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에 남을까?  페이스북으로 갈까?…네티즌 '고민'
대학생 윤하나 씨(21·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페이스북을 함께 쓰고 있다. 윤씨는 대학교 입학 직후 선배들이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양쪽 모두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에 집중하려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사용했던 미니홈피에는 1000장이 넘는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두 서비스를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는 최근 ‘소셜싱크’라는 앱(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니홈피의 사진을 모두 페이스북으로 옮겼다. 윤씨는 “미니홈피에 정이 많이 들긴 했지만 친구들 때문에 앞으로는 주로 페이스북을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열풍에 싸이월드 아성 흔들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장에서 맹주로 군림해온 싸이월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싸이월드 방문자는 2426만명으로 페이스북 1712만명보다 40%가량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과 12월 방문자를 비교하면 싸이월드는 100만명쯤 줄어든 반면 페이스북은 63%나 늘어났다.

한 전문가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하다가 페이스북을 사용하느냐고 물으면 손을 드는 학생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절반가량이 손을 든다”며 “페이스북 바람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페이스북의 경우 지나치게 많이 개방돼 있어 싸이월드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게 싫어 싸이에 남겠다는 이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단순히 새롭다는 이미지 때문에 페이스북으로 옮긴 이도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경우 2001년 서비스 개시 후 11년 동안 소소한 변화를 추구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새롭다’는 느낌보다 ‘친숙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최근 페이스북으로 옮긴 직장인 강모씨(29)는 “싸이월드보다 페이스북이 더 세련되고 새롭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광장, 미니홈피는 다락방”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은 다소 특성이 다른 서비스라는 견해도 있다. 10년 넘게 미니홈피를 운영해온 김은미 씨(31)는 페이스북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미니홈피에 더 많은 글을 쓰고 있다.

김씨는 “페이스북이 탁 트인 광장이라면 미니홈피는 나만의 다락방 같은 느낌을 준다”며 “개인적이거나 오래 보관하고 싶은 글은 미니홈피에 쓴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세를 키워 가자 싸이월드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홈’과 비슷한 ‘모아보기’가 한 예다. 일촌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새로 올린 글을 각각의 미니홈피에 찾아가지 않고도 한곳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외부 개발자들이 싸이월드 호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도 일부 공개했다.

명성남 SK커뮤니케이션즈 홍보팀장은 “페이스북이 경쟁 서비스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환경 변화에 맞춰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글로벌 싸이’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류 콘텐츠와 소셜 게임을 강화하고 개발사들과 상생하는 개방된 생태계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고성장하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타격을 입을지, 두 서비스가 경쟁하며 공존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