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옥 화백 원작과 ‘디지털 캔버스’ 첫 선
두 아들 서도호 작가와 서을호 건축가의 헌사
LG 투명 OLED TV 대형 미디어 월 전시
서세옥 화백의 원작이 함께 펼치는 이번 전시는 LG OLED로 구성된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서세옥 화백의 육성과 작업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함께 한다. 서을호 건축가는 이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공간을 연출했다.
서도호 작가는 "아버지는 수묵화를 하시며 항상 무한한 우주와 공간을 자주 언급하셨다"며 "LG OLED의 스크린이 투명해지는 순간,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또 "수천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그림의 뒷면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서을호 건축가는 "여백의 단순미와 먹과 붓의 강렬한 움직임이 여러 층을 이루는 서세옥 화백의 수묵화, 서도호 미술가가 재해석한 영상이 교감할 수 있도록 절제된 공간 안에서 겹겹이 공간을 구성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선 설치미술로 세계를 누비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떠올리며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1987년 서도호 작가가 서울대 동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하며 제출했던 졸업 작품은 '작업'이라는 중성적 제목에 수목과 채색, 유화와 아크릴 등 다양한 안료를 사용한 설치 작품이었다. 마치 추상화와 구상화를 병풍처럼 여러 겹 이어 붙인 형태였다. 당시 서도호는 "먹이 종이 안으로 스며들었는데, 내가 보는 형상은 과연 표면에 있는 걸 보는 건가, 아니면 종이 속에 들어있는 걸 보는 건가"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2차원적 표면 너머의 다른 차원으로 확장하는 지필묵의 특성은 서로 다른 집을 옷처럼 지어 중첩되게 만든 '집 속의 집' 작품의 원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흐르는 시간'이다. 먹은 작가가 붓을 든다고 바로 멈추는 법이 없다. 어디서 멈춰야 어디까지 번지는 지 예측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창조의 영역에 우연과 자연의 이치가 접목된다. 투명한 캔버스 위를 유유히 흐르는 산정의 작품들은 그런 시간성을 반영한다.
산정 서세옥 화백은 2014년 자신의 주요 작업을 선별해 국립현대미술관에 100점을 기증했고, 그의 타계 후 유족들은 전체 작품과 컬렉션을 서울 성북구립미술관에 기증해 더 많은 이가 오랫동안 산정의 예술세계를 기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