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이동통신3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문을 활짝 열고 우군 확보에 나섰다. 막대한 콘텐츠를 무기로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면 유명 콘텐츠를 확보한 글로벌 동맹군이 필요해서다.

가장 눈독을 들이는 건 월트디즈니의 자체 콘텐츠로 중무장한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다.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디즈니 플러스가 이통3사 중 어디와 손을 잡을 것인지가 업계 최고 관심사로 떠올랐다.

10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최근 진행한 투자자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OTT 성장을 위해 국내외 업체들과 적극 제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상파 3사와 연합해 토종 OTT '웨이브'를 만든 SK텔레콤은 지난 7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웨이브는 2023년까지 매출을 5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OTT 사업자와 협력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작년에도 디즈니와의 협업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11월 "(협상을 위해) 디즈니와 만났다. 재미난 것을 가져왔지만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KT는 '시즌'으로 작년 11월 OTT 전쟁에 가세했다. KT 역시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시즌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국내외 OTT 등과 제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인터넷TV(IP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독점 제공 중이다. 이미 넷플릭스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지만 다른 OTT 플랫폼에도 열려있다. 최창국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그룹장은 "여러 OTT 플랫폼에 대해서도 사업전략 관점에서 오픈된 자세로 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디즈니 플러스는 월트디즈니가 작년 11월 야심차게 선보인 OTT 서비스다. 픽사·마블·내셔널지오그래픽·스타워스·21세기폭스 등 전세계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인기 콘텐츠를 대거 보유했다. 넷플릭스(월 8.99달러)보다 저렴한 월정액료(월 6.99달러)도 강점이다.

작년 11월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올 3월 말부터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와 인도에 서비스를 출시한다.

작년 말 기준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2650만명으로 집계됐다. 해외 진출 확대에 따라 구독자와 시장 지배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 가입자(1억6700만명)를 따라잡을 시점이 멀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통3사의 물밑 작업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플러스를 잡는 이통사가 국내 OTT 시장을 평정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 OTT 가입자가 늘고 있지만 콘텐츠가 한정돼 있어 넷플릭스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로벌 콘텐츠를 보유한 OTT와 제휴를 맺는 것이다. 현재로선 디즈니 플러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러 회사들이 작년부터 디즈니와 제휴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