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쏜 통신위성 절반 우리 제품…韓아나시스 3호 참여하고파"
프랑스 파리 외곽 신도시 라데팡스에 있는 우주개발 기업 탈레스그룹 본사엔 레고로 만든 인공위성 모형이 있다.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발사할 예정인 한국군 전용 다섯 개 대형 정찰위성(425위성) 중 하나를 4분의 1 크기로 줄인 모형이다.

지난달 25일 이곳에서 만난 에르베 드레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TAS)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한국이 추진 중인 군 전용 통신위성(아나시스 3호) 제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군의 차기 통신위성 개발 계획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2006년에 발사한 민·군 겸용 통신위성 ‘무궁화 5호’(아나시스 1호)로 통신 체계를 운용해왔다. 하지만 군 전용이 아니어서 전파 교란 등 취약점이 있었다. 군은 2020년 유럽 에어버스가 개발한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를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이 두 위성으로 한반도 전역과 해외 파병 지역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한 지휘통제시스템(C4I)을 구축했다. 아나시스 3호는 무궁화 5호 수명이 곧 끝나는 것을 감안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드레 CEO는 “지난해 세계에서 쏜 정지궤도 통신위성 10개 중 6개가 우리 제품”이라며 “군사위성 분야에서도 지난해 이탈리아 국방부와 군사위성 프로그램 ‘시칼’ 계약을 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일명 ‘SDS’(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위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DS는 제작 당시 설정한 대로만 작동하는 기존 인공위성과 달리 상황에 따라 성능을 바꿀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첨단 위성이다. 그는 “통신위성 수명이 15년 정도인데 시기마다 요구되는 서비스가 다르다”며 “임무 위치와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는 SDS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