설 한국이동통신
등 굵직한 기업과 정부투자기관들이 97년 분당에 들어올 예정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분당진입도 잇따르고 있다.

뉴코아 "킴스클럽", 쌍둥이백화점, 삼성백화점, 청구의 블루힐백화점,
성지건설의 월드유통센터, 외국유명유통업체인 까르푸 등이 속속 입성하고
있다.

분당은 그러나 집값안정이라는 목적은 달성했으나 도시미학측면에서는
"실패작"인 것도 분명하다.

회색일색의 아파트가 촘촘히 들어선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다.

주택공급확대에 급급했던 당시 상황이 빚은 결과다.

그런 점에서 분당신도시는 아직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