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추방은 현재 우리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주요한 명제다.

부패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말이 있었고 그동안 깜짝
놀랄정도로 사람의 물갈이도 했다.

부패구조의 고리를 끊기위한 규제완화와 제도개혁이 줄곧 추진되었다.

대통령이 한푼의 돈도 받지않겠다고 선언하고 칼국수가 청와대의 단골메뉴
로 등장한 개혁바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개혁의 열매를 확실히 체감하지 못하는듯
하다.

어딘가 모르게 지지부진한것 같고 부패관련사건사고는 잇달아 터지고 있다.

그전의 규제를 많이 없앴다고 하는데 한편에선 새로운 규제가 더많이
생겨난다고 불만이다.

규제가 많아지고 권한이 몰릴수록 그만큼 부패가 줄어들 확률은 적어진다.

그것이 부패의 구조학이다.

그끝은 개혁의 실패다.

그렇다면 왜 우리사회의 부패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는가.

우리시대의 유산이 되어버린 부패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무엇보다 개혁에 나서는 우리들의 의식과 접근방식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일에서건 먼저 남을 탓하고 항상 명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총론은 요란하고 각론은 허술하다.

비판에는 강하나 실천과 대안제시는 없다.

그리고 언제나 자기자신은 "모두의 잘못"에서 빠진다.

예를들어 건설부조리를 없애려면 부실공사를 하는 기업과 그것을 눈감아
주는 자는 다같이 망하도록 건설시스템을 새롭게 짜야 한다.

그런데도 부실공사는 나쁜 것이고 부패는 없어져야할 악덕이라는 명분의
목소리만 높이고 누구의 탓인가를 찾기에 열을 올린다.

그 보다는 부실공사를 해도 돈을 벌수 있고 그것을 눈감아줘도 별탈없이
뇌물을 챙길수 있는 풍토를 타파하는데 서로가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성실시공 책임감리 완벽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규범과 명료한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하며 그것은 바로 다른사람 아닌 "나"를 포함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세금비리, 금융.교육부조리등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부패구조는 과거 급속성장과정에서 배태된 것이다.

그 그 후진의 틀속에 뿌리박힌 부패의 덫을 걷어내는 일이 다름아닌
제도개혁이며 선진화이다.

그것이 성공할때 공직자는 명예와 신뢰를, 기업인은 자부심과 긍지, 국민은
희망을 되찾게 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