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주입펌프 혁신제품 나왔는데 병원 내 감염 줄지 않는 까닭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같은 병원 내 감염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의약품 주입펌프다. 의약품 주입펌프는 환자 혈관을 통해 수액이나 약물을 의료진이 설정한 양만큼 주입하는 의료기기다.

소아환자에게 투여하거나 고위험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의약품 주입펌프로 인한 병원 내 감염 및 의료사고가 매년 5만 건이 넘는다.

의약품 주입펌프의 일종인 실린지펌프는 약물을 채운 주사기를 장치에 삽입하면 주사기를 눌러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한다. 문제는 주사기의 용량이다. 주사기는 가장 큰 용량이 60mL다. 하루 1000mL를 주입하려면 주사기에 약물을 채워 펌프에 설치하는 일을 약 25회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약물이 외부에 노출돼 바이러스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료계 관계자는 “약물을 계속 주입하려면 주사기를 신속하게 교체해야 한다”며 “번거롭다 보니 주사기에 약물을 미리 채워 냉장 보관하거나 주사기 뚜껑을 닫아 뒀다가 펌프에 장착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 메인텍이 2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신제품이 주목받았다. 이 회사의 실린더펌프 ‘애니퓨전’은 주사기 대신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를 호스 중간에 달아 기존 실린지펌프의 단점을 보완했다. 약물 주입량의 오차를 줄인 것은 물론 호스를 약물 주머니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어서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2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최창휴 가천대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기존 펌프보다 성능이 월등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아직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애니퓨전의 수가를 제대로 쳐주지 않고 있어서다.

이상빈 메인텍 대표는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할 핵심 장치인 실린더 카트리지에 대한 비용은 인정하지 않고 기존처럼 건당 1600~2600원의 치료 행위료만 주겠다고 한다”며 “최소한의 비용조차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더이상 혁신 제품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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