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독점' 프레임 걸린 테크 자이언트들
특정업종 넘어서는 플랫폼 생태계 경쟁
"기존 독점-반독점 구도로 재단 어려워"
/ 출처=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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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자이언트(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견제가 심화되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의 분할·해체까지 언급하고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차기 대선주자인 워런 의원은 ‘반(反)독점’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는 거대 기술기업들에 대해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군림하고 있다. 경쟁을 막고 혁신을 억제한다”고 비판했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최근 이들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실태를 조사하는 전담반(TF)을 꾸렸다. 앞서 올 1월엔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가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했다며 구글에 과징금 5000만유로(약 640억원)를 매겼다. 테크 자이언트 제재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 IT기업 비대화에 '경쟁 잠식' 우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반독점법(Antitrust Laws)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독점으로 기업간 경쟁을 저하시키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게 이 법의 기본 목적. 기업활동의 자유 못지않게 독점으로 인한 경쟁 잠식과 시장 교란을 방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출처=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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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들에 대한 산업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문제의식이 반독점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실제로 미국의 전체 기업들이 내는 이익 가운데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84%에 달한다. 20년 전(1995년 기준 53%)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올랐다.

김창봉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경쟁이 사라진 시장을 경계하는 반독점법의 취지에 부합한 조치”라며 “독점기업 출현으로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해진 구조로 보는 것 같다. 개입을 통해 일정 점유율을 넘지 않게 조정,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 강제분할이 일어난 전례도 있다. 최고 80~90%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다가 분할된 스탠더드오일과 AT&T가 해당된다. 석유기업 스탠더드오일은 현 엑슨모빌과 셰브런 등 33개 회사로, AT&T는 장거리 통신서비스를 담당하는 AT&T그룹과 7개 지역전화 사업자로 쪼개졌다.

◆ 반독점의 역설 "중요한 건 소비자"

테크 자이언트들을 기존 반독점 프레임으로 바라봐도 될까. 박종훈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독점기업이 문제시되는 것은 독점한 뒤 가격을 올리는 등 ‘소비자 후생’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거대 IT기업들은 기술혁신을 통해 도리어 가격을 낮췄다. 양상이 다소 다르다”고 짚었다.

소비자에 끼치는 영향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다. 로버트 보크는 〈반독점법 패러독스〉에서 소비자 후생을 핵심으로 규정했다. 우수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킨다면 독점 자체를 문제시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경쟁기업 인수·합병(M&A)도 자연스러운 경쟁의 과정으로 본다.

정경유착과 같이 정부를 등에 업은 불공정 독점이 아닌 소위 ‘혁신형 독점’이라면 판단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반독점 규제' 여론이 제기된 테크 자이언트 아마존·구글·페이스북. / 사진=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반독점 규제' 여론이 제기된 테크 자이언트 아마존·구글·페이스북. / 사진=연합뉴스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는 “아마존은 ‘플랫폼 경제’ 인식도 없던 시절부터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혁신으로 성장한 곳인데 기계적으로 반독점 프레임을 들이대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 기술혁신과 시대 변화를 법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라며 “기업의 혁신과 성장은 인정하면서 수반되는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틀 벗어난 경쟁…'다른 대안' 필요

경쟁과 독점의 형태가 변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업종간 경계가 무너진 탓이다. 예컨대 구글은 인터넷 검색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범주를 넓히고 있다. 웨이모를 앞세워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이처럼 테크 자이언트는 특정 업종을 넘어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박종훈 교수는 “이들 기업은 다른 업체를 압박하거나 쫓아내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 들어오는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경향도 보인다”며 “기존 독점-반독점 구도로 재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독점을 법적으로 규정 및 제재하는 게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도 의문이다. 2000년 반독점 제소까지 당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기업분할 명령은 기각됐지만 이후 지배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시장경쟁에 따른 독점 해체 사례로 꼽힌다.

인식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테크 자이언트의 독점은 데이터를 토대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가장 시의적절한 독점 규제는 이들 기업의 ‘데이터 장악’에 대한 견제라고 입을 모았다. 여현덕 교수는 “독점 데이터를 분산시키고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찾는 블록체인이 효과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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