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원자력 발전 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탈원전 바람으로 인해 프랑스 원자로 설비가 낙후된 탓이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금수 제재를 가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프랑스산 원전이 대체 에너지원이 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전역의 56개 원자로 중 절반 가량의 가동이 중단됐다. 그중 12개는 부식 문제로 인해 운영을 멈춘 상태다. FT는 "EU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면서 대체제로서 프랑스 원자력 발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탈원전 열풍 속에서 원전 투자가 줄어들고 생산 설비도 노후화된 탓에 프랑스 원전에 의한 발전량이 충분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네가와트의 원자력 전문가인 이브 마리냑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에 전례 없는 수준의 폐쇄 등 각종 어려움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특히 설비 부식 문제가 역대급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프랑스 원전 감독당국은 일부 원자로 시스템에서 발견된 부식을 수리하는 데 최소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의 69%를 원전에서 조달하는 대표적인 친원전 국가다.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의 원전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친환경 의제로 인해 자국의 원전 사업은 대폭 축소하고 있으면서도 프랑스산 원자력 에너지를 대량 수입하고 있다. 이웃국가들의 원전 수요 덕분에 프랑스는 지난해 EU 역내의 최대 전력 수출국가가 됐다.

한 프랑스 원전업계 관계자는 "EU의 탈탄소 계획을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유럽 전력망에서 프랑스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