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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새봄
    김새봄 외부필진-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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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포의 투박한 박자와 파인 다이닝의 섬세한 선율을 자유롭게 오가는, 작곡을 전공한 푸드칼럼니스트. 장르의 경계 없이 미식이라는 오선지 위에 가장 맛있는 화음을 그려낸다.

  • 카자흐스탄 서쪽 끝에서 태초의 지구를 마주하다

    카자흐스탄을 다녀온 뒤 며칠을 꼬박 앓듯이 울었다. 평생 상상조차 못 한, 겪어본 적 없는 경이로움이 안겨준 거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인간의 흔적이 단 한 줌도 보이지 않는, 눈앞에 육중하게 버티고 선 대자연은 신의 손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대부분 여행자는 최대 도시인 알마티를 통해 카자흐스탄을 만난다. 천산산맥을 배경으로 한 도시 풍경과 에메랄드빛 호수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다. 유럽의 산악 국가를 떠올리게 하는 자연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 직항 노선 확대와 함께 여행 정보가 늘어난 점 덕분에 카자흐스탄은 최근 몇 년 사이 신흥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카스피해를 향해 시선을 옮기는 순간 카자흐스탄은 전혀 다른 문법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 무대가 바로 서부 망기스타우다. 살아 있는 지형 박물관망기스타우주의 주도인 악타우는 카스피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바닷가와 사막 기후 특유의 거친 상호작용은 곳곳에 놀라운 흔적을 남겼다. 짙푸른 카스피해와 눈부신 백악(白岳) 절벽, 외계 행성 같은 붉은 사막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거대한 ‘살아 있는 지형 박물관’이다.수백 킬로미터가 끝없이 펼쳐진, 그러나 매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지구의 민낯. 대충 셔터를 눌러도 비현실적인 인생 사진이 쏟아지지만, 그 벅찬 감동을 작은 프레임에 온전히 담아낼 수 없어 렌즈를 들이미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아름답다’보다 ‘압도된다’는 묘사가 훨씬 어울리는 곳이다.‘공의 계곡’으로 불리는 토리시는 여행자가 첫 번째로 마

    2026.06.25 17:11
  • 지구 안의 외계 행성, 망기스타우를 아시나요 [김새봄의 미식 스프링노트]

    카자흐스탄을 다녀온 뒤, 이틀을 꼬박 앓듯 울었다. 평생 상상조차 못 한, 겪어본 적 없는 경이로움이 안겨준 거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신의 존재를 인지하며 살아왔지만, 인간의 흔적이 온 사방에 단 한 줌도 보이지 않는, 눈앞에 육중하게 또 신비롭게 버티고 선 대자연은 신의 손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자연과 나 사이에 실오라기 하나 두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들. 살갗을 한올한올 파고드는 거친 바람과 텐트 안에 누우면 정면으로 후드러지게 쏟아지는 빗줄기, 발밑에서 부서지는 수만년전 적갈색 흙을 온몸으로 맞으면 신의 압도적인 권능 앞에서 한없이 작고 겸허한 인간의 존재를 뼈저리게 깨달으며 흐느끼게 된다.대부분의 여행자는 알마티를 통해 카자흐스탄을 만난다. 천산산맥을 배경으로 한 도시 풍경과 에메랄드빛 호수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다. 유럽의 산악 국가를 떠올리게 하는 자연을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 직항 노선 확대와 함께 여행 정보가 늘어난 점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카자흐스탄이 여행지로 주목받기 시작하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카스피해를 향해 시선을 옮기는 순간, 카자흐스탄은 또 다른 풍경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 무대가 바로 서부 망기스타우다.망기스타우주의 주도인 악타우는 카스피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바닷가와 사막 기후 특유의 거친 상호작용은 곳곳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짙푸른 카스피해와 눈부신 백악 절벽, 외계 행성 같은 붉은 사막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거대한 '살아있는 지형 박물관'이다.수백 킬로미터가 끝없이 펼쳐진,

    2026.06.09 17:07
  • 한입 베어 물면 시작되는 '미식의 왈츠'…느끼려면 이 곳으로 [김새봄의 미식 스프링노트]

    ‘봄’ 하면 가장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음악 ‘왈츠(Waltz)’. ‘쿵짝짝’, 4분의 3박자로 직관적으로 설명되는 경쾌하고 우아한 춤곡이다. ‘돌고 돈다’는 뜻의 독일어 Walzer(발처)에서 유래했는데 이 음악에 맞춰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은 19세기 유럽 사교계를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당시 인기는 파리와 빈 온 시내의 무도회장이 왈츠로 점철될 정도로 오늘날의 아이돌 열풍을 가뿐히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라고 전해진다.왈츠는 우아하고 편안하지만 사실 철저한 역할 분담과 규칙적인 리듬의 전개가 특징이다.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정체되지 않는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핵심은 ‘강-약-약’으로 이어지는 규칙적인 흐름이다. 첫 박에 확실한 무게 중심을 두고 이어지는 두 박자가 경쾌하게 뒤따르며 추진력을 만들어낸다.접시 위에서 메인 재료가 첫 박의 강박처럼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 텍스처의 밀도와 온도, 산미 같은 섬세한 미각적 요소들이 경쾌한 약박처럼 조화를 이룬다. 19세기의 파리와 빈이 왈츠의 선율로 가득 찼던 것처럼 완연한 봄날을 맞아 우리의 일상 속 식탁 위에도 잃어버린 입맛을 깨우는 경쾌한 미식의 왈츠가 울려퍼지는 경험을 공유해 본다. 1. 여의도 진주섬 - 봄의 향기가 완성하는 약박의 변주정통 한국식 횟집과 고급 일식의 사이 그 어딘가에 자리한 여의도 진주섬. ‘흑백요리사’에서 ‘마스터갓포’로 활약한 배재훈 셰프가 기획한 아이디어들로 매달 그 계절을 담아내고 있다. 봄에만 만날 수 있는 ‘쭈꾸미 모시조개 술찜’을 통해 완벽한 3박자의 왈츠를 연주한다.제

    2026.04.30 17:28
  • 맛의 포인트를 찾아라…접시 위 '스타카토'의 마법 [김새봄의 미식 스프링노트]

    화성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음악에서 '음을 짧게 끊어서 연주하라’는 '스타카토(Staccato)'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반대 의미인 ‘레가토(Legato·부드럽게 연주하다)’의 기억은 희미하더라도 말이다. 그만큼 흔하게 쓰이면서 사용 대비 효과적인 기법이기도 하다.스타카토는 짧고 순간적인 자극으로 곡 전체에 경쾌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연주자에겐 쾌감을, 듣는 이에게는 감각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접시 위에서도 이런 스타카토의 마법이 존재한다. 산미로 맛을 일깨우거나, 허브로 반전을 꾀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때로는 강렬한 포인트 컬러의 식재료로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도 한다.   감칠맛의 폭발…도쿄의 시라코찜도쿄 아카사카의 조용한 뒷골목에 숨은 스시야 ‘하루’. 니시아자부의 ‘스시텐’과 ‘스시 도쿄 텐’시리즈를 정착시킨 사토 하루히코 셰프가 2018년 문을 연 곳이다. 츠마미(안주)를 몰아서 내주고 나중에 스시를 쥐어주는 일반적인 스시야 루틴과 달리, 츠마미와 니기리(스시)를 변칙적으로 번갈아 가며 템포감 있게 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술을 곁들이며 먹기에 최적화된, 즐거운 리듬감을 주는 곳이다. 사케 가격대가 좋고, 완성도 높은 요리 덕분에 스시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이 곳은 오마카세 중간에 등장하는 시라코(복어 이리)찜이 그 명성을 제대로 보여준다.몽글몽글하고 따끈한 구름 모양의 찜 위에는 노오란 유자 제스트가 카푸치노의 시나몬 파우더처럼 사뿐히 올라가 있다. 시라코를 조심스레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겉보기의 청순하고 산뜻한

    2026.03.31 10:18
  • '이것' 하나 넣었을 뿐인데…입안에서 '메이저 화음' 터진다 [김새봄의 미식 스프링노트]

    화성학에서 소리의 표정을 결정짓는 건 결국 '거리'의 문제다. 으뜸음에서 출발해 온음 두 개를 온전히 거쳐야 닿을 수 있는 음, 바로 3번째 음이 그 중요성을 담당하고 있다. 건반 위를 들여다보면 이 거리는 더욱 명확해진다. 으뜸음을 '도'라고 가정할 때 ‘도’에서 ‘레’ 사이, 그리고 '레'에서 '미' 사이. 각각 검은 건반 하나씩을 품고 있는 이 구간은 반음이 총 4개나 쌓여야 완성되는 아주 넉넉하고 풍성한 간격이다. 우리는 반음이 4개 쌓인 이 물리적인 거리를 '장3도(Major 3rd)'라 부른다.이 '장3도'가 확보되는 순간, 모호했던 소리의 파동은 비로소 '장조(Major)'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갖게 된다. 장 3도의 넓은 보폭은 소리에 화사한 햇살을 드리운다. 으뜸음이 소리의 중심을 잡고, 5도가 뼈대를 세우는 존재라면, 장 3도는 그 뼈대 위에 화사한 색채를 입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즉, 이 넉넉한 3도가 있어야만 화음은 비로소 밝아지고, 풍성해지며, '메이저'다운 뚜렷한 성격을 띠게 된다.미식에서도 재료 세가지의 조합이 서로 합을 이루어 풍성함을 이루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삼합(三合)’이라는 미식의 화음이다. 결정적인 ‘3도’를 더해 미각을 ‘장조’로 이끄는 맛있는 조합을 세 곳을 소개한다.    장흥삼합 : 흙내음이 완성한 육지와 바다의 결합 전라남도 장흥의 대표 미식인 ‘장흥삼합’은 장3도의 구성요소와 완벽히 일치한다. 바로 ‘한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으로 말이다. 득량만의 청정 바다, 탐진강의 비옥한 들판, 그리고 천관산의 깊은 숲이 한 불판 위에서 만

    2026.02.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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