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재는 잦은 이민족의 침략으로 끊임없이 파괴되고 약탈
당했다.

특히 16,17세기는 40여년 간격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나
수많은 문화재가 수난을 당한 시기였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본은 임진왜란때 전투부대외에 한국문화재를
약탈할 목적으로 특수부대까지 동원했다.

어디 그뿐인가.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40년동안 일본은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재를 수탈해
갔다.

도굴꾼까지 동원해 약탈해간 매장문화재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가지 예를 들면 국내에는 우수한 고려불화가 몇점밖에 남아있지 않으나
일본에는 알려진 것만도 80여점이나 된다.

지난 82년 동경국립박물관에 기증된 오구라 컬렉션 목록에는 고고자료조각
금속공예품 도자기 등 1,000여점이 수록돼있다.

역시 같은해 대판부립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된 아타카 컬렉션의 도자기는
793점이나 된다.

이들 모두가 해외문화재들이다.

이밖에도 일본의 각종 박물관 도서관 사찰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재는 무지기수다.

일본외에 한말에 한국에 공관을 매설했던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덴마크에
도 한국문화재들이 흩어저 있다.

물론 소련이나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외교관 선교사 상인 등을 통해 문화재를 수집해 갔다.

특히 미국에 있는 한국문화재 가운데는 해방뒤에 밀반출된 것이 많다.

60년대초까지만 해도 외교행낭이 문화재 밀반출의 주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렇게 세계 각국으로 유출된 한국의 문화재는 국제문화협회의 조사
집계에 따르면 6만4,000여점에 이른다.

그 가운데 반에 가까운 2만9,000여점은 일본에 있고 1만4,000여점이
미국에 있다.

유네스코가 17년전부터 "전쟁이나 식민지로 인하여 빼앗긴 문화재원산지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거의 없고 앞으로도 기대할
것이 못된다.

한국청년회의소가 지난해 "해외유출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여 회원들에게
모금한 돈으로 최근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조선후기의 "노안도"와
"화조도"를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비론 수십억원을 홋가하는 고가품은 아닐지라도 명품에 속하는 한국문화재
2점이 환수됐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이 일이 박물관의 유물구입예산 책정에 인색하기만한 국회의원들이나
유물이라면 여전히 치부의 수단쯤만으로 여기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해외유출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