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A52' 렌더링 사진. WinFuture.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A52' 렌더링 사진. WinFuture.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격은 내리고 제품사양(스펙)은 올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폰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명운을 건다. 가뜩이나 소비자의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까지 번지자 아예 '가격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52'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50만원대 제품이다. 독일 등 해외매체에 따르면 이 제품은 그동안 프리미엄급 라인에만 적용됐던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OIS가 실제 탑재된다면 삼성이 보급형 기기에 이 기능을 넣는 것은 5년 만이다. OIS는 카메라 모듈에 탑재된 센서가 흔들림을 감지하고 렌즈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손떨림을 상쇄하는 기술로 그동안 고가폰에만 적용돼왔다. 뿐만 아니라 6400만화소 메인카메라 등 '쿼드카메라', 120Hz 화면 주사율 등 프리미엄급 기능이 대거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과 일본에서 보급형 대표 기기인 '갤럭시A32'를 출시했다. 가격은 30만원대 제품이지만 내장형 지문인식, 후면 카메라 사양, 90Hz 주사율 등 기능은 준프리미엄급으로 갖췄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인도, 미국, 한국에도 출시해 라인업을 다양화 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안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갤럭시A72'까지 포함하면 30만~70만원대 사이의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 엿보인다. 특히 이 시장은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이 '아이폰SE'(50만원대)라는 보급형 모델로 대거 점유율을 늘린 영역이다.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델도 엔트리급(보급형)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A31'이다. 지난해 LTE 전용폰으로 출시됐던 A31은 30만원대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접사를 지원하는 쿼드카메라와 5000mAh 대용량 배터리, 삼성페이 지원 등 고사양급 가성비에 초점을 둔 보급형 전략폰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냈던 건 A시리즈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연간 기준 삼성전자는 아직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지만 이 자리도 위태롭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애플은 7994만2700대의 스마트폰 팔아 삼성전자를 5년 만에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6211만7000대를 판매해 2위로 밀렸다. 애플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2'에 보급형 모델까지 판매 효과를 보면서 선전한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8년 2억9504만대, 2019년 2억9619만대, 2020년 2억5305만대 등 꾸준히 줄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2억6000만대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