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아침 일본 열도에 전해진 "효고남부지진"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는 보기 힘든 참상이었다.

한마리의 거대한 공룡을 연상시키는 고베시의 젖줄이자 관서지방의 산업
동맥인 한신고가고속도로의 붕괴현장을 뒤로 하고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와
겁에 질린 사람의 행렬, 화염.연기에 휩싸인 건물사이로 흩어져 있는 무너져
내린 가옥의 잔해는 고베에 밀어닥친 비극의 크기를 짐작케 하기에 충분
했다.

융단폭격의 현장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본 수출품의 12%를 실어내던 컨테이너선들로 붐비던 고베항에서는 이제
당분간은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게 됐다.

2백30여개에 달하는 정박시설은 온전한게 없을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

컨테이너를 매달고 움직이던 대형 크레인들도 거꾸러진채 지진의 강도를
증언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시설도 또 한차례의 여진이 밀어닥친다면 언제 주저
앉을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형국이다.

지진의 파고를 최일선에서 몸으로 막아낸 고베항은 더이상 지탱하기 힘든
표정으로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의 공장이 있는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고베제강의 경우, 고로가 한달이상의 수리가
필요한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여타 건물도 피해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과 공장용수가 끊긴 이 제철단지의 건물들이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판단이 내려져 회사측은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기고 직원들을
귀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때문에 공장안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지는 못했으나 바삐 돌아가던 지진
사태전과는 딴 판이었다.

고베지역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오사카가스사의 경우는 전화접촉에서
현지 액화천연가스(LNG)공장 3개소의 피해가 없다고 확인했으나 추가적인
화재를 막기 위해 가스공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베시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산노미야
센터빌딩 인근의 목조 건물에서 19일 불길이 치솟아 수습에 나선 대책반들을
긴장시켰다.

고베시 주변도로는 대부분이 휴지처럼 구겨지거나 붕괴, 피난차량과
구호품 수송차량이 뒤엉겨 오사카에서의 진입이 하루가 넘게 걸릴 정도로
수월치 않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부도로에 대해 일반 자동차들의 운행을 금지
시키는등 구급물자 수송을 원할해지도록 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복구체제로
돌입했다.

엄청난 재앙에 휩쓸린 고베는 지금 거대한 재개발 현장과도 같이 모든것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고베는 앞으로 다시 일어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악몽의 현장 위로 날아다니는 구호품 운반용 헬기소리는 이제 전후의
잿더미에서 경제대국을 일궈낸 일본인들이 본격적으로 복구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음으로 들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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