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을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선두 경쟁이 뜨겁다. 삼바는 생산능력 1위를 무기로 내세웠고, 우시는 영장류 동물실험까지 대행해주는 전략으로 업력 100년이 넘는 론자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삼바, 규모의 경제로 수익 극대화

삼바 '세계 1위 생산력' vs 론자 '오차 제로 기술력'
삼바는 지난해 매출 2조4373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 1조1488억원을 올렸다. EBITDA율은 47.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론자(32.1%)와 우시(41.6%)를 훌쩍 앞섰다. 2011년 설립된 삼바가 EBITDA율에서 단연 앞선 것은 생산능력 초격차와 단일 품목 생산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의 1~4공장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60만4000L로 글로벌 1위다. 론자(46만L), 우시(45만6000L)를 압도한다.

삼바는 항체치료제만 위탁생산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해온 항체치료제 기술은 성숙 단계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삼바의 EBITDA율이 40%대를 돌파한 2021년은 1~3공장을 완전 가동한 해였다. 업계 관계자는 “4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올해는 삼바의 EBITDA가 더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론자 ‘품질’, 우시 ‘비임상’ 독보적

론자의 경쟁력은 품질 오차가 제로에 가까운 서비스다. 바이오의약품 CDMO는 초기 연구, 제조 및 상업용 마감 공정 등 신약 출시에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에 관여한다. 1987년 설립된 론자는 글로벌 톱20 제약사가 모두 고객사다. 매출과 기술력 모두 압도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9조3000억원, EBITDA는 3조원을 기록했다.

론자는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현존하는 바이오의약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GT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등이 대표적이다. 론자는 모더나의 코로나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했다. 반면 삼바는 론자가 만든 원액을 들여와 모더나 백신을 생산했다. 론자는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도 위탁생산하고 있다.

우시는 지난해 매출 2조9400억원, EBITDA 1조2260억원을 올렸다. 강점은 모회사 우시앱텍으로 이어지는 대동물 비임상 서비스다. 동물보호법이 강력한 선진국에서는 영장류 동물실험이 쉽지 않다. 반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장류 실험이 이뤄지는 국가다. 우시앱텍은 중국 내 최대 영장류 사육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시와 거래를 끊지 못하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CGT 공장 인수 등으로 차세대 의약품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삼바, 차세대 의약품에도 도전장

삼바는 설립 12년 만에 론자, 우시를 제치고 생산능력 1위로 올라섰다. 삼바는 항체치료제에 그치지 않고 CGT 분야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중항체 플랫폼은 이미 확보했고, ADC 생산 설비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CGT는 항체치료제와 다르게 다품종소량생산”이라며 “삼바가 항체의약품에 집중해 수익을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제조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