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외국기업들을 향해 "대일수출확대"를 직접화법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불어만 가는 무역흑자를 "조절"하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인 셈이다.
통산성의 예산지원을 받는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선진국.개도국 전역의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있는 "EJSP(대일수입연수 프로그램)"는
그 "액션 프로그램"의 하나다.
일본에 수출경험이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실적이 극히 미미한 중소기업인
들을 초청, 강사들을 불러다 "일본시장 진출요령"을 가르쳐주고 일본바이어
들도 직접 알선해준다.
수출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아프터서비스도 챙긴다. 물론 경비일체는 일본
정부예산 부담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지원을 원세트로 해줄테니 제발
우리 일본에 물건만 많이 수출해달라"는 프로그램은 어쨋든 이색적이다.
EJSP행사가 시작된건 지난 90년. 처음 3년동안은 미국 유럽등지의 선진국
기업인들로 초청대상을 제한했으나 지난해부터 개도국으로까지 확대했다.
매년 초청대상은 2백여명.
올해 행사는 지난 7월13일부터 열흘간 한국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터키
이집트 멕시코 케냐등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지역 14개국 중소기업인
50명을 초청해 열렸다.
한국중소기업은 지난해 2개사가 처음 참가했고 올 행사에는 3개사관계자
가 초청을 받아 "일본시장 처녀진출"을 노크했다.
전자기기업체인 그로리전자를 비롯, 자동차 알루미늄휠등을 직접 제조해
수출하는 인산인터내셔널과 자동차관련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오토닉스사.
열흘간의 행사는 강의실에서의 이론(일본수입정책론.일본시장환경.외국
기업진출사례스터디등)교육과 산업시찰, 바이어알선및 상담등으로
짜여진다.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이론및 케이스스터디는 강사로 초빙된 일본국내외
전문가와 "학생"으로 참가한 각국 중소기업인간의 열띤 "토론장"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일본시장은 진출하기에 쉽고도 어려운 곳이다. 3%에 불과한 평균수입
관세율등 제도적으로는 더없이 개방돼있다. 그러나 일본소비자들은
완벽한(zero-defect) 상품을 원한다.
이런 기본적인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외국상품은 아무리 값이 싸고
기능적으로 기발하다고 해도 일본시장에 발을 붙일 수는 없다"는 한
"강사"의 말에 "학생"들의 즉각적인 반박성 질문이 튀어나온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민폐관개의 시장이다. 제도적으로는 개방지향적이고
정부도 수입확대를 위해 열심을 내고있다지만 정작 무역당사자인 기업들의
폐쇄적인 수입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소위 게이레츠(계열)거래관행의 장벽을 허물지않는한 아무리 품질이
완벽한 제품이더라도 일본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지않는가".
토론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정답"은 없다. 기업들 스스로가 "능력껏"
일본시장을 뚫어낼 수밖에.
사흘간의 이론교육에 이은 바이어상담에서 일본시장진출에 대한 "실마리"
를 풀어내는건 참가기업인들의 몫이다.
2명의 일본바이어를 소개받은 인산인터내셔널 황의룡사장은 "주력상품인
알루미늄 휠이 최근 유럽에서 상당규모의 수주를 받는등 성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작 일본시장은 진출할 기회를 찾지못했는데 이번 상담에서
일단 실마리는 풀었다"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일본바이어와 소규모거래를 해오고 있었다는 태국 냉동식품회사 아시안
시푸즈사의 싯트 비푸니티실라쿨이사는 "일본과는 첫 거래를 트기가
힘들다"며 "그러나 일단 관계를 맺어 상품력을 인정받으면 고정적인
거래를 장기지속할 수있다는게 큰 메리트"라고 나름의 "일본시장론"을
펴기도 한다.
JETRO의 고니시 요시조(소서방삼)이사는 "EJSP에 참가한 기업들의 40-
50%가 참가기간중 마련되는 상담에서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며
"지난해 초청된 한국기업중 포장지를 제조.수출하는 회사의 경우 시험
수주에 성공했고 나머지회사도 상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한다.
고니시이사는 "최근 JETRO내에 개설한 동경 오사카등의 수출지원센터(BSC)
내에 한국등 각국중소기업들이 최고3개월간 무료로 임시사무실을 개설해
활용하는등 일본시장진출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있는 것은 고무적"
이라며 "첫 거래에서부터 너무 큰 것만을 의식해 소량주문을 외면한다든가
해서는 "까다로운" 일본소비자들을 성공적으로 뚫고들어갈 수없다는 것을
체득하고있는 것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EJSP프로그램이 한창 진행중이던 7월중순 일본통산성은 올상반기중 일본의
무역수지가 6백억6백만달러 흑자라는 "반기기준 사상최고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상공자원부에서는 "올해 사상처음으로 대일무역적자가
1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긴급 역조개선책을 짜내기에 부산한
모습이었다.
신엔고기를 맞아 일본소비자들이 또다시 개도국의 "싸지만 품질좋은 상품"
에 호의적인 눈길을 돌리기시작했다는 일본현지 매스컴의 보도가 오벌랩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