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 산업연 일본연구센터 소장 >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던가.

최근의 국제외환시장은 WTO체제출범에 걸맞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갖추지 못한 세계경제질서의 불안과 주요 선진국의 정치적 공백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엔화의 대미환율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엔의 대미환율은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을 뒤엎고 1달러
90엔을 돌파,초고속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하루에 달러당 1엔 상승은 일찌기 경험한 적이 없다.

작년초 112엔수준에서 시작된 엔화환율은 미.독정부에 의한 달러협조개입,
금리정책협조에도 불구하고 켄터대표의 미일포괄협의와 관련된 강경발언과
미국의 인플레 우려가 겹쳐,작년 6월 사상 처음 99.9엔을 기록하다가,클린턴
정권에로 미일단기 금리차가 확대,연말에는 1달러 100엔수준을 가까스로
유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금년에는 평균 1달러 95엔 수준을
회복하기도 힘들것 같다.

이번 초엔고에서 특징적인 것은 세가지다.

첫째,달러가 마르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가 마르크에 대해 안정적인 가운데 엔만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와
다르다.

이는 이미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제기능을 다한지 오래라는 의미이다.

급조된 NAFTA의 일원인 멕시코 경제에 대해 최근의 시장불안 심리확산,페소
화매각으로 무역.재정적자면에서 멕시코경제와 크게 다를것 없는
미국경제의 기초저건의 허약함이 드라나면서 달러의 신인도저하는
추세적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85년9월 플라자합의에 의한 인위적인 엔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수출량이
회복되기까지 만2년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작년 1년간의 엔고는 거액의 무역적자를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달러자산의 부매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둘째,선진각국의 정책협조 체제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

우선,당사국 일본이 소선거구제에 의한 국회의원 총선,대지진복구,2대
신용조합도산대책 등에 급급,무역흑자누적이라는 엄연한 구조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못한채 엔고방치상태에 있었다.

한편,미국은 여전히 엔고를 대일제재.압력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엔고용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EU에서는 내정이 혼란한 영국 스페인 대통령선거를 앞둔 프랑스통화를
매각하고 있는데서 알수 있듯이 통화체제동요가 뚜렷하다.

유독 독일은 마르크화가 강세이지만 최근 노조 스트라이크등에 따른
인플레우려 때문에 이자율인하에 협조적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세째,일본의 수출업차들이 결산기를 맞아 달러표시 수출대전과
투자수익금을 엔화로 바꾸어 국내송금함에 따라 달러매각이 집중되고
있으며,이 결과 선물달러맥가을 서두를 수 밖에 없도록 되어있다.

동시에 미국내에서는 2월초 추가금리 인상조치이후 인플레압력감퇴를
의미하는 각종지표가 발표되자 금리상승을 기대했던 단기성자금은
투자대상을 마르크로 바꾸었다.

현재와 같은 취약한 일본의 금융시스템과 주가하락기조하에서는
엔화자산이 대량 매각대상이 되어도 하능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주가하락<>내수회복지역<>무역불균형 개선지연"으로 마르크화와
함께 오히려 투기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가격이 미국 생산자 가격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엔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두 가격이 일치하는
수준까지 엔고가 진행된다고 본다면 1달러 90엔이 정상수준일 것이다.

금후 1~2년간은 지속적으로 이수준을 향해 엔고가 진행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달러매입의 호조건을 찾기 힘들지만,경제의 기초조건을
보면,현재의 엔고는 구매력평가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비삭감,인원정리로 기업수익이 개선되고는 있지만,설비투자등
내수확대가 여의치 못한 상태에서 대지진피해와 해외생산이전 등으로
경기회복이 그나마 더딘데다 엔고가 장기화되면 무역.투자.기술이전의
유기적 연대가 약화되고 일본경제는 물론 세게경제전체에 암운이
드리우게 된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미일양국이 상대에 대한 선입관에서
벗어나고 정치적 공백기를 하루 빨리 메꾸어 각각의 역할을 출실히 이행해
가는 것이다.

일본사회 일부는 여전히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한편 2,500억 달러나 되는 미국의
채권.주식을 일본투자가들이 투매한다면 미국이 달러방어에 나설수
밖에 없는 것 아니야식의 일종의 위협을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상호의존도가 높은 양국의 정치가,관료,학자들이 타당성이
극히 희박한 시나리오에 묶여 있는 한 시장은 이들의 기대를 외면할
것이다.

엔고는 단순한 투기나 자연현상이 아니며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특히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이 달러자산을 구입할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의의 투자자,납세자,연금생활자가 납득할 수 없는 안이한
외채투자는 곤란하다.

업계가 수입확대를 통해 흑자축소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곤란하면 일본제조업의 파멸,산업.기술의 급속한 공동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진행중인 미일포괄협의는 협상목표를 엔고억제에
두고 프레임을 재설정,일본은 미시적인 수량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시장개방을 위한 정치지도력을 구사해야 한다.

미국은 일부 제조업경쟁력 회복에 만족할 것이 아니고,재정적차축소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축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외 순채무잔고도 고려한다면 멕시코경제와 다를게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1달러 80엔하의 중장기 한일협력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동화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일본의 민관의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신중히 대처해야 할 때다.

상대방 삿빠르 씨름하려는 안이한 자센 금물이다.

오히려 자가부랜드개발,기술다변화,달러자산의 효율적운용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엔화경제권전개에 따란 우리경제의 득실을
정확히 가늠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