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연말까지 95조원 규모 유동성 지원 나선다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 사태를 풀기 위해 5대 금융지주가 연말까지 95조원 규모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시장 안정이 이뤄질 때까지 금융당국과 금융권 수장들 사이 간담회도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등은 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시장 안정 등을 위한 금융지주사의 역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및 은행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한데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이뤄져 최근 ‘역대급 이익’을 거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당부 사항은 크게 세가지였다. 먼저 유동성 공급을 요청했다. 그룹내 계열사간 유동성과 건전성 지원을 보강하고, 금융시장 차원에서도 금융지주그룹이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등 자금수요가 높은 실물 부문에 지속 신용을 제공하고,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한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도 당부했다.

회장단은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5대 금융은 이날 총 95조원 규모(잠정계획)의 시장 유동성 지원을 연말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데 73조원,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원,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에 10조원을 쓰기로 했다.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에 자금공급을 확대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계획이다. 특수은행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 회사채,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도 사들이기로 했다. 또한 머니마켓펀드(MMF) 운용규모를 유지하고 제2금융권과의 크레딧라인도 유지한다. 금융지주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다.

시장 안정이 이뤄질 때까지 ‘금융위원장-5대 지주회장 간담회’는 공식 정례화된다. 격주로 시장상황을 점검하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과거엔 금융위원장 재임기간 중 통상 1~3차례 정도 이 같은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