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때 시신에 입히는 수의를 현대식으로 대중화해 보자는 것이었다.
수의라는게 일반인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데다 특정업자 사이에서만
유통되어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을
때였다.
삼포유통은 우선 제품의 포장을 오동나무상자에서 골판지로 바꾸고 겉포장
에 잔잔한 구름모양과 십장생그림을 넣어 수의가 주는 꺼림칙한 느낌을
없앴다.
고급삼베로 만들었다는 자신감아래 포장지에 "삼포수의"라는 브랜드를
명기함은 물론 품질보증제도도 도입했다.
93년 이회사의 매출액은 3억원에 불과했다.
한정된 시장에도 불구하고 삼포유통의 매출액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 올해엔 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최대의 콘돔생산업체인 서흥산업은 콘돔이 약국이나 자판기에서 은밀
하게 거래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청춘남녀가 자주 찾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떳떳하게 제품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게 이회사의 마케팅 목표였다.
열쇠는 포장디자인이었다.
서흥산업은 콘돔의 포장용기를 화장품상자처럼 산뜻하게 만들고 색상도
주소비층인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도록 원색으로 바꾸었다.
신제품 "트라이"의 성공으로 서흥산업의 매출액은 94년 1백10억원에서
95년 1백5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품질이 같은 제품이라도 포장디자인을 개선하여 성공한 마케팅사례들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과 유통개념을 도입, 성공을
거뒀다.
기업간의 판매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포장디자인이 중요한 마케팅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패키지마케팅(Package Marketing)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지간한 제품의 제조기술이 평준화되버린 지금 제품의 성능보다는 디자인
브랜드 광고판촉 등 소프트한 부문의 차별화가 강력한 경쟁요인으로 부각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SADI(삼성디자인연구소)를 독립법인화하는 등 기업체마다
디자인부서를 강화하고 해외 현지법인까지 만드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반증한다.
소비자의 호감을 끌어내는 차별화된 디자인, 소비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친화적
디자인이 현대 패키지마케팅의 주요 목적이다.
한번에 뚜껑을 딸 수 있는 음료나 통조림업체의 원터치캔, 오프너 대신
손으로 돌려서 마개를 열게 만든 소주업체의 스크루캡, 비닐병 바닥에 남아
있는 한 줌의 내용물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뚜껑을 아래에 만든
동원산업의 센스 마요네즈 등은 생활주변에서 발견되는 패키지마케팅사례들
이다.
뛰어난 패키지디자인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시장수요를 창출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성공한 제품은 거창한게 아니라 일상 생활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소비자지향적인 사고에서 탄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주)IBG는 기존의 플라스틱 쇼핑상자가 강도보강에만 치우쳐 사용이 불편
하다는 점에 착안, 지난해 접철식 플라스틱 상자 "폴디"를 개발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자의 5개 면을 전부 분리한 뒤 접으면 크기가 기존 제품의 1/5로
줄어들어 운반과 보관을 편리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제품은 산업현장이나 농산물 수송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상과 깔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주부들이 간이
책꽃이나 장난감 내의류 운동기구 등의 수납장으로도 활용한 것이다.
효림마트는 물건에 간단한 손잡이만 붙여 나를 수 있게 만든 "그린터치"를
개발, 일회용 쇼핑백의 남용을 막았다.
손잡이에 간단한 접착테이프를 부착한 이제품은 최대 5kg까지 운반할
수 있다.
포스트잇처럼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볼펜에 램프를 부착한 "반디라이트펜", 물위에서나 땅위에서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수륙양용자전거" 등도 대표적인 히트상품들이다.
유호민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장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 등 치열해지
는 경제전쟁 속에서 우리기업들의 활로는 디자인분야에 대한 투자이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