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전경련 이사 >

우리나라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재무구조가 매우 열악하다고
보거나 심지어는 부실기업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부실기업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지난 30년동안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보다 수십배나되는 부채정리가 항상 관심의 초점이 됐었기
때문이다.

또한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논리는 부채 원리금상환이 경영활동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과중한 금융비용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 된다는데
있다.

재무구조란 기업이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무구조 건전성 여부는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조달해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가와 사용된 자본의 수익성이나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종합적
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이라도 자기자본이나 부채의 구성내용이
나쁘거나 자본운용 상태가 나쁘면 그로 인해 수익성도 떨어지고 성장가능성
도 불확실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본다면 부채비율이 낮을수록 재무구조가 양호하다
고 하겠지만 부채가 전혀 없는 기업을 무조건 우량기업으로 볼수는 없다.

극단적으로 부채비율이 10%밖에 안되는 기업이라도 자금의 대부분이 고정
자산에 묶여 있다면 지급능력이 약화되어 부도위험이 높아져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반대로 자본의 대부분을 현금이나 유동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지급
능력이 높아 안정성은 있으나 성장과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것은 기업이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과제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안정성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기업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상실하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더라도 그 자본이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데 활용될수
있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타인자본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만큼 자기자본 이익률은 높아지고 재무구조도 좋아지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