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영상=테슬라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영상=테슬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테슬라 본사에서 열린 '테슬라 인공지능(AI) 데이'에서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 시스템에 담긴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소개했다.

미국 교통당국이 '오토파일럿' 등 테슬라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의 위험성을 주장하며 안전성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날 AI 데이가 당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AI 핵심기술 소개를 맡은 테슬라 AI 기술 총 책임자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는 테슬라 FSD에 담긴 AI 기술에 대해 "차량 전체를 둘러싼 8개 카메라가 받아들인 정보를 실시간 가공할 수 있는 신경망 기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날 것'의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쓸 만한 정보'로 가공하는 것이 자율주행 AI 기술의 핵심 중 하나다.
8개 카메라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벡터 공간'으로 변환된 모습. 영상=테슬라 유튜브
8개 카메라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벡터 공간'으로 변환된 모습. 영상=테슬라 유튜브
카파시는 카메라를 통한 1차 정보가 테슬라 AI 신경망을 거쳐 3차원 '벡터 공간(vector space)'으로 불리는 2차 정보로 변환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소개했다.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 가능한 정보를 차량에 제공하기 위해 실제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학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융합된 정보를 기반으로 차량이 커브길, 교통 신호, 주변 차량의 속도 및 내 차와의 거리 등 모든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한 뒤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발 상황도 반복 학습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테슬라가 소개한 FSD는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대표 부품 '레이더'와 '라이다'가 제거된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테슬라는 지난 5월께 잇단 사고로 자율주행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과거 자사 전기차에서 라이더를 제거한 데 이어 레이더까지 과감히 버렸다. 다만 북미 시장에 신규 출고되는 모델 3·모델 Y에 한해 적용된다. 이들 차량부터는 카메라와 신경망 처리 기술만 자율주행 시스템에 남게 됐다.

이후 테슬라는 지난달 10일 북미 시장에 한해 'FSD 베타버전 9'를 배포했다. 레이더 없이도 FSD가 가능할지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 레벨5 수준까진 아니지만 오토파일럿 이상의 자율주행을 구현했다는 게 당시 FSD 베타버전 9에 대한 업계 전반의 평가였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 0~5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레벨 4~5 정도를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취급하고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포함 현재 판매되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2 수준으로 평가된다. 레벨2는 사실상 자율주행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운전자 보조' 수준이다.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최근 테슬라가 미국 교통당국 조사를 받는 등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제자동차기술협회는 오토파일럿이란 명칭이 마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주행 중 사고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음주 상태로 오토파일럿을 구동하거나 고속도로 뒷좌석에 앉은 채 해당 기능을 작동하는 등 오토파일럿을 오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도 나섰다.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성능을 과장해 국민 안전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리처드 블루먼솔,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테슬라가 지속적으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을 완전 자율주행으로 과장광고했다며 연방거래위원회(FTC) 조사를 촉구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