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선언 제대로 실현하려면

태양광·풍력 늘린 獨, 겨울엔 오히려 탄소배출 증가
전기차가 더 친환경?…실제론 감축효과 크지 않아
美, 소형 원자로 집중…비용 낮고 도심건설도 가능

백광열 <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학 겸임교수 >
[뉴스의 맥] 탄소배출 늘리는 脫탄소정책…해법은 소형 원전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상쇄해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 상태를 뜻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에너지 체제를 화석연료에서 태양광·풍력 같은 청정에너지로 전환해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2040년엔 이를 30~35%까지 늘리며,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난방·산업공정 등의 다른 부문도 전력화해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방식을 탈피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

우선, 우리나라 전력의 40%는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급하고 있다. 현재 연간 5000만t 이상의 탄소가 나오는 총 7GW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짓는 등 탄소중립이 아니라 탄소 배출 증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휘발유차보다 탄소 더 많이 배출
전기차 역시 탄소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전기차 테슬라 모델S가 미국 서부지역에서 1㎞ 주행했을 때 226g의 탄소를 배출하고, 대형 휘발유차인 BMW 7시리즈는 385g, 소형 휘발유차인 미쓰비시 미라지는 192g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여기서 말하는 탄소는 내연기관차의 경우 △차량 제조 과정 △석유가 유전에서부터 정제돼 주유소까지 수송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엔진이 배출하는 탄소를 합친 것이고, 전기자동차는 △차량 제조 △배터리 제조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할 전기를 발전할 때 나오는 탄소를 합친 것이다.

크리스토프 부할 독일 쾰른대 교수, 한스베르너 진 뮌헨대 교수의 공동연구에선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는 배제한 채 휘발유차는 석유 운송 및 정제 과정, 엔진 구동 시 배출되는 탄소를 계산하고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전기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만 따졌다. 이 경우 독일에서 테슬라 모델3는 ㎞당 156~181g, 벤츠 C220은 141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발표해 전기차의 탄소 배출량이 휘발유차보다 많을 수 있다는 MIT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전기차에 공급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만 보면, 95%가 청정발전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2018년형 현대 전기차가 1㎞ 주행할 때 1.8g, 91%가 화석연료로 발전하는 이웃 앨버타주에선 139.8g을 배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독일에선 테슬라 모델3에 장착되는 배터리 생명이 10년이고 연간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당 73~98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은 석탄발전이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니, 60%가 석탄발전인 중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40%인 한국도 전기차에 공급되는 전기로 따지면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친환경적이라거나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주장은 석탄발전 비중이 클 경우 사실이 아닌 것이다.
[뉴스의 맥] 탄소배출 늘리는 脫탄소정책…해법은 소형 원전뿐

탄소배출 40% 발전에서…획기적 감축 어려워
국내 탄소 배출량의 40%는 발전 과정에서 나온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를 확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에 집중한 독일에서는 바람과 해가 강한 6월과 달리 1월엔 태양광과 풍력발전량이 5.6%로 줄어든다. 따라서 값이 싼 리그나이트 석탄(갈탄)으로 비상용 2차 발전을 해 청정발전을 늘리면 늘릴수록 탄소 배출이 증가하는 모순을 겪는다. 해가 안 나오면 태양광 설비는 무용지물이 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발전기가 소용없어 일종의 배터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한데, 빌 게이츠는 이들 청정발전을 보완하는 배터리 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100% 실패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SMR,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 걱정 없어
따라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전 외에는 방법이 없다. 급격한 탈(脫)원전은 국제적인 흐름이 아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대형 원전이 아니라 차세대 소형 조립식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SMR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 2000년 미 에너지부 지원으로 출발한 누스케일(NuScale)사가 2026년 미 아이다호주에서 발전을 시작하는 SMR은 60㎿급으로 1000㎿가 넘는 대형 원전의 15분의 1 정도인데 12개를 묶으면 720㎿로 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대형 원자로와 달리 가로 5m 세로 20m 정도인 소형 원자로가 철강으로 된 캡슐에 싸여 콘크리트로 보안된 지하 물탱크에 들어간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나 컴퓨터 없이 피동식 안전장치로 모든 작동이 자동으로 중단되기 때문에 핵연료봉 냉각을 위한 비상 발전과 추가 냉각수 공급이 필요없어 일본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사고에 대비하는 경비가 줄어 생산단가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또 공장에서 제조해 트럭이나 배로 운송하기 때문에 건설 공정이 간단하다. 대형 원전의 안전 확보 거리는 16㎞인데 SMR은 250m 정도여서 시내 한복판에도 지을 수 있는 등 필요한 장소에 건설이 가능하다. 체계적으로 발전 용량을 늘릴 수도 있어 송전이 불가능한 외지나 성장하는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기엔 안성맞춤이다.

미 정부는 신규 글로벌 원전 사업을 독점하려는 전략 보고서를 지난 4월 12일 공개했다. 리타 바런월 에너지부 차관은 2억3000만달러 예산의 고급 원자로 시범 프로젝트(Advanced Reactor Demonstration Program)를 시작해 5~7년 내 상업화가 가능한, 더 작고, 더 효율적이며, 더 저렴한 SMR과 대형 트럭에 장착할 수 있는 1~20㎿급 초소형 원자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정부는 SMR발전소 건설에 동의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영국에서는 2029년 완공되는 롤스로이스사 소형 원자로에서 녹색수소를 생산해 수소연료차와 비행기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태워 수소를 만든다면 석탄발전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차처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

대형 원전은 소형 심해잠수함 기술을 대형 육상 기술로 확대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안전한 냉각체계를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사고 10년이 된 후쿠시마 원전의 1500여 개 핵연료봉은 아직도 냉각이 안 됐다. 2031년까지 이를 수거하고 2060년이면 발전소를 해체할 수 있다지만 전문가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급기야 핵연료봉을 냉각시킨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가 가득 차자 일본은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려고 하는데, 이는 연안국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 모두 물을 끓여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모든 석탄발전소를 SMR발전소로 전환하면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친원전, 탈원전 두 그룹 모두 상대 측의 단점은 지적하지만 막상 자신의 주장이 틀린 건 인정하지 않는다. 친원전파가 경쟁력 있다고 주장하는 대형 원자로는 안전성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SMR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탄소 못 줄이는 배출권거래제
수입배출권 등 막혀 있어 배출 감축 비용도 못 줄여…계속 운영할지 고민할 때
탄소 배출권 거래제로 불리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지구온난화와 공해로 인한 생산성 상실, 병원비 등의 사회적 손실(부정적 외부성)을 탄소 배출권으로 내재화해 경제적 책임을 기업에 물리는 제도다. 석탄발전을 하는 기업은 발전 가격에 직접 포함되지 않은 부정적 외부성인 지구온난화,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을 탄소배출권 구매로 상쇄한다. 정부가 지정한 배출량 상한선을 넘기지 않으려면 새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신설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감축비용이 높아지기에 저렴한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서 구매해 감축 원가를 낮추는 게 배출권 거래제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A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1t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은 1원, B사는 10원, C사는 100원일 때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세 기업이 1t씩 감축하면 감축 원가는 1+10+100=111원이다. 그러나 B사와 C사가 A사로부터 탄소 배출권을 t당 1원에 구매할 수 있다면 총비용이 1+1+1=3원으로 대폭 줄어든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는 맞는 말일까.

A사는 이윤 최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인데 B, C사의 감축비용이 각각 10원, 100원이라는 걸 알면서 10원, 100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려 할까. 산업별, 공장별로 탄소 배출 감축비용이 다르지만 탄소 배출권은 한 가격에 거래되는 모순점은 어떻게 설명할까. 설령 팔고 싶다 해도 판매할 감축 배출량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경기가 좋을 때는 대부분 기업의 매출, 즉 생산이 늘어나 정부에서 할당받은 배출량이 모자란 탓에 판매할 잉여 배출권이 없고, 2008년 금융위기 같은 불경기에는 정반대로 배출권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출권 거래제가 있건 없건 배출 감축량은 3t이라는 점이다. 즉 배출권 거래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며 탄소 감축비용을 낮추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국내 배출권 거래제도 당연히 배출량은 줄이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기업의 탄소 감축비용은 낮췄을까? 기업은 아니라고 한다.

탄소 포집이 가장 확실한 조림의 경우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기후 지역에서 나무를 심으면 한국보다 성장이 10배 빠르고 조림 경비는 10분의 1도 안 된다. 베트남에서 배출 1t 감축하나 한국에서 1t 감축하나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는 마찬가지며 수입 배출권 시장만 열어줘도 기업의 숨통이 트인다. 그런데 배출권의 95%는 환경부가 결정해 기업에 할당하고 기업이 배출 감축 활동을 해 인정받는 상쇄배출권은 5%로 묶어놨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은 줄어들어야 한다. 다만 탄소 배출량도, 감축비용도 못 줄이는 배출권 거래제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아니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유럽식 다국가 탄소 시장을 형성할지, 반대로 미국처럼 주 단위, 즉 지방정부 수준으로 축소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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