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의 닻을 올린 올해는 가전업체들에도
"세계화 원년"으로 기록될게 분명하다.

국내 업체들이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시장개방 추세에 맞춰 생산
센터를 해외 각지역으로 이전해 가고 있어서다.

종래 가전업체들의 TV국제화 전략을 단계별로 구분해 본다면 70년대 이후
국산TV를 해외 각국에 수출하기 시작한게 1단계였다고 할수 있다.

80년대초까지가 그랬다.

81년이후 금성사(현 LG전자) 삼성전자등이 미국에 TV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된 2단계 국제화는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단순 이전하는 것으로 요약
된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국내의 부품업체와 함께 나가는 동반진출이
늘면서 복합생산단지 개념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엔 생산공장은 물론 현지 특성에 맞는 제품모델과 디자인
개발을 전담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세계 각지에 설립하는등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해외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제품을 체계적으로 판매할 마케팅조직이 별도 법인화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전업체들은 이같은 조직의 세계화에 발맞추어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팔릴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제품의 세계화", 조직과 제품을 글로벌
시대에 맞게끔 운용할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인재의 세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화에서 세계화로의 질적 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나 할까.

LG전자 조기송 기획.비전담당 상무는 "해외TV사업을 초기에는 미국등과의
통상문제 해결을 위한 거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시작했으나 올해를 기점
으로 생산기지의 질적향상과 신규시장진출등 전방위개념으로 바꿀 방침"
이라고 말한다.

이에따라 현재 독일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등 5개국에서 가동중인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생산기지도 대거 확충해 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전자는 이를위한 "2000년대 컬러TV사업 비전"을 마련했다.

미주 유럽 동남아 중국 CIS(구소련)등 각 지역별 핵심시장에 현지화된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상호 네트워크화한다는게 골자다.

이를 통해 전세계 시장수요의 8%이상을 공급하는 컬러TV 메이저로 자리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생산기지는 현재의 5개에서 중국 인도 베트남 남미 러시아등 14~16개
로 늘리고, 연간 생산능력은 94년기준 2백73만대에서 2000년에는 9백만~
1천만대로까지 확충키로 했다.

이에따라 컬러TV의 해외생산 비중을 작년의 29%에서 75%가량으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컬러브라운(CPT) 편향코일(DY) 고압변성기(FBT)등의
생산설비를 들여놓은데 이어 조립공장도 세움으로써 부품조달에서 조립까지
TV생산을 완전 현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거대한 목표를 실현키 위한 액션 프로그램도 있다.

첫째는 기존 생산기지의 경쟁력 강화다.

국내 구미TV공장의 지원팀과 해외생산공장의 공정개선반을 한데 묶어
<>품질 <>생산성 혁신체계 구축 <>현지인 국내초청교육 강화 <>자동화투자
확대등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

원가구조 개선을 겨냥해서는 가장 경쟁력있는 곳에서 부품등 원.부자재를
도입한다는 글로벌 소싱전략과 함께 부품업체와의 해외동반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관리혁신을 위해서는 현지인 중심의 조직 운영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업무
전산화 경영관리 시스템표준화등을 서둘고 있다.

지역별 상품기획과 엔지니어링 기능을 현지화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대목이다.

해외 고객의 상품수요에 신속히 대응할수 있게끔 각 지역별로 독자적인
상품기획등을 늘려 나가고 있는 것.

현지 완결형 공장운영을 위해 국제적 감각과 비즈니스 전반의 업무수행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일도 TV세계화와 관련해 빼놓을수 없는
대목이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지 유학생을 채용하거나 현지인 기술고문을
채용하는 일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인 관리자의 비율을 현재의 40%에서 2000년에는 70%로 늘린다는 계획
이다.

또 <>법인장 후보육성 <>지역전문가 파견확대 <>R&D.제조.품질등 기능별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전략도 덧붙이고 있다.

마케팅 고도화에도 적극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생산지 확대전략으로 세계전역을 커버하는 핵심거점 확보전략은 기본전술일
뿐이다.

우선 부가가치가 높은 25인치이상 대형 컬러TV수출을 대폭 늘려 수익성
제고와 함께 "고급 기업"이란 회사이미지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5%수준이었던 대형컬러TV 수출(현지판매분 포함)비중을 올해는
24%, 97년에는 35%로 끌어올린 뒤 2000년에는 48%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
이다.

만성적인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체질에서 벗어나 자체브랜드로의 수출
비중을 높여간다는 전략도 빼놓을수 없다.

작년 66%였던 자체브랜드 비중을 올해 74%, 97년 84%, 2000년에는 92%로
높여 "얼굴있는 TV"를 지향해 가겠다는 것.

여기에 디자인 전략도 한몫 거들고 있다.

한국에 있는 디자인센터를 유럽의 아일랜드와 미국 일본에 각각 분소를
두어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맞는 디자인으로 현지화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제품의 디자인 개발과정에 앞서 제품이 출시되는 지역에 디자이너를
미리 파견해 현지 고객의 생활문화와 제품 주변환경에 대한 조사를 진행
한다는 디자이너 주도의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손명섭부사장은 "제품의 상품기획부터 세계 1류를 목표로 각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는게 삼성 세계화전략의 제1조"라며
"화질 음질 디자인 편리성등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제품을 기획하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획안에 충실하게 제품을 설계.생산한다는게 삼성정신이다"고
말한다.

이같은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현재 영국 헝가리 터키 멕시코 태국등에
있는 생산거점을 확대 운영하는 것은 물론 라인스톱 자동화 품질실명제등
생산활동의 혁신적 개선책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부품협력업체와의 동반 해외진출도 세계화의 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자력진출한 중소부품회사와의 협력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해외 판매에 있어서는 "다양한 모델보다는 세계최고(월드 베스트) 제품으로
승부한다"는게 핵심전략이다.

자가브랜드 해외판매 비중은 올해 80%이상으로까지 늘리고 미국 유럽등
선진시장과 중남미 동유럽 베트남등 개도국지역을 분리해 차별화된 시장
공략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14개 판매지점과 40개지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키로 했다.

특히 파나마 뉴저지 독일등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해 역내에서 요청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리얼타임 딜리버리"도 주요 세계화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과 연계해 수출관련 임직원을 정례적으로 파견 교육하고
있는 것은 담당자들의 마케팅 이론무장을 돕기 위해서다.

해외광고를 확대해 "월드베스트 삼성"의 이미지를 높이는 측면지원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8백50억원의 해외광고비를 책정했고 올해는 1천억원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이같은 다각적인 세계화전략을 바탕으로 작년기준 6%대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TV시장 점유율을 97년에는 10%대로 높이고 대형 컬러TV의 해외판매
비중은 97년까지 35%대로 확대해 이익구조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93년 기준으로 베트남(50%) 헝가리(26%) 포르투갈(13%)등에서는 이미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대우전자의 남귀현부사장은 "탱크주의를 세계화전략에도 그대로 적용해
기본성능과 품질로 해외 어느곳에서든 고객이 미리 찾는 제품으로 상품
이미지를 구축해 간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기본전략으로 해외 연구소를 적극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TV연구소를 앞으로 미국 일본등 주요
선진국에 차례로 설립해 첨단기술을 적기에 도입.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브랜드 세일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전략은 다른 가전회사들과 다를게 없다.

세계 주요지역에 고루 판매법인을 세우고 그밖의 지역에서는 현지 딜러들과
브랜드독점 계약을 맺거나, 상설전시장 물류센터등을 설립해 직판체제를
확대하겠다는 것.

92년이후 해외 판매법인을 적극 설립해 북미(미국 캐나다) 유럽(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네덜란드) 중남미(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파나마) 구소련
(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 동유럽(폴란드 헝가리 체코)등에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이란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에서는 현지 업체와 브랜드
독점판매권 계약을 맺고 있다.

미얀마 베트남 페테르부르크에선 상설전시장을 운영중이며 스페인과
파나마에는 물류센터가 있다.

멕시코 프랑스 미얀마 파키스탄 폴란드 우즈벡등 세계 주요시장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2백만대에 이를 해외생산량을 2000년까지는 1천만대이상으로 늘려
해외생산 비중을 70%선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지 디자인연구소로는 89년 일본 도쿄에 설립한 것을 시발로 프랑스에
작년5월 추가 설립했고 미국 유럽 중남미등 주력시장 중심으로 현지 디자인
전담 연구소를 확충키로 했다.

또 해외디자인 전문업체와의 공동개발도 강화한다는 전략아래 일본 산업
디자인협회(JIDA)등과의 협력을 적극화하고 있다.

미국 디자인웍스, 일본 요코, 이탈리아 이데아등 현지 디자인 전문업체에
용역을 주거나 본사 디자이너를 파견해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들어 일본에 애프터서비스 전문 법인을 세우는등 상품의 사후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공격적 세계화"는 해외시장 공략은 물론 임박한
대일수입선 다변화 해제와 WTO체제 출범에 따른 국내시장 개방확대등과
맞물려 몰려들 일본등 외국업체들을 상대로 한 "안방시장 수성다툼"에서도
빛을 발할게 분명하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