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재 <서울대교수/교육학>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교육개혁안이 드디어 그 골격을 드러냈다.

이번에 교육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교육개혁안은 우선 자율을 개혁의
추진원리로 내세우고 있는데다 교육기관 중심교육에서 교육을 받는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환영할 만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대학의 3대 기능으로 흔히
교육기능 연구기능 지역사회에 봉사기능을 들곤한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이같은 3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특히 각급 학교의 선발권이 통제되어 있었던데다 획일화되어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개혁안이 이같은 통제된 선발권의 상당 부분을 자율화 했다는
점은 가장 높이 평가 받을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개혁안은 교육기회의 확대를 통해 과열된 경쟁을 완화시키고 대학입학
에서 교과목의 비중을 최소화,"종합생활기록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학부모의 과외비를 덜어주는 것으로 되어있다.

특히 대학입학전형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극대화시켜 궁극적으로
소계열이나 학과단위의 다양한 입학 전형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새로이 마련된 교육개혁안이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내용들도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아무리 훌률한 목적을 가진 제도도 그 제도의 운영이나 실천에서 묘를
살리지 못하면 자칫 또다는 문제를 낳고 또다른 교육개혁을 불러오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의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역사는 이같은 과정의 반복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개혁안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보완해야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입시부정 문제이다.

과거의 교육개혁사가 말해주듯이 우리나라 입시에 있어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것중의 하나는 바로 입시부정 문제이다.

개혁안이 도입키로한 "종합생활기록부"는 성적위주의 입시관행을 바로
잡을 수는 있겠지만 바로 입시부정이 생길 가능성을 상당히 갖고 있다.

기록부를 작성하는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이를 객관적으로 기재하느냐가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생활기록부가 고등학교측에 의해 자의적으로 작성된다면 학부모들의
치마바람을 다시 부채질 할 것은 뻔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예방하려면 사전에 철저한 실험연구가 있어야만
한다.

섯부른 조기시행은 또다른 시행착오만 가져온다는 것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 문제는 각 대학들이 새로운 교육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이다.

단순한 교과성적보다는 종합적인 인성교육 창의성의 정도를 기초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나 대학이 이같은 인원을 적절히
교육시키지 못한다면 개혁은 하나마나가 되기때문이다.

자율적인 선발권을 갖게된 대학이 학과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획일화된 교육만을 반복적으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위해서는 학생선발이 궁극적으로 각 개별학과의
자율과 책임하에 이루어지도록 해야만한다.

물론 아직 개별 학과중 이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위해 정부나 교육개혁위원회는 학과별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은 물론 각 대학의 이같은 노력을 지원 격려해야한다.

또 각 대학들은 학생선발과 관련,상설 입시전담전문기구(전형위원회등)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별로 설치한 입시전담기구들이 상호간 주기적으로 입시정보를 교환,
서로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세번째 문제로는 이밖에도 교육의 전반적일 질저하 가능성을 들수 있다.

대학의 학과별 모집이 강화되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교육기자재나
교수요원의 보충이 병행되어야한다.

그러나 현재의 재정여건상 단기간내에 이같은 시설보완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이는 고등학교 교육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교육의 질저하를 막기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학력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평가는 학생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각급 학교별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평가가 되어야함은 물론이다.

네째로 과열과외를 없애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부터 직업진로와
적성지도를 대폭 강화해야한다.

이같은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직업진로 지도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국민의 배울권리를 "학습권"으로 불렀으나 앞으로는 학습권이
아닌 "성취권"으로 이를 확대해석해야한다.

따라서 각급학교는 이같은 학생의 성취권을 이루어줄 책임이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이 공부를 못할 경우 그 책임은 학생 본인에게 있었으나
앞으로 그 책임은 학교가 져야한다.

이와관련 대학입학 시기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새로 마련된 교육개혁안이 그 본래의 취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험연구와 소규모 시행을 통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과거의 교육개혁이 그랬듯이 단편적이고 직선적이며 주관적인 개혁으로는
열매를 맺기가 어렵다.

정부가 만약 이번의 교육개혁안을 정치적으로 이용,일시적인 구호로
그친다면 한국의 교육은 다시 그자리를 맴돌수 밖에 없다.

끝으로 정부 교육개혁위원회 각급학교등은 꾸준한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교육이 현실에서 괴리되지 않고 획일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