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한국경제신문회장은 28일 동북아정보문화센터와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가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개최한 세미나에서 "신동북아시대의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발표내용을 요약한다.

(I)동북아의 새모습 신동북아시대라고 하면 마치 신동북아질서나 체제가
이미 형성된 같은 어감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새시대나 질서, 체제가
형성 정립된 것은 하나도 없다.

최근 북한의 핵문제를 볼때 동북아에는 정치군사적으로 냉전의 원형이
가시지 않고 있음을 실감할수 있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태지역을 포괄하고 중국까지를 넣은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정상회담
까지 열었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아시아자유무역지대(AFTA)로 강화
되고 동아시아경제회의(EAEC)의 형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될 동북아국가중 어느나라도 경제협력체나 새로운
동북아경제질서와 체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동북아는 그만큼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공동체 또는 협력체,공동의
가치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지않다. 이와함께 그 나눔에 따르는 이익이
분명치 않고 또 나눔에 따르는 비용과 책임을 질 자세가 되어있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동서냉전이 끝나자 냉전의 반동으로서의 모습 즉
<>소련.중국과 한국의 수교 <>중국과 대만 홍콩관계의 변화 <>중국 몽고
북한의 시장경제체제편입에 따르는 진통 <>소련(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항,
중국의 대련항개방으로 닫혔던 동해와 황해가 되살아남으로 표현되는
새모습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적이니셔티브만 주어지면 이러한 일련의 교류확대가
새동북아질서, 체제, 시대로 발전할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잠재력이요 가능성일뿐 누가 무엇을 목표로 동북아의
새체제와 질서를 "만들어"볼것인가 하는 비전, 정책의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주도와 진전, 사상이 없다.

실체의 모습과는 달리 "신동북아시대"같은 뉘앙스가 쉽게 받아들여지는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 중국 일본 대만으로 구성된 동북아가 한자를 공유하고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공통으로 경험했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갖고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때문이다.

둘째는 동북아가 세계최대의 자본수출시장이자 공산품생산기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동북아가 자본 제조업 무역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중력을 키워
가고 있는 점은 동북아국가 모두의 역사에서 새로운 경험이다.

(II)냉전종식과 삼각불균형순환의 종언 동북아가 새로운 중심, 새로운
무대를 펼칠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우리는 새무대 새중심을 만들수 있을까. 그러면 지금까지의 무대는 무엇
인가. 그것은 냉전체제와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체제라는 무대였다.

냉전과 GATT체제는 1차적으로는 일본, 2차적으로는 대만 홍콩 한국
싱가포르, 3차적으로는 중국에 대미시장접근의 기회를 높여주었다.

그결과 지금까지 동북아의 무역순환은 다음과 같은 삼각불균형을 전제로
한 선순환이었다.

즉 <>일본의 지속적인 대미.동북아무역흑자 <>미국의 지속적인 대일.
동북아적자 <>동북아의 끊임없는 대미흑자와 대일적자의 불균형순환이다.

삼각불균형순환이 가능했던 것은 자유뮤역정신을 내건 미국의 GATT체제
지지와 냉전이라는 대소안보체제대결에서 일본 대만 한국 홍콩 싱가포르등
아시아신흥공업국과 닉슨대통령의 중국방문후 중국에까지 미국시장이
개방돼 미국이 일방적 무역적자부담을 감수함으로써 가능했다.

삼각불균형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미국을 대신해 적자를 감내할
대리자(흔히 일본을 들먹인다)가 등장하거나 <>삼각불균형구조가 깨지고
미국을 뺀 새로운 동북아균형구조가 형성되거나 <>미국단독 적자가 아니라
미일공동적자관리하의 동북아성장모델의 구상을 모색해야한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일방적 대일.동북아무역적자 수용시대는 끝났고
그런 삼각불균형은 이제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III)동북아의 시나리오 동북아가 평화구조 안정된 무역구조 균형된
산업구조 미래지향적인 환경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없이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어떤 결과의 시나리오가 전개될까.

우선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첫번째는 중국 일본 등 대형경제마저 일국
성장지상주의로 치닫는 것이다.

미국과는 물론 중일양국간 또는 중국과 동북아및 동남아간 그리고 일본과
동북아및 동남아간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이다. 이는 또한 중국과 일본이
패권국가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EAEC판으로 일본과 중국이 중심이 되어 문화적 동질성
을 바탕으로 협력공동체를 추진해보는 것이다.

이시나리오는 그중간에 미국 또는 소련에 대한 공동의 적, 반발, 반격,
반응이라는 매개변수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이와함께 자율적 노력없이 예상할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로는 먼저 일본
이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 격상되고 중국이 GATT가입으로 세계시장경제
체제에 명실공히 편입되고,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품위
가 올라가고 역시 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 격상되면서 이들 국가들이 유엔,
GATT, IMF, ILO, UNCED(유엔환경개발회의)등 서방적세계체제에 타율적.
피동적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이는 구미중심의 보편적체제로 일원화되어 가는 시나리오이다.

마지막으로 그릴수있는 시나리오는 구미주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동북아가
자발적.능동적으로 근대경제성장 민주주의 문화적 다원성이라는 구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자유주의 인간주의 개성주의 평등 산업개발이라는 구미적 가치와
체제, 구미기구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아시아적요소인 가족주의적.
장기네트워크적 사회관계나 경영구조, 개발독재의 정치를 과도기적인
것으로 다루는 것이다.

(IV)한국과 일본의 새역할 동북아 신질서가 냉전종식에 따라 그 반동
으로서 구질서와 모습이 다르다는데 그치지 않고 선순환, 평화체제,
열린 공동체로 발전 승화되기 위해서는 신동북아 신아시아태평양에 관한
비전, 이념, 정책을 창조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이 지역 리더쉽에 의해
주도돼야만 한다.

무역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적 방향으로 수렴
되고 프랑스의 드골과 독일의 아데나워같은 지역통합의 정치리더쉽이
등장하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동북아의 정치적 리더쉽이 이 지역을 평화,안전,연대의 지역협력체 또는
공동체로 발전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지성적 하부구조 구축이 선행
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동북아의 역사에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에 평등한
평화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역사 창조작업이란 사실을 각국의
지도자나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된다. 동북아의 관계구도가 평화적으로
바뀌려면 시간만 지나면 되고 잘살기만 하면 된다든가 하는 접근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근치라는 신념 또는 확고한 미래지향, 평화지향의 의식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역사창조의 의식과 자세가 리더쉽과 국민간에
확산돼야 한다.

이런 "지성적 정보적 하부구조구축작업"이 착수돼야 하는 것이다.

둘째 동양문화 동북아의 가치와 체제의 어느요소가 세계화 국제화
세계평화 지역평화에 합당하며 그 가능성과 제약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동북아의 지성은 이제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야한다.

세째 동북아평화창조와 동북아와 세계,구체적으로 구미와의 수렴 또는
세계화를 위한 지성적 정보적 하부구조 구축작업의 가장 가시적이고 전략
적인 부문은 동북아 근현대사에 대한 교과서의 공동편찬이다.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이 앞장서는 게 바람직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동북아의 지성인 문화인들이 민간기구를 중심으로 착수해야한다.

네째 동북아가 공동쳬가 돼야 하고 공동체적으로 대비해야 할 분야는
환경, 동북아의 생태학적 순환과 15억 생명의 안전보장이다. 환경문제
도시문제들은 그 문제의 제기나 정책적 제안들이 구미의 이상주의자들이
주도한 것이어서 마치 구미적 현상이나 문제로 착각하거나 동북아 성장을
어렵게하는 구미의 공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5억 생명의 밀집도와 경제성장패턴 에너지공급 및 소비구조
도시화의 속도등을 고려하면 진정 긴급하고 충실한 환경도시대책이 필요한
지역은 구미지역이 아니다. 인구 에너지 소득 무역 도시화등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북아 지역임을 알수 있다.

(V) 한일간에 세계인류공동체적 자유주의적 민간적 미래지향적 지성들이
협력하여 이지역 리더쉽의 일국주의적 현상유지적 관성을 깨야한다.

동북아 역사의 근치로서의 평화창조와 세계적 새 보편가치, 체제, 정책
기구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 즉 지성적 정보적 하부구조를 구축해야한다.

환경도시화에 대한 15억 생명공동체적 접근이 늦으면 다음세대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긴급성을 한일리더쉽에게 공동으로 설득시켜야 한다.

세계인류공동체 지향의 미래지향적 민간인적 진보적인 한일지성들이 공동
협력으로 동북아 각국에 상호외압을 행사해야한다.

궁극적으로 중국도 동참시켜 21세기 동북아의 새 평화체제책임을 같이
나눌수 있는 중국의 지성하부구조 창출을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