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의 제3기 내각이 4월의 마지막날인 어제 출범했다. 김영삼대통령이
이회창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영덕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을 후임으로
내정 발표한게 지난달 22일. 그로부터 꼭 1주일만인 29일밤 가까스로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어냈고 다음날 마침내 이영덕내각이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한자리만을 새얼굴(이홍구 평통수석부의장)로 바꾼 보각절차를 거쳐 정식
발족했다.

새 내각의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김대통령의 당부와 이총리의 취임사,
그리고 여당의 논평은 한결같이 중단없는 개혁과 국가경쟁력강화를 다짐
하면서 심기일전, 새로운 자세로 일하자고 했다. 단합과 기강확립, 화합을
유달리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고할까, 특기할만한건 없었다. 한마디로
새 내각은 무거운 침묵속에 출범했다. 기대와 희망속에 탄생했던 황인성
내각, UR이후의 민심수습과 분위기쇄신에 기여했던 이회창내각과 비교할때
이영덕내각은 별반 곱지 않은 국민의 시각과 순탄하지 못한 산고속에 별
기대나 특성없이 출범한 셈이다. 이런 점은 장차 정부운영에 무거운 부담
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안겨줄 전망이다.

새 내각이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그와 같은 부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속에 소신과 일관성있게
소임을 수행할수 있게될 것이다.

그것은 꼭 내각의 부담이라기 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내각과 집권여당
전체의 짐이라고 해야 옳지만 첫번째로 꼽아야할 것은 냉각된 정국, 상처
입은 여.야관계이다. 하루빨리 원상으로 복원하지 않고는 능률적인 정부
운영과 정책수행이 어려울 것이다.

여.야 할것없이 깡그리 문제라는게 국민의 시각이다. 조금도 변하지 않고
한치도 개혁안된게 바로 국회이고 정치인들임을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확실하게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문제의 "상무대"국정조사, "조계사"폭력사건, 김대통령 차남문제
등에 얽힌 일련의 의혹이다. 국민은 아무래도 뭔가 구린데가 있지 않나
여기고 있으며 어떤 내용으로든 해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부담은 어딘지 흐트러진 민심, 정부를 믿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부정부패 척결과 개혁, 복지부동풍조의 불식을 계속 외쳐대지만 고장난
음반의 걸도는 소리처럼 선도와 무게가 떨어졌으며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자조적 분위기가 확산돼가는 느낌이다.

정부가 여론과 인기에 필요이상 민감하게 반응하는건 좋지 않다. 그러나
외면할수는 없다. 외면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바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과연 몇점일지 냉정하게 진단하고 나서 새로운 각오로
새출발을 기약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