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두나라의 항공운송산업은 크게 체제정비기-사업확대기-체질강화및
회복기-저성장기-구조조정및 축소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이같은 발전단계에서 볼때 대한항공(KAL)은 사업확대기를 거쳐 이제 막
체질강화및 회복기에 들어선 반면 일본항공(JAL)은 이미 저성장기를 지나
구조조정및 축소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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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총매출액 2조7천억원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사업규모면에서는
70년대말 80년대초의 일본항공과 비슷하다.

여객과 화물물동량을 합해 세계7위인 일본항공과 12위인 대한항공은
여러면에서 유사한 점도 갖고 있으나 또 서로 다른 차이점도 많다.

우선 두회사 모두 지금은 완전민간기업이라는 점과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에서 조차 자국의 타항공사와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복수민항체제
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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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한항공은 체질강화및 회복기를 맞아 아직도 고성장투자경영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일본항공은 계열회사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최근
수년간 누적적자를 보이는등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점이 큰 차이다.

일본항공은 51년 100% 민간항공사로 출발했으나 항공운송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일본정부가 53년 일본항공주식회사법(일항법)을
제정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공동출자한 반민반관의 특수회사로 재출발했다.

일본정부가 이때부터 추진한 국제선일원화정책에 힘입어 국제선시장을
독점하면서 일본항공은 세계적인 노선망을 구축하는등 일약 대형항공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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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공운송산업에 있어서 미국의 규제완화정책이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쳐 87년11월 일항법의 폐지로 일본항공도 완전 민영화되면서
국제선 독점시대가 마감됐다.

민영화이후 일본항공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선 노선의
개척과 장거리국제선의 직행화등으로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고
판매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촛점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선에서의 3사경쟁으로 시장이 잠식됐고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항공수요마저 침체돼 일본항공은 40년사상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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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항공공사(KAL)는 정부에 의해 국영항공사로
62년6월 출범했다.

대한항공공사가 설립된 배경은 정부수립직후인 48년10월 국내최초로
만들어진 민간항공사인 대한국민항공사(KNA)와 60년11월 한진그룹의
창업자인 조중훈씨(현대한항공회장)가 설립한 한국항공이 모두 사업
부진으로 영업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공사도 출범직후부터 막대한 자금부족을 겪으면서
경영악화가 계속돼 민영화를 모색하게 됐다.

한진그룹계열사인 한진상사는 69년2월 정부로부터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고 이를 대한항공(주)로 간판을 바꾸어 명실상부한 민간항공사로
새출발을 했다.

유일의 국적항공사로 국내선.국제선을 독점하고 수요증가에 대비
투자를 대폭 늘려 대한항공은 지난 25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월남전과 중동특수를 타고 항공기도입과 국제선노선을 대폭
늘리면서 세계10위권의 대형항공사로 성장했다.

출범당시 8대였던 항공기가 지난93년말에는 88대로 국제선노선수도
3개에서 55개로 10~17배이상 늘었다.

지난해 결산기준으로 총자산은 4조6천7백억원,자본금은 2천2백8억원
이며 매출은 2조7천10억원 그리고 당기순이익은 1백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88년 제2민항 출범으로 복수민항체제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이처럼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경제의
양적성장과 89년이후 내국인에 대한 해외여행자유화 조치에 기인했다.

특히 수출증대와 동남아,중국등 주변국가에서 김포공항을 거쳐 제3국
으로 실려나가는 통과화물의 증가로 국제선화물은 세계4위를 올라서는
등 화물분야가 대한항공의 성장에 큰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항공수요증대로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는 2000년까지는
일본의 버블경제시대인 84~89년 당시의 연평균 8~10%의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