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가 올해 세계경제의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3월중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사상 처음으로 선진국 노동장관들이
G7(선진7개국)고용회의를 개최한 것이라든가, 7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G7정상회담의 주요의제가 실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들 G7회의는 실업문제를 개별국가의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공동해결책을 모색했던 자리였다.

그러나 결과는 별다른 대책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만큼 실업문제는 나라마다 성격이 다르고 복잡해 해결책 역시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세계노동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8억
2,000만명이 실업자이거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불완전취업상태에 있다.

선진국의 경우 평균실업률이 8.5%에 이르고 올해만 실업자가 3,500만명이나
새로 발생, 지난 30년대 대공황이래 최악의 상황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ILO의
전망이다.

선진국중에서 실업으로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나라는 유럽국가들이다.

유럽이 앓고 있는 각종 정치.사회적 불안과 신민족주의의 대두등은 모두
높은 실업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후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막 출범한 유럽연합(EU)체제자체를
위협할 정도다.

유럽의 실업문제는 경기부양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OECD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중 유럽의 실업률은 10.7%로 미국의 6.9%, 일본의
2.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유럽국가중에서도 특히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지난해말 실업률이 각각 23%와
19%를 기록,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유럽은 70년대 1차석유위기까지만해도 경제와 고용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했다.

미국보다 경제성장률도 높았고 실업률도 낮았다.

실업률은 60년의 경우 유럽이 2.5%, 미국은 5.5%였다.

74년에는 유럽이 2.6%, 미국이 5.6%로 유럽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훨씬
낮았다.

또 경제성장률도 1961~74년의 경우 연평균성장률이 유럽은 4.6%인데 비해
미국은 3.6%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말 2차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유럽의 경제성장과 고용은
미국에 비해 악화되기 시작했다.

1988년의 경우 유럽의 실업률은 11.3%인데 비해 미국은 5.6%를 기록했고,
경제성장률도 75~88년의 경우 유럽은 연평균 2.1%인 반면 미국은 3.2%로
미국이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럽의 경우 70년대후반이후 경제성장이 낮아진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성장에 의한 고용효과가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즉 고용증가없는 경제성장(Jobless Growth)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국가들의 실업문제는 실업률 숫자 뿐만아니라 실업의 질적인 내용
에서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다.

실업자중에서 1년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장기실업의 비율이 유럽은 무려
46%로 실업자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비해 장기실업비율이 미국은 6%, 일본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력의 장기적인 질적 경쟁력을 가늠하는 연소계층의 실업률을 볼때도
유럽의 경우 독일을 제외하고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럽전체의 연소계층실업률은 21%인 반면 미국은 13%, 일본은 5%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21.8%와 27.9%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은 또 미숙련노동력이 집중된 여성계층의 실업률도 높아 미국이 7%인데
비해 12%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이 이처럼 높은 실업률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비해 미국과 일본은
사실 실업률자체는 그다지 커다란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영혁신이 진행되면서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대량해고가
근로자들을 위협, 노동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감원된 사람은 모두 61만5,000명이며 올들어 지난
1.4분기에만 하루에 3,000명이상이 직장을 쫓겨났다.

미기업들의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전체적인 고용사정은 호전되고 있지만
노동현장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미매사추세츠 주립대학의 경제학교수 스테판 레즈닉은 "기업들이 리스트럭
처링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로인해 노동상태는 더욱 불안정
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고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임금은 저하되는등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히 최근의 감원형태가 예전과 달리 일시해고보다는 영구
해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불안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70년대에는 영구해고자가 전체해고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80년대
이후에는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시해고의 경우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수 있다는 기대감이라도 있지만
영구해고는 말 그대로 직장을 잃어버리는 "실직"인 것이다.

미국의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6월에 발표된 "던롭
위원회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노동자들의 평균실질임금은 남성이
0.5% 줄어들었고 여성의 경우 겨우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미노동자들이 유럽노동자들보다 연간 200시간정도 더 일하고 있는데도
실질임금이 줄어들었다.

또 임금격차도 선진국가운데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소득을 10등분하여 등위간 차이를 비교할때 미국의 최하위 남성
노동자의 소득은 평균소득의 38%에 불과한 반면 유럽은 68%였다.

유럽이 높은 실업률, 미국이 대량해고와 실질임금감소등으로 시달리고
있다면 일본은 전통적인 고용구조의 와해로 새로운 실업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종신고용, 연공서열식 승진, 가족주의로 대표되는 일본식 고용구조가 점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일본기업들의 경영혁신노력과
맞물려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선진국들의 이같은 노동조건의 악화, 고용시장의 불안정등은 결국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타결에 이어 노동기준과 무역을 연계시키려는 움직임
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의 실업문제가 개도국까지 파급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