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고요와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 좋다. 외로움에는 오래전 부터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 외로움이 스스로를 짓누르지 않은 삶을 위해 기록했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으면 사랑이 아니래』 는 첫 저서이다.
지하철 안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바라본다. 다음 영상, 또 다음 영상. 그렇게 끝없이 화면을 넘기는 이들 사이로 책을 읽는 사람이 눈에 띈다. 한동안 거의 사라진 풍경이 요즘은 이상할 만큼 자주 보인다. 카페와 터미널에서도 책을 읽는 젊은 사람을 종종 마주친다. ‘종이책’ 시대를 지나온 이들은 물론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장면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가 다시 긴 문장을 읽기 시작한 것일까. 더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이 넘치는 시대에 굳이 느린 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경험에 가치 두는 사람들사람들은 점점 더 ‘경험’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물건은 쉽게 비교되지만 경험은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더 ‘나만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쇼핑보다는 여행과 전시, 새로운 클래스 참여에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것을 샀다”는 말보다 “여기에 다녀왔다”는 말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제 소비의 대상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에 가까워졌다.독서라는 행위 역시 ‘경험 소비’에 가깝다. 최근 예스24에 따르면 20대의 문학 분야 도서 구매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독서 모임 플랫폼 이용자도 크게 늘고 있다. 책 읽는 풍경 자체가 하나의 취향처럼 소비되는 추세다.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숏폼’에 대한 피로감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짧은 영상을 본다. 무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소비하고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농담처럼 “뇌가 절여졌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숏폼
지하철 안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바라본다. 다음 영상, 또 다음 영상. 그렇게 끝없이 화면을 넘기는 사람들 사이로 책을 읽는 사람이 눈에 띈다. 한동안 거의 사라졌던 풍경인데, 요즘은 이상할 만큼 자주 보인다. 짧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가 다시 긴 문장을 읽기 시작한 것일까.카페와 터미널에서도 책을 읽는 젊은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종이책’ 시대의 사람으로서, 그리고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장면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공원에서,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이 좋았다. 20대의 나는 그런 사람이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멋있어 보이고 싶어 일부러 책을 들고 다닌 적도 있었던 것 같다.그런데 지금의 독서는 조금 다르다. 나 역시 책을 더 많은 이유로 읽고 또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책을 읽는 이유도 단순한 지식 습득과는 달라 보인다. 영상 세대는 왜 다시 활자로 돌아왔을까. 더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이 넘치는 시대에 사람들은 왜 굳이 느린 것을 선택할까.사람들은 점점 더 ‘경험’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여행을 가고, 전시를 보고, 새로운 클래스를 경험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이걸 샀어” 보다 “여기에 다녀왔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물건은 쉽게 비교되지만 경험은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험을 더 ‘나만의 것’처럼 느낄 것이다. 이제 소비의 대상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에 가까워졌다.독서 역시 비슷한 흐름 안에 있다. 최근 예스24에 따르면 20대의 문학 분야 구매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독서 모임 플랫
예전에는 브랜드의 로고가 있는 옷이 좋았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들. 우리는 그걸 ‘메이커 입는다’고 말하곤 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편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로고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소재와 디자인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 옷을 선택한다. 한때는 ‘무엇을 입고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사람들은 왜 로고를 덜 찾게 되었을까.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신호를 숨기고, 편안함과 완성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정말 더 이상 보여주기 위해 소비하지 않는 걸까.한동안 럭셔리는 소리의 크기로 측정됐다. 로고의 크기, 인지도의 범위, 타인의 인식 가능성.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아보느냐가 곧 가치의 척도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기준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대신 등장한 것이 이른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다.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며, 대신 소재와 구조, 완성도로 자신을 증명하는 방식을 택했다.요즘 사람들은 왜 로고를 덜 찾게 되었을까. 표면적으로는 취향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 흐름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라기보다 소비 환경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그 변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번째 변화는 과잉 노출에 대한 피로감이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과시에 시달린다. 스크롤 몇 번에 우리는 원하는 것보다 이미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에게 전시되는 행위가 되었다.문제는 이
3월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꽃망울들이 팝콘처럼 터진다. 겨울을 이겨낸 앙상한 가지 끝에 노란 산수유, 조팝나무, 개나리 같은 봄의 전령사가 등장한다. 아직은 꽃샘 추위가 아침 저녁으로 시샘을 하지만 마음은 이미 봄 아닌가. 두터운 패딩과 코트를 벗어 던지고 얇은 겉옷에 플랫슈즈를 신고 사뿐거리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를 걷는 상상을 한다. 계절은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가장 먼저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올 봄, 스카프의 유행이 심상치가 않다. 여기저기서 아니 어디에도 스카프가 빠지지 않는다. 간절기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지만 이번엔 그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액세서리 정도가 아니라 패션의 확실한 포인트, 룩의 정점으로 스카프가 입지를 굳히고 있다. 패션은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설이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뮤즈는 늘 있었고 그녀들에게는 스카프가 있었다. 1950년대를 살아본 적 없는 요즘 사람들도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햅번을 알고 있다. 스페인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나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그녀의 스타일은 지금도 클래식의 대명사이자 타임리스 아이콘으로 기억된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대에 방영해 두 시대를 거쳐 온 미국의 대표적인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이 드라마 속 캐리 브래드쇼를 연기한 사라 제시카파커의 룩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섹스앤터시티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캐리 브래드쇼의 스타일링은 뉴요커를 지향하는 여성들에게 교과서로 불렸다.캐리 브래드쇼의 25년 전 룩은 요즘의 스타일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아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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