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보험 영업을 부정적으로만 볼까.” “이렇게 설계사가 많은데 왜 사람들은 보험 가입을 어려워할까.”
보험업계 종사자들이 한 번쯤 느꼈을 고민을 담은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가 있다. 보험 조회·판매 앱인 ‘보맵’이다. ‘보험은 비싸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가입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비틀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수 거듭하며 사업모델 가다듬어
보맵을 만든 사람은 SGI서울보증보험 출신인 류준우 대표(사진)다. 주변 사람들이 건넨 “보험 관련 회사는 좀 그렇지 않냐”는 말이 그를 자극했다. 류 대표는 “보험업은 영업이라고 생각하고, 보험 설계사나 관련 업자를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많다”며 “이 불신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두고 고민하다 보맵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2010년 SGI서울보증보험에서 나온 류 대표는 컵케이크 사업, 모바일 마케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서 일하며 사업 감각을 익혔다. 그러면서 보맵에 대한 아이디어도 구체화했다. 류 대표는 우선 ‘보험=영업’이라는 인식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서비스의 슬로건을 “보험 가입하세요”보다 “보험 가입·관리를 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로 정한 배경이다. 법인 설립은 2015년 11월에 했으며 2016년 6월 첫 서비스 ‘레드박스’를 내놨다.
레드박스는 보험가입증권을 찍으면 이를 텍스트 형태로 추출해 꾸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였다.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달이 되도록 가입자가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때 류 대표는 알았다. 직접 보험을 관리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사업모델을 바꿔 2017년 2월 보맵 1.0을 출시했다. 소비자용 앱, 설계사용 앱을 따로 개발해 두 개의 앱을 내놨다. 보맵 1.0의 미션은 “보험의 신뢰를 높여보자”였다. 설계사가 보맵을 들고 다니면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설계사용 앱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가입 현황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스크래핑 기술을 보험 정보 조회에 활용한 첫 사례였다.
설계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클릭 몇 번으로 고객의 보험 가입 정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대리점(GA)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월 3만원을 내면 쓸 수 있는 설계사용 앱은 보맵의 수익모델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문제는 소비자용 앱이었다. 설계사 연락처를 입력하면 프로필·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은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다. 그때 류 대표는 또 알았다. 설계사를 믿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험 쇼핑몰’의 탄생
류 대표는 ‘설계사를 대체하는 앱을 내놓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려면 아예 앱 안에서 상품을 안내받고 가입할 수 있어야 했다. 2018년 2월 보맵 2.0을 거쳐 지난 3월 보맵 3.0을 출시했다. 보맵 앱 안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쇼핑몰이었다.
출발은 가벼워야 했다. 가입비가 비싸선 안 됐다. 오프라인에서 흔하게 파는 기존 보험과도 차별화돼야 했다. 50대 이상이 관심을 가지는 상품보다 2030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 위주로 상품을 구성했다.
이렇게 출시된 상품이 항공기 지연 보험, 귀가 안심보험, 원데이 운전자(렌터카) 보험 등이다. 기존 보험사에는 없거나, 판매하더라도 비쌌던 상품이다. 보맵은 하루 700원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가벼운 상품에 초점을 뒀다. 류 대표는 “가격이 낮아야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녹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보맵 3.0은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싼 보험’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하루 5000명씩 신규 가입자가 유입됐다. 이후에 출시한 ‘보험 선물하기’ 기능도 인기였다. 부모의 생일 선물로 보맵 상품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보맵 가입자는 130만 명에 달한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50억원이다. 류 대표는 “오프라인 보험 사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에 공감하는 투자사가 많았다”며 “이런 가운데 온라인 보험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보맵 모델이 눈길을 끈 것 같다”고 전했다.
보맵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보험상품 안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여행자보험을 안내하고, 산부인과에 들르면 태아보험 안내 메시지가 뜨는 식이다. 류 대표는 “지금까지 시장에 없었던 ‘보험 서비스’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을 믿고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차를 부르면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어서다. 한두 명이 배낭 하나 둘러메고 가는 여행이라면 그랩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여행 마니아들의 이구동성이다.그랩이 능사가 아닐 때도 있다. 대가족이 함께 움직이거나 골프백 등 무거운 짐이 많은 경우다. 이동할 때마다 여러 대의 차를 나눠 불러야 하는 게 번거롭다.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때도 상당하다.지난 5월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무브(movv)’는 이런 틈새를 노렸다. 무브는 온종일 전용 차량과 기사를 빌릴 수 있는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고자 하는 목적지들을 미리 입력해 두는 게 해야 할 일의 전부다. 일정을 마치고 ‘호출’ 버튼을 누르면 근처에 대기 중이던 전용 차량이 승객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차량과 기사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매번 짐을 들고 내릴 필요도 없다. 차량도 널찍하다. 주력 차량이 현대자동차의 16인승 밴인 ‘쏠라티’(사진)다.현지 기사들과 의사소통도 어렵지 않다. 목적지 설정, 기사 호출 등이 무브 앱에서 한국어로 가능하기 때문에 현지인 운전기사와 말을 섞을 일 자체가 많지 않다. 최민석 무브 대표는 “영어와 중국어는 파파고나 구글 통역을 활용하면 되지만 베트남어 등 동남아 언어들은 오역이 상당하다”며 “앱에 필요한 문장을 고르면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라이브러리 시스템을 앱에 내장해 오역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무브는 호텔 체크인, 귀국 선물 구매 대행 등 요청이 잦은 심부름 목록을 앱에 집어넣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이 업체는 3년 전 모바일업체로 출발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최 대표가 올해 초 합류하면서 모빌리티로 업종을 바꿨다.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가 지원하는 업체기도 하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이며 최근엔 대만, 태국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프리 시리즈A를 통해 15억원을 유치한 덕이다.최 대표는 “한국에서도 일반 택시 이용자와 ‘타다’ 이용자는 확연히 다르다”며 “동남아에서 그랩보다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스톤브릿지벤처스는 2015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수아랩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2년 뒤인 2017년 20억원을 추가 투자했고 올해 초엔 추가 베팅액을 100억원까지 높였다.이 벤처캐피털(VC)의 ‘묻고 더블로 가자’ 전략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수아랩은 스톤브릿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검사 소프트웨어인 ‘수아킷’ 개발에 성공했다. AI 분야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매출도 내기 시작했다.엑시트(원금 회수) 기회도 빨리 찾아왔다. 세계적 머신비전 기업인 미국 코크넥스가 지난 10월 수아랩을 2000억원에 인수했다. 스톤브릿지는 이 투자로 원금의 세 배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내부수익률(IRR)도 105.79%에 달한다.유승운 대표가 이끄는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에 능한 회사다. 수아랩 외 세 건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기업에 매각시켜 투자금을 거둬들였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벤처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톤브릿지의 ‘선구안’이 상당하다는 얘기다.2012년 투자한 푸드플라이는 2015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팔리면서 23%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2010년 투자한 티켓몬스터도 이듬해 미국 소셜커머스회사 리빙쇼셜에 매각됐다. 이때 기록한 수익률이 98%다. 2011년 투자한 국내 모바일 게임 분석 마케팅업체 파이브락스 역시 2014년 미국 광고업체 탭조이가 인수했다.스톤브릿지는 2017년 국내 1세대 사모펀드(PEF)인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벤처 부문을 분사해 세워졌다. 설립 3년 차지만 굵직한 투자로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256개 기업에 총 4863억원을 투자했다. 평균 수익률은 약 16% 수준이다. 대표 포트폴리오는 크래프톤(옛 블루홀), 직방, 펄어비스, 스타일쉐어, 쏘카, 고바이오랩, 지그재그 등이다. 스톤브릿지가 배출한 유니콘 기업은 여섯 곳이다. 크래프톤은 45억원을 투자해 원금 대비 35배, 직방은 340억원을 투자해 20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가 표준약관 및 표준계약서를 제안하며 배달 시장의 양성화를 촉구했다. 배달 기사의 안전과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제도마련을 통한 배달업 양성화에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요구한 바와 맥을 같이 했다.국내 스타트업 사용자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배달 시장은 최근 디지털 플랫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관련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면서 조금씩 양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90%가량은 음성적인 시장”이라며 “배달종사자의 안전과 처우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종사자의 안전과 처우에 관해 앞장서 대안을 제시해 온 것은 다름 아닌 스타트업”이라고 했다. 코스포는 또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제안하는 배달업 표준약관 및 표준계약서는 관련 시장경쟁 질서를 바로잡고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종사자 처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시장 양성화가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지역의 수많은 배달대행 개인사업자-음식점주-배달종사자로 구성된 복잡한 배달시장 구조의 공정한 질서가 확립돼야 종사자의 처우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이 같은 주장은 긱 이코노미(기업이 고용하지 않고 수요에 따라 초단기 형태로 인력을 활용하는 형태)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제도의 부재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는 46만9000~53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배달 대행 기사와 같은 종사자들은 애매한 법적 지위에 놓여 고용 불안정과 산업재해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