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라이언 택시로 '모빌리티 제국' 꿈꾼다
택시는 이제 카카오의 모빌리티(이동수단) 전략의 핵심 요소다. 최근 100여 개 법인택시와 손잡고 대형 택시 ‘라이언 택시’(가칭)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진화택시, 중일산업에 이어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까지 인수했다.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하고 운영하는 것은 세계 모빌리티업계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다. 중·대형 택시 시장에서 법인택시 150여 개사와 함께하는 셈이다. 국내 시장의 정치적·법적 변수를 고려해 안정적으로 모빌리티사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라이언 택시로 '모빌리티 제국' 꿈꾼다
○전략 수정한 카카오

과거 카카오는 ‘택시 없는’ 모빌리티사업으로 곤욕을 치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초 카풀 서비스업체 럭시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카카오 T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승차공유사업의 시동을 걸었다. 택시업계는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등 심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했다. 여당 등이 문제를 해결하란 압박을 하자 카카오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며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다른 모빌리티업체가 겪는 갈등도 카카오 행보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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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에 이은 논란거리는 모빌리티업체 VCNC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였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을 중심으로 타다 반대 집회가 계속됐다. 여권 인사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VCNC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정면 비판하기도 하고 김경진 의원은 렌터카 임차자의 운전자 알선 가능 범위를 법률에 명시하는 법안인 ‘타다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택시업계 편들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주요 표밭인 택시업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 택시 수만 약 25만 대다.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100만 명 안팎이 택시산업과 연결돼 있다. 카카오 처지에서는 택시업계와 정치권의 이중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택시와 협력하는 모델이 필요했을 것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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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정규직’

카카오의 대형 택시 기사는 법인택시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카카오T 브랜드 택시기사’ 공고를 보면 정규직에 4대보험과 퇴직금까지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쟁 업체 VCNC의 타다 기사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인 것과 대조적이다. 택시업계는 타다 기사의 지위를 문제 삼아 고용노동부에 타다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타다 기사가 앱(응용프로그램) 지시에 따라 이동해야 하며 콜(호출)을 거부할 수 없는 점, 근무시간을 지켜야 하는 점 등이 위장도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도 새로운 모빌리티업체 운전기사는 정규직이나 그에 준하는 대우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차량공유업체 등이 계약한 노동자를 피고용자로 대우하도록 하는 법안(AB5)을 가결했다. 내년 발효하는 이 법안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자의 근무 방식을 지휘·통제하거나 노동자가 다른 주된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해당 노동자를 임금 근로자인 피고용자로 지정해야 한다. 피고용자로 지위가 바뀌면 노동법에 따라 최저임금, 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업체 운전기사는 독립된 개인사업자에서 피고용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