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진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류수정 SK텔레콤 AI액셀러레이터 담당,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SK텔레콤 제공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진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류수정 SK텔레콤 AI액셀러레이터 담당,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SK텔레콤 제공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산하 정보통신기술(ICT) 3사가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연합협의체’를 구성했다. 그간 개별로 추진한 신사업 투자, 통신, 반도체 사업을 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3사는 1조원 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분야에도 함께 투자한다.

혁신산업에 1조원 투자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이달부터 ‘SK ICT 3사 시너지 협의체’를 운영한다. 3사 간 연구개발(R&D) 협력, 공동 투자, 글로벌 진출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한다. 박 부회장은 “융합이 필수인 시기여서 시너지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3사는 혁신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1조원 규모 펀드도 조성한다. 연내 해외 투자 거점을 마련해 반도체,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외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SK스퀘어는 투자전문기업으로서 투자 실적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광폭 투자를 하면 유망 기업을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기업 미국에 공동 설립

SK그룹 'ICT 3사 연합' 출범, 1조 글로벌 투자 나선다
3사는 우선 총 800억원을 투입해 미국에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SAPEON Inc.)을 설립한다. 3사 협의체가 협업을 구체화하는 첫 사업이다. SK텔레콤이 전체 지분의 62.5%를 맡았다. SK하이닉스가 25.0%, SK스퀘어가 12.5%만큼 투자했다. SK텔레콤이 AI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세계 최대 기술 시장인 미국에 근거지를 마련한 사피온은 SK의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SK텔레콤이 앞서 사내 AI 반도체사업 부문을 떼어내 독립시킨 신설 법인 사피온코리아는 사피온의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이 사장은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키우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이라고 했다. SK ICT 3사는 글로벌 ‘빅테크’가 사피온의 주 고객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2017년부터 AI 반도체 개발을 준비했고, 자체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업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인텔 낸드 인수, 값어치 한다”

이번 발표로 SK하이닉스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AI 반도체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이 사장은 “AI는 SK하이닉스의 수많은 고객사가 이미 진출한 사업 영역”이라며 “표준화된 메모리 영역을 넘어 지능화된 메모리를 만들기 위해 사업 확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자체적으로도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실행한다. 이 사장이 직접 이끄는 미주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미주 R&D센터도 건립한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에 대해 “인수 가격이 비싸지 않았고, 중국 당국이 내세운 합병 조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고 자평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2월 중국 당국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을 받아 각국 승인절차를 완료했다. 이 사장은 “이후 인수 조직을 좀 더 들여다보면서 인텔이 미국에 두고 있는 엔지니어 1500여 명의 역량에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중국 당국이 중국 고객에게 특정 가격 이상으로 제품을 팔지 않고,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공급량을 확대하는 등의 조건을 걸었다”며 “일반적인 합병 조건이어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구민기/선한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