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국제관계 석사, 정치학 박사
전) 코원 인도네시아, 서울반도체 신시장영업팀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외부전문위원
전)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초빙교수
현) 인도네시아 UNAS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현) 인도네시아 JIU 초빙교수
현)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아세안정치경제센터장
*소개
우리 동북아 바로 밑 가장 가까운 이웃 동남아 ASEAN 국가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아직도 저렴한 휴가철 여행지로만 동남아를 기억하시나요? 오늘날 첨예한 미 중 무역 분쟁, 진영 간의 이념 대립 속에서, 우리의 새로운 활로는 남쪽에 있고 새로운 시장은 ASEAN입니다. 역동하는 7억 ASEAN 사람들의 생생한 소식들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해 10월26일, 제47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이 11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 2002년 독립 이후 20여 년에 걸친 아세안 편입 과정이 마무리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 5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48차 정상회의는 동티모르가 정회원 자격으로 참석한 첫 무대였다. “함께 우리의 미래를 항해하자(Navigating Our Future, Together)“라는 올해 의장국 필리핀의 슬로건은 이 신입 회원국의 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 됐다.동티모르의 독립사는 아세안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페이지 가운데 하나다. 450여 년의 포르투갈 식민지배가 끝난 1975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24년간의 강점이 이어졌다. 1999년 8월 유엔 감독 아래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78.5%가 독립에 찬성하자, 이에 반발한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의 학살과 방화로 약 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유엔은 다국적군(INTERFET)과 유엔 동티모르 과도행정기구(UNTAET)를 파견해 사태를 수습했고, 2002년 5월 마침내 독립국가가 탄생했다.이 과정에는 한국의 기여도 컸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9월 국회 동의를 거쳐 특전사 중심의 상록수부대 419명을 파병했다. 건군 이후 최초의 보병부대 해외 평화유지활동(PKO) 파병이었다.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 철수까지 연인원 3328명이 로스팔로스와 오에쿠시 지역에서 치안 유지와 구호 활동을 수행했고, 주민들은 이들을 ’말라이 무띤(Malai Mutin·다국적군의 왕)’이라 부르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도강 훈련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장병 5명의 희생도 있었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이 한국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하지만 가입
동남아 여러 나라의 건설 현장을 두루 감독해 온 지인이 "비슷한 공사 환경과 같은 공정인데도 나라별 '일머리'가 다르다"는 얘기를 한 적 있다. 그때는 국가별 편견처럼 들려 흘려들었지만, 후에 아세안(ASEAN) 각국의 학업성취도 데이터를 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차이가 있다면 타고난 '머리'가 아니라, 그 노동인력이 열 살 무렵 어떤 교실에 앉아 있었는가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역량 격차'의 뿌리는 국적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에 있다는 뜻이다.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역 중 하나다. 전체 인구 약 6억8000만 명의 중위연령은 30세 안팎이고, 매년 노동시장에 쏟아지는 청년 인구는 글로벌 기업들이 새 공장을 지을 때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매력 포인트다. 그런데 이 '인구배당'이 축복으로 이어질지는 숫자 하나로는 알 수 없다. 학교에 얼마나 많이 다니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나오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의 성적표는 놀랍게도 갈린다.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81개 참여국·경제권 중 수학 31위, 읽기 34위, 과학 35위다. 절대 점수만 보면 수학 469점, 읽기 462점, 과학 472점으로 OECD 평균을 모두 밑돌고 2012년 첫 참가 이래 가장 낮은 순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성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감안해 비교하면 베트남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홍콩·대만·한국에 이어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베트남의 1인당
올해 동남아시아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6월 우기에 접어들며 한풀 꺾였지만 태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아세안(ASEAN) 국가에서 5월까지 평균 기온이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의 폭염이 이어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의 영향으로 올해 동남아시아가 다시 한 번 기록적인 무더위와 가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폭염만이 아니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는 인도네시아의 대형 산불 가능성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매년 건기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이웃 나라들이 인도네시아의 하늘을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인도네시아의 산불은 단순한 환경 오염이 아닌 치명적인 '경제적 변수'다. 대규모 화재로 발생한 연무(Haze)가 국경을 넘어 주변국으로 확산하면 관광, 물류, 항공, 보건, 농업 등 산업 전반이 마비된다. 아세안 경제가 긴밀하게 묶여 있는 상황에서 한 국가의 재난은 역내 전체의 공동 타격으로 이어진다.이미 뼈아픈 전례가 있다. 2015년 수마트라, 칼리만탄, 파푸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총 260만 헥타르를 태우며 몇 달간 지속됐다. 당시 세계은행(World Bank)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1.9%에 해당하는 약 161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장기 건강 피해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손실은 GDP의 3.3%에 달한다는 후속 연구도 있다. 당시 학교가 문을 닫고 항공편이 대거 결항했으며 수백만 명이 호흡기 질환에 노출됐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역시 사상 최악의 대기질 악화로 경제 활동이 일시 중단되는 홍역을 치렀
지난 5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필리핀 대통령궁을 찾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 뒤에는 묵직한 의제가 있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30년 넘게 운용하다가 퇴역시킬 아부쿠마급 호위함 최대 6척을 필리핀에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실무 협의를 공식화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중고 군함 거래가 아니다. 일본이 전후 평화헌법 아래 유지해온 '무기 수출 억제' 원칙을 단계적으로 허물어온 끝에, 이제 살상 무기 수출까지 본격화하는 전환점에 섰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일본은 지난달 21일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방산(방위산업) 수출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구조·수송·경보·감시·소해 장비에 한정됐던 수출 허용 범위가 군함·미사일 등 살상 무기 전반으로 확대됐고, 수출 허가 방식도 품목별 원칙에서 건별 심사로 전환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외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무기 공급 여력이 한계에 달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안보 분담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일본의 국내 요인도 더해진다. 일본 정부는 2026회계연도 방위비를 처음으로 9조엔 이상 규모까지 끌어올리며 방산 산업화를 국가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명시했다. 일본 입장에서 방산 수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정학적 생존 전략이자 경제 전략이 됐다.동남아는 지금 군비 확충의 한가운데에 있다. 필리핀은 약 350억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을 승인했고, 인도네시아는 2026년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렸다. 남중국해 긴장, 노
최근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Purbaya Yudhi Sadewa)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발언은 현재 세계 경제의 가장 민감한 지점을 건드렸다. 말라카 해협은 하나의 바닷길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또 다른 ‘생명줄’이기 때문이다.더구나 지금은 전 세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따른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해협 리스크가 부각되니 시장과 주변국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당연지사다.논란은 즉각 확산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주요 아시아 국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지난 24일 수기오노(Sugiono)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은 “자유롭고 중립적인 해상 통로를 지지한다”며 통행료 부과 계획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말라카 해협 논란이 던진 구조적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말라카 해협은 길이 약 800㎞, 가장 좁은 곳의 폭은 약 2.7㎞에 불과한 좁은 수로다. 그러나 세계 해상 교역량의 약 25~30%가 이곳을 통과한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동아시아로 향하는 중동산 원유의 상당한 비중이 이 해협을 지난다. 연간 수만 척의 선박이 오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 통로 중 하나다.역사적으로도 말라카 해협은 늘 통제와 경쟁의 대상이었다. 15세기 말라카 술탄국은 이 해협을 기반으로 동서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1511년 포르투갈이 말라카를 점령한 이후 해협은 유럽 세력의 각축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이 경쟁했고, 1824년 영국-네덜란드 조약을 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다. 개전 이후 압박받던 이란이 해협 통항을 사실상 제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다시 한번 지정학적 리스크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시장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에 반응하고 있다.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이 좁은 해협을 지나 아시아로 향한다. 이곳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곧바로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그 상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단기 충격은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의 체력 자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이러한 유가 충격은 동북아 국가들에도 부담이지만, 동남아에는 훨씬 더 구조적인 문제로 작용한다. 아세안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요 경제국 대부분이 에너지 수입 의존 구조를 갖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은 모두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특히 필리핀은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베트남 역시 빠른 산업화와 함께 에너지 수입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인도네시아는 한때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국내 생산 감소로 하루 약 90만~1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토요타가 만든 ‘끼장(Kijang)’이라는 차가 있다. 크기는 우리 중형 SUV와 비슷하지만 3열 좌석을 갖춰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고, 좌석을 접으면 짐차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가족 행사와 사업, 종교 활동이 일상인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1977년 첫 출시 이후 7세대를 거치며 진화해 온 ‘끼장’은 이제 Toyota Kijang Innova, 즉 ‘이노바’라는 이름으로 아세안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얼마 전 잔고장 없이 10년 넘게 탄 이노바를 처분했는데, 신차 구매 당시 가격의 절반 넘는 금액을 받았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실질 가치의 40% 이상을 회수한 셈이다. 10년이 지난 중고차가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이 지역에서 토요타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준다.아세안 주요 시장에서 토요타의 위상은 수치로 더욱 분명해진다. 2025년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소비 위축으로 전체 판매량이 약 80만 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토요타의 지배력은 오히려 공고해졌다. 토요타는 도매 기준 약 25만 431대를 판매하며 31.2%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여기에 자회사 다이하쓰(Daihatsu)의 약 13만 대 판매량을 더하면 점유율은 47%를 넘어선다. 사실상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태국에서도 약 34%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점유율이 46%에 이르러 신차 두 대 중 한 대가 토요타다.이러한 토요타의 독주 비결은 치밀한 국가별 전략에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Innova와 Avanza 같은 MPV 중심 전략으로 대가족 문화와 자영업 중심 경제 구조를 공략했다.
2025년 한 해를 거쳐 2026년 1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 외환시장은 '아세안'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이름 아래 묶여 있던 동조화 현상이 완전히 해체되고, 각국의 산업 경쟁력과 정책적 투명성에 의해 통화 가치가 결정되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미 연준(Fed)의 금리 결정에 따라 달러를 포함한 외화가 지역 전체에서 일제히 썰물처럼 빠져나가거나 밀물처럼 들어오는 경향이 강했으나, 지난 1년여의 기록은 시장이 각 국가의 산업적 매력도와 지배구조의 신뢰도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냉혹한 등급 매기기에 나섰음을 보여준다.이러한 차별적 각자도생의 흐름 속에서 어떤 국가는 기술 패권의 수혜를 입으며 도약했지만, 어떤 국가는 정책적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위기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동남아시아는 단순히 환율만 놓고 보면 더 이상 하나의 공동체가 아닌, 각기 다른 엔진으로 달리는 개별적인 경제 생태계로 변화하는 중이다. 작년과 올해 1월까지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자본의 찬사를 받은 통화는 단연 말레이시아 링깃(MYR)이었다. 링깃은 2025년 한 해 동안 달러 대비 약 10%에 육박하는 강력한 통화 가치 상승을 기록하며 아시아 내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과시했다.이러한 비상은 단순히 일시적인 자본 유입의 산물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산업 체질 개선이 시장의 확고한 신뢰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26년 1월 발표된 잠정치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2025년 4분기 GDP 성장률은 5.7%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동남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페낭을 중심으로 반도체 후공정 및 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뜨거웠던 한 해였다. 미국 증시에서는 AI 관련 기술주들이 폭등했고 한국에서도 관련 회사 주가들이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구매 계약과 투자를 서로 주고받는 '순환거래'로 인해 천문학적인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AI 거품론까지 불거졌고 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동남아에서도 AI는 더 이상 기술 담론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이 지역에서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릴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동시에 노동시장과 산업 구조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는 현실적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저임금 제조업, 단순 사무직, 반복적인 서비스 노동의 비중이 높은 동남아의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AI 도입은 분명한 기회인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동반하는 양날의 칼이다.그런데도 동남아 국가들의 AI 대응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다만 이 지역의 AI 전략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신규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않지만, AI를 실제로 구동할 수 있는 조건, 즉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전력과 토지, 규제 환경을 먼저 확보하는 단계에 가깝다.이 흐름은 AI 컴퓨팅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 산업의 중심지는 일본과 싱가포르였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통신 인프라,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갖춘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AI 이전 시대의 데이터센터를 흡수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등장했고, 기존 인프라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이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곳이 말레이시아 조호르(Johor)주다. 싱가포르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
동남아시아에는 매년 주기적인 우기가 찾아오지만, 올해처럼 계절의 경계를 무너뜨린 폭우와 홍수가 광범위하게 동시 발생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 11월 하순부터 이번 달까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에서는 홍수와 산사태가 겹치며 1400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고, 태국 남부는 300년 만의 기록적 강우로 여러 지역이 물에 잠겼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수만 명이 대피했고, 필리핀 북부 역시 비정상적 강우로 여러 지역이 침수됐다. 각국이 처한 상황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올해의 폭우는 우기와 무관하게 동남아 전역에 걸쳐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기상 변동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의 구조적 이상을 드러내는 징후다.동남아에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같은 동남아라도 적도를 중심으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다른 기후 체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태국·베트남·필리핀 등 북반구 국가들은 대개 한국처럼 여름 시즌이 우기지만, 적도 밑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남반구 몬순의 흐름을 따라 한국의 겨울 시즌이 우기다. 전통적인 ‘동남아 우기’는 그 패턴과 절기가 국가마다 다르지만, 올해는 이 구분이 사실상 무너졌다. 우기인 지역뿐 아니라 우기가 아닌 지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폭우가 발생하며 여러 지역에서 침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특히 적도 부근에서는 사이클론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폭이 좁은 말라카 해협 인근에서 이례적으로 큰 공기 회전력이 발생해 인도네시아 북부에 강한 비구름대를 밀어 넣었고, 태국 남부 역시 계절적 통념을 넘어선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동남아
지난 11월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1원을 돌파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약 830억 달러에 달해 최근 수년 중 최대임에도, 원화 약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출 실적이나 무역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서 구조적으로 달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강해졌기 때문이다.실제로 해외 공장 건설·인수합병(M&A), 부동산 및 해외 증시(특히 미국 주식·ETF)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조달된 달러가 지속해서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 유출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며 경제 체질을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환율은 실물 지표가 양호한 국면에서도 국제 금융시장의 작은 신호에도 즉각 반응하며 하루 단위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비해 동남아 주요국의 환율은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들 국가의 통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피하진 못했지만, 원화처럼 며칠 사이 2~3%씩 급등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차이는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나 경제 규모의 차이로 설명하기 어렵다. 동남아 국가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외 노동 송출을 통한 독자적 외환 수급 체제를 구축해 왔고, 이를 통해 해외 근로자가 송금한 달러가 지속해서 유입되었다.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해외 노동 송출국이며, 태국 역시 해외 근로자 송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동, 동아시아, 유럽, 북미 등지에서 활동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연간 본국으로 송금하는 규모는 필리핀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한국 방산업계에 뜻밖의 기회였다. 비싼 서구산 무기 대신 빠르고 ‘가성비’ 좋은 한국산 무기를 찾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이 연이어 체결됐다. 자주포·전차·로켓 발사기 등 K-방산의 주요 제품은 신속한 납기와 현장 적응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한국 방산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나란히 치솟았다. 이제 방산은 자동차·조선·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수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에서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운 동남아시아에서는 K-방산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지난 10월 15일,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중국산 J-10CE 전투기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 그 상징적 장면이다. 샤프리 샴수딘(Sjafrie Sjamsoeddin) 국방장관이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계약 수량이나 인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최대 42대 규모, 약 90억 달러 수준의 계약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KF-21 공동개발국으로서 전체 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약 1조6천억 원의 분담금조차 부담스러워하던 인도네시아가 중국 전투기 구매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K-방산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이번 결정은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추진하는 군 현대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2019년 이후 인도네시아는 중국·프랑스·터키·미국·러시아 등 여러 나라와 협상을 병행하며, 단일 무기 체계에 의존하지 않는 전력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특히 J-10CE 선택은 단
동남아의 하늘은 이중적이다. 휴양지의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지만, 출장길에 만난 몇몇 도시는 여전히 매연에 덮여 희뿌옇다. 굴뚝 연기와 차량 배기가스는 오랫동안 이 지역의 ‘산업화’와 ‘성장’을 상징했다. 석탄을 태워 만든 전기가 공장을 돌리고, 값싼 전력은 수출 산업을 떠받쳤다. 아세안에게 탄소 연료는 오염원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필수 에너지였다.아세안의 탄소 의존은 무지의 결과가 아닌, 산업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99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은 연 5~7%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제2의 중국’으로 불렸다. 이 성장의 동력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이었다. 그러나 수력은 건기에 마르고, 태양광은 설비비가 비쌌으며, LNG는 인프라가 부족했다. 결국 남은 것은 석탄이었다.인도네시아는 세계 3위의 석탄 수출국으로 매년 4억 톤을 캐내 그 절반을 자국 발전소에 썼다. 베트남의 꽝닌(Quang Ninh), 필리핀 루손(Luzon) 섬, 태국 라용(Rayong) 등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됐다.2010년대 초 아세안 전력의 70% 이상이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나왔다. 그 덕에 공장이 세워지고 중산층이 늘어났지만, 환경 문제가 불거졌다. 방콕의 폭염, 메콩강 삼각주의 침식, 필리핀의 초대형 태풍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면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도 이 지역이었다.이제 아세안은 탄소를 줄이는 경쟁에 나섰다. 열 개국 중 필리핀과 미얀마를 제외한 여덟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 싱가포르는 2050년, 인도네시아는 2060년, 태국은 2065년을 목표로 했다.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조정제
지난 9월 8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스리 물리야니(Sri Mulyani) 재무장관을 해임했다.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국회의원 주택 수당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시위가 배달 오토바이 기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국으로 번지자, 대통령은 국회의원 특혜 축소와 개혁을 약속했고 이어 재무장관을 교체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는 시장의 불안을 키웠고, 지난 한 주 내내 자카르타 증시와 루피아화 환율은 약세를 보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여러 정권을 거쳐 중책을 맡는 인물들은 그 전문 지식과 능력을 이미 공인받은 사람들이다. 이번에 교체된 스리 물리야니 장관이 그러했다. 그녀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수실로 밤방 유드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 아래에서 재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World Bank) 최고 관리직(Managing Director)을 거쳐 2016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 아래에서 다시 재무장관으로 복귀해 인도네시아 재정을 총괄했다. 이 시기 그녀는 재정 적자 억제, 코로나19 대응, 국가 재정 안정화와 투자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물리야니 장관의 정책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통한 신용등급 유지, 효율적 지출 우선이라는 원칙에 기반을 두었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재정 안정과 국제적 신뢰의 상징이었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긍정적 평가도 전임 정부 재무장관이던 물리야니의 유임 덕분이었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확고했던 그녀의 지위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무상급식 공약이 본격 실행되면서 흔들렸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58.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전체 38개 주 중 36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
근래 들어 아이스크림으로 비유하자면 민트 맛이 날 것 같은 밝은 초록색의 앙증맞은 택시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많이 보인다. 베트남 자동차 제조사인 빈패스트가 자체 생산한 전기자동차로 시작한 모빌리티 사업(Green and Smart Mobility: GSM)으로, 베트남에서는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는 작년,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올해 론칭했다. 일설에는 품질 문제로 선진국 수출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자 내수 택시용으로 돌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베트남산 전기자동차라고 해서 딱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는 제법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도 있다. 아세안 회원국이 생산한 전기 자동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사업으로 다른 아세안 회원국에 진출한 첫 사례다.아세안은 오랫동안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변방으로 여겨져 왔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최근 부상한 중국이 주도권을 쥔 시장에서 동남아는 소비 시장이자 조립 기지 정도로 취급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 이 지역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했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자국 브랜드를 앞세우며 ‘우리 차’를 키우는 실험에 나섰다. 성과를 놓고 보면 이제 아세안은 주변부가 아니라 세계 자동차 산업의 숨은 거인으로 떠오르고 있다.태국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는 별칭에 걸맞게 전 세계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공장을 세우고 매년 수백만 대의 차량을 찍어낸다. 픽업트럭과 소형차 부문에서는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동남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까지 수출한다. 그러나 높은 생산량에도 불구
지난 7월 말까지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미국의 ‘상호 관세’ 협상이었다. ‘상호’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이는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 방침이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다수의 아세안 국가들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워싱턴과의 치열한 협상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8월 1일, 미국의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정책이 공식 발효됐다.미국이 말하는 상호 관세는, 교역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무역 장벽과 관세를 근거로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예고됐고, 그 과정에서 이미 세계 무역 질서를 크게 흔들어 놨다. 특히 FTA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거의 무관세를 적용해 온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한 점에서, 이번 조치가 ‘공정 무역’이라는 구호보다 미국의 무역 적자 축소, 공급망 재편, 특정 국가 견제라는 전략적 목적에 더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 제조업 보호와 해외 생산기지의 미국 회귀를 유도하는 한편, 중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의 영향력 약화를 노골적으로 겨냥했다.관세 발효 직전, 일부 동남아 국가에는 최대 49%라는 고율이 예고되면서 역내 경제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장관급 협상과 민간 경제사절단의 잇따른 워싱턴 방문, 정상 간 통화가 이어졌다. 각국 정부는 미국 통상 당국과 비공개로 만나 전략 산업의 중요성과 미국 기업에 제공할 기회를 강조하며 관세율 완화를 설득했다. 그 결과, 최종 관세율은 대부분 20% 안팎으로 조정됐다. 위기는 일단 피한 듯했지만, 장기적인 불확실성과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히 남
지난 7월 23일,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인근에서 5명의 태국 병사가 지뢰 폭발로 다치면서 시작된 양국 간 교전은, 전투기와 함정까지 동원되어 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 프레아 비히어(Preah Vihear) 사원을 둘러싼 국경 지대가 전쟁터가 되면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고대 사원의 일부 구조물이 훼손됐다는 보도도 나왔다.사건의 중심에 있는 프레아 비히어 사원은 단지 관광지나 문화유산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은 11세기 캄보디아 크메르 제국이 세운 힌두 사원으로, 수 세기 동안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프랑스 식민 지배 시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경계로 하는 불분명한 국경 설정이 문제가 되었다. 태국과 협정을 맺었음에도 1907년 프랑스가 그린 지도에는 프레아 비히어는 캄보디아 영토로 되어 있었고, 이는 이후 태국과의 지속적인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결국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사원 자체가 캄보디아에 속한다고 판결했지만, 주변 부속 토지의 귀속 문제는 남겨진 채였다. 이 모호한 경계는 이후 민족주의 감정의 뇌관이 되었고, 2008년 유네스코가 사원을 캄보디아 단독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면서 갈등은 다시 폭발했다.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올해, 상황은 다시 격화되었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계기는 군사 충돌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훨씬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도 존재한다. 캄보디아는 프레아 비히어를 중심으로 한 북부 국경 지대를 외국인 대상 카지노 중심지로 육성해 왔고, 이 지역은 훈센 전 총리 체제에서 핵심 경제 기반으로 떠올랐다. 국경을 오가는 태국인 관광객과 카지
동남 아시아는 오랫동안 ‘기회의 땅’으로 불려 왔다. 풍부한 인구, 값싼 노동력, 빠른 경제 성장률 덕에 글로벌 자본의 새로운 전진기지로 주목받았고, 우리도 한 때 新남방정책으로 중국 시장을 동남아로 대체하는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몰려드는 기술과 자본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은 제조업과 관광산업을 바탕으로 중진국 도약을 향한 기대감에 들떠 있었지만 지금 이 지역은 목표한 경제 성과를 달성하기 전 거대한 장애물에 봉착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상 기후 현상을 동반한 기후 위기다.한국도 6월부터 이상 고온을 보이다가 7월 들어 연일 40도 가까운 폭염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2025년 7월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는 비정상적인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적도에서 조금 내려오긴 했지만, 남반구라 원래는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지만, 한창 우기인 6~7월에도 연일 폭우가 쏟아지며 도시 일대가 물바다가 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를 ‘우기 같은 건기’라 표현하며, 이상 기후의 전형적 징후로 본다.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침하(沈下)하는 도시 중 하나다. 이미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많고, 지하수 과잉 사용과 연이은 폭우는 도시의 침수 리스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를 보르네오섬으로 이전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지만, 새 정부 들어서도 그 비용 충당과 현실적 이주는 첩첩산중이다.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기상 이변은 일상이 되고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지나는 메콩강은 과거 ‘동남아의 젖줄’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댐 개발과 기후변화로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저비용 항공사(LCC)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지역 중 하나다. 바다를 건너는 인적·물적 왕래가 잦고, 내륙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도 많다 보니 승객들은 버스를 타듯 비행기를 이용한다. 인도네시아처럼 동서 길이가 북미 대륙과 맞먹는 나라에선 비행기를 몇 번씩 갈아타야 전국을 이동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처럼 고속 도로가 발달하여 내륙이 하나로 연결되는 나라에서 보면 이처럼 항공기 운항이 촘촘히 이어지는 구조는 경이로울 정도다.운임도 저렴하다. LCC를 이용하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을 왕복 10~20만원 선에서 오갈 수 있다. 출장이나 여행을 넘어, 일상적 교통 수단처럼 자리 잡은 셈이다. 하지만 항공사를 바꿔 타보면 같은 가격이라도 서비스 품질과 정책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곳은 기내식을 기본 제공하고, 어떤 곳은 생략한다. 정시 출발률, 수하물 규정, 고객 응대 품질도 제각각이다.많은 노선이 운항하다 보니 사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여년간 동남아 LCC에서 발생한 대형 항공 사고만 8건에 달하며, 이 중 5건은 전원 사망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에어아시아 8501편(2014년), 라이언에어 610편(2018년), 스리위자야 항공 182편(2021년) 등이 바다로 추락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체 결함, 조종사 실수, 정비 불량, 악천후 대비 미흡 등 복합적인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LCC가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안전 관리 체계가 뒤따르지 못한 결과다.이런 동남아 저비용 항공 시장에 최근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있었다. 호주 국적 항공사 콴타스(Qantas)는 1920년 창립된 세
어느 나라에서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정책이 폐지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이들은 유럽이나 북미처럼 고령화가 심각한 선진국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라가 베트남이라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늘 우리에게 젊고 역동적인 나라였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는 베트남 근로자들을 보면 여전히 그 곳은 인구가 넘쳐 나는 듯하다.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베트남은 최근 1988년부터 유지해온 ‘두 자녀 권고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이는 단지 오래된 정책을 거둬들인 것이 아니라, 출산율 하락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고 대응에 나선 첫 공식 조치였다. 현재 베트남의 합계 출산율은 1.91명이며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시의 경우 1.3명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출산율이 자연 인구 재생산 수준(2.1명)을 밑돌기 시작했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그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인구는 아직 증가하고 있지만, 2040년을 전후로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본격화되며, 경제 성장의 엔진이 식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감지한 베트남 정부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립학교 수업료를 전면 면제하고, 육아휴직 확대, 보육 인프라 강화, 출산 장려금 등 여러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베트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국은 이미 출산율이 1.0명으로 일본보다 낮은 수준에 진입했으며, 연간 출생아 수는 5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60년 안에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2023년 기준 출산율은 0.97명에 그쳤고, 정부는 부부가 함께
하노이에 도착한 전용기에서 영부인에게 맞는 듯한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화제를 모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난 5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진행된 이번 순방에서 프랑스는 단순한 원전 및 방산 세일즈 외교를 넘어, 미국과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일본 총리 방한처럼, 한때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 프랑스를 전폭 환영하기는 쉽지 않기에, 프랑스 또한 과거 식민 통치의 부담감을 안고 동남아를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잇는 5박 6일의 순방 동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방향을 고민하는 아세안 국가들에 ‘프랑스’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순방의 첫 국가였던 베트남에서 마크롱은 과거사 언급 없이 서로를 ‘포괄적 전략 파트너’라 명명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에어버스 항공기 20대를 공급하는 60억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동시에 고등교육, 수자원 관리, 기후 기술 등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기술 동맹을 약속했다. 특히 프랑스어 교육 부활과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양국 간 인문적 연대의 토대를 더욱 견고히 다졌다.인도네시아 방문은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일정이었다.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42대, 스코르펜급 잠수함 2척, 탈레스 장거리 레이더 13기를 포함한 약 110억 달러 규모의 방산 계약을 성사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이 계약을 단순한 상업적 거래에 그치지 않도록 연출했다. 그는 세계문화유산인 보로부두르 사원을 방문하고, 프라보워(Prabowo Subianto) 대통령에게
동남 아시아의 관문이라 불리는 싱가포르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곳이 바로 창이 국제 공항(Changi Airport)이다. 창이 공항을 처음 이용한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서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넓고 쾌적한 동선, 자연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 구성, 그리고 공항 전체가 마치 리조트처럼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창이는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으로 기억된다.그리고 2025년 5월 14일, 로렌스 웡(Lawrence Wong) 싱가포르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창이 공항 제5 여객 터미널(T5) 착공식이 열렸다. 이는 창이 공항 역사상 가장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전략적인 확장 사업으로, 향후 수십 년 간의 항공 수요 급증과 글로벌 허브 공항 간의 경쟁 격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치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도시 국가의 장기적 생존 전략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보는 것이다. 창이 공항 T5는 연간 5천만 명의 승객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어, 공항 전체 연간 수용 능력은 1억 4천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10.8㎢에 달하는 부지는 향후 위성 터미널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여객 뿐 아니라 화물 운송, 연료 저장, 항공기 정비(MRO), 긴급 물류 기능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메가 터미널’ 로 개발된다. 이는 창이 공항을 단순한 공항이 아닌, 싱가포르 산업 구조 전체를 뒷받침하는 중심축으로 확장하는 전략이기도 하다.T5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의 접목이다. 자율 수하물 트랙터, 자율 주행차, 악천후에도 작동할 수 있는 수하물 로봇은 물론, 항공기 회항 시간 예측과 탑승 시점 최적화를 위한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
지진 발생 후 한 달 보름이 지난 미얀마에서 기업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지인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지진 직후 통화에서 주재지 양곤은 제한 송전, 급수 등으로 불편해도 그나마 견딜 만하지만, 지방 지점들과 통신이 두절돼 직원들을 직접 보내려고 하는데 수도인 네피도, 진앙과 가장 가까운 만달레이 등으로 연결되는 모든 도로가 피해를 입어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통화에서는 양곤은 다행히도 지진 피해가 많이 회복되고 사정이 나아졌지만, 만달레이 지역은 복구가 요원해 보인다고 한다.강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ASEAN 회원국 미얀마가 지진 복구와 내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은 사가잉과 만달레이 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시설 파괴를 초래했다. 수천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약 2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 중 5만 명이 여전히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얀마 군부는 피해 수습을 위해 4월 말까지 반군과의 일시적 휴전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수시로 피해 지역에 공격을 가해 구조와 구호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따르면 지진 이후 4월 2일부터 4월 29일 사이에 정부군이 가한 243건의 공격으로 2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미얀마 군정 당국은 휴전 약속 파기에 개의치 않는 듯했고, 구호물자 전달이 지연돼 피해 지역 주민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5월 6일 미얀마 군사 정권은 피해 복구와 인명 구조를 위해 반군과의 휴전 협정을 이달 말까지 연장한다고 선언했지만 언제 휴전했나 싶다.
무슬림(Muslim)은 이슬람 신도를 지칭하는 말로, 전체 아세안 인구의 약 40%가 무슬림으로 추정되며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동남아 아세안 국가 중 국민의 반수 이상이 무슬림인 주요 국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이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으로 전 세계 최대 무슬림의 나라다. 무슬림들에게는 선지자 무함마드가 고난 수행 중 계시받은 라마단이 가장 신성한 시기로, 이 기간에 엄격한 주간 금식과 경건한 생활로 한 달을 보내고, 온 가족이 모여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이둘피트리(Idul Fitri) 또는 르바란(Lebaran) 명절을 맞이한다.올 2월 말에 시작된 라마단을 3월 말에 끝낸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은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가 넘는 긴 연휴를 보내고 4월부터 다시 근무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무슬림이 다수인 동남아 각국 공항은 달콤한 휴가를 마치고 해외 일터로 복귀하는 젊은이들과 이를 배웅하는 가족들로 붐볐고, 이들의 주요 행선지는 대부분 일본이나 한국이었다.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을 먼저 겪은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1993년 일본 정부가 ‘기술 실습생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저/중 숙련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수용하면서 오늘날 외국인 노동자 유입 정책의 초석을 마련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기준 일본 내 취업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230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건설, 간호, 요양 및 다양한 서비스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일본 경제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 중 무슬림 외국인 근로자는 약 35만 명으로 추
지난 10일 미국 NBC 방송은 미국 정부의 지원 삭감으로 전 세계 결핵의 예방·진단·치료 시스템이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냉정한 계산이, ‘미국 돈으로 남의 나라 도와주는 대외원조 기관’인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사실상 폐지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결핵 환자가 늘어나며 결핵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핵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감염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3년 결핵 사망자 수가 125만명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결핵 환자가 창궐한다면, 미국은 안전할 수 있을까? 마치 미 대륙 전체에 아이언 돔 같은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라도 처져 있는 듯한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단면이다.전 세계적인 결핵 확산 문제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USAID 원조 중단이 동남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1993년 이후 미국은 125개 국가의 재래식 무기 파괴 사업에 50억 9,000만 달러(약 7조 5,000억 원)를 지원했는데 동남아에선 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가 대상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라오스, 캄보디아는 베트남 전쟁과 내전의 여파로 인해 심각한 불발탄과 지뢰 문제를 겪고 있는데, 베트남에는 전쟁 당시 약 1,500만 톤의 폭탄이 투하되었으며, 이 중 약 80만 톤이 불발탄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베트남 전체 면적의 약 19%에 불발탄과 지뢰가 매설된 것이며 현재까지 4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6만명 이상이 심각한 부상 피해를 보았다.인접국인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같은 상황이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 당시 라오스를 통과하는 월맹군의 보급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200만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發 관세 전쟁으로, 환율이 널뛰고 주식 시장이 출렁이며 흔들리는 것은 동남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간 ASEAN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강력하게 시행된 중국 견제와 압박 조치들로 반사 이익을 누려왔다. 미국의 對중국 정책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 시설과 투자를 줄이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해 갈 수 있는 동남아시아를 대안으로 여기고 투자했다.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은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졌고 덕분에 올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전까지 동남아 각국은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를 대폭 늘려, 2023년 기준 ASEAN의 대미 흑자는 약 2천억 달러(약 289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흑자 금액만 놓고 보면 ASEAN 전체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사정권 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나라들이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 10대 무역 적자국 현황을 보면 우리 한국은 601억 달러로 8위에 올라 있는데 같은 자료에서 10대국 명단에 드는 ASEAN 국가들이 있는 것이다.현재 ASEAN 국가 중 가장 큰 대미 무역 흑자를 보는 대표적인 두 나라는 태국과 베트남이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태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416억 달러(약 61조원)로 대미 흑자국 10위를 기록했고, 베트남은 한술 더 떠 1,131억 달러(약 165조원)로 대미 흑자국 3위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베트남 국내 총생산(GDP)이 4,763억 달러(약 620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흑자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베트남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따른 군사 협력과 글로벌 기업들
작년 9월 20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아이폰 16이 정식 출시된 이후 수개월이 흘러 해가 바뀌었지만, 2025년 새해에도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이 아이폰 16을 구매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아이폰 16 판매 금지 조치가 여전하고 이에 대해 애플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2억 8천만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판매되는 휴대폰은 전체 부품의 35% 이상이 국내산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도네시아 내 생산 시설, 연구 개발 기관을 두거나 국산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는 옵션도 있으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애플은 생산 시설 없이,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 내 3곳의 Apple Academy 연구소를 설치하고 1조 7,000억 루피아를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돈 많은 애플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에서 3,000억 루피아 부족하게 투자하며 시작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약속 불이행을 빌미로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 16 판매를 불허한 것이다. 아이폰 16 출시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애플은 그제야 부족한 투자액을 마저 투자하고 신규 1억 달러 투자와 추가 연구소 설립, AirPods Max 헤드폰 패드 생산 시설 설립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사실 애플 입장에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전폭 투자는 딜레마다. 아이폰 시장 점유율이 2024년 말 기준 불과 10% 미만이고 본격적인 생산 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첨단 부품 공급 환경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이 인도와 베트남을 아이폰과 맥북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동남아 최대 인구 시장을 마냥 내버려 두기도 어렵다.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고래 싸움에
올해 10월 라오스에서 열린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89년 한-아세안 관계 수립 이후 최고의 파트너십 관계 설정이며, 다양한 의제들이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 대한 내용이었다. 공동성명에서 아세안은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천명하며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아세안에 별 관심 없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고, 대만을 포함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훈련과 순찰 활동이 강화되면서 남중국해 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온 나라는 필리핀과 베트남이다. 필리핀의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은 영토를 양보하진 않겠지만 중국과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친중적인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2022년 친미 성향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하고 올해 6월, 중국 해경에 의한 필리핀 해경 손가락 절단 사건으로 전국민적인 반중 의식이 높아지며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비록 긴급 차관급 회담으로 평화로운 상황 관리를 합의하긴 했지만 지난 12월 4일 다시 양국 해경은 물대포를 쏘며 충돌하였다. 이틀 뒤였던 12월 6일, 필리핀이 중국 보란 듯이 미국, 일본과 연합 해상 훈련에 참여하고 12일에는 미 공군과 연합 훈련을 실시하자, 중국은 지난 20일 남중국해 진입한 필리핀 항공기를 쫓아내며 다시 긴장이 높아졌다.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은 불필요한 충돌
베트남에선 수년째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슬 퍼런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에서 처벌이 무서워 어떻게 부정부패를 저지를까 싶지만, 베트남에 사는 많은 외국인은 입국 단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이민국 직원과 세관 직원들로 인해 놀라게 된다.올해 7월 19일 사망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우옌 푸 쫑(Nguyễn Phú Trọng) 공산당 서기장은 13년간의 재임 기간 내내 국가와 당의 명운을 걸고 부패, 권한 남용, 횡령 등 3대 범죄를 저지른 공직자 4만여명을 기소했지만 부정부패는 여전하다. 베트남의 여성 재벌 쯔엉미란(Truong My Lan)은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측근들과 공모해 계열 은행인 사이공 상업 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6조8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베트남의 2022년 GDP(4000억달러·약 557조원)의 3%가 넘는 규모다.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횡령 범죄로 꼽힌다.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2년 전, 돈을 뜯으려고 마약 사건 용의자를 고문하다 숨지게 해 무기징역을 받은 태국 '부패 경찰 서장'의 재산은 13억5천만 밧(550억)이 넘었다. 국내 대기업 L사 인도네시아 법인의 지인은, 수입 제품이 통관되지 않아 세관에 담당 직원을 보냈더니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해, 고민 끝에 통관을 마냥 기다렸다고 한다. 심지어 아시아 최고 청렴 국가로 꼽히는 싱가포르에서도 전직 장관이 연루된 부패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스와란(Iswaran) 전 교통부 장관은 현지 부동산 재벌로부터 전용기와 최고급 호텔 등을 지원받은 혐의로 올 1월 기소된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매년 국가 청렴도에서 세계 5위, 아시아 1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인가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통상 사람이나 집이 그렇고 차가 그렇다. 특히, 차를 바꿔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자주 눈에 띄는 차가 생겨 자꾸 보게 되고 결국 그 차를 사게 된 경험도 있다. 요즘은 부쩍 BYD가 자주 보이고 눈길이 간다. 주변 한국분들에게 BYD 이야기를 했더니 "BYC?"라고 되묻는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전통에 빛나는 속옷 브랜드 'BYC'가 아니다. 요즘 동남아 시장을 질주하는 중국 전기차들, 그중에서도 ASEAN 10개국 모두에 진출해 전기차 시장 1위를 휩쓸고 있는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현대, 기아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 잘 나가니 동남아 ASEAN 시장에서도 위상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는 BYD, Wuling 등 중국 전기차들에 밀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BYD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 판매가 시작됐고, 2026년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까지 준공되면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 1위는 시간 문제라고 본다. ASEAN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들이 질주하게 된 것은, 동남아 전통 자동차 강자인 일본 차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했고, 중국 전기차에 대한 평가가 박한 서구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인구가 넘치는 동남아와 중국 전기차의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전기차들이 무조건 싼 가격으로만 승부를 본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방콕 등 대도시를 다녀보면 처음 보지만 날렵하고 매끈한 디자인이 포르쉐를 빼다 박은 BYD 전기차들을 숱하게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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