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 끝물 가깝다…다음 달 역실적장세 진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 충격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우려감이 확산했다.

투자자들이 눈치 보기에 들어가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한 가운데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7% 내린 2,432.06으로 개장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중앙은행은 낮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지킬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물가 안정을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의무에는 조건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고착화할 위험을 경계한다고 파월 의장은 전했다.

시장은 연준 의장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고 인플레이션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실히 둔화할 시점까지 금리 인상 기조 중단과 관련한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주지 않기 위해 매파적 내러티브(Narrative)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월 의장 연설을 통해 내년 초중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졌다"며 "미국 등 전 세계 경제가 중물가-중금리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 혹은 고착화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음 달 반짝 등락을 끝으로 이번 약세장 단기 반등인 베어마켓 랠리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다시 확인돼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될 수 있어 우리 증시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며 "베어마켓 랠리의 힘이 빠지고 고금리에 취약한 업종이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는 우선 미 증시 급락세를 반영할 것이고 원/달러 환율도 증시에 2차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거나 방향성이 반대로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잭슨홀 미팅을 통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억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 전 세계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는 점차 하락압력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시장은 다음 달 13일 발표되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21일로 예정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 물가와 통화정책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잡고 갈 가능성이 커 경제지표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지표상 경기와 고용이 둔화하고 있지만, 임금상승 압력이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며 "단기 급락에 따른 되돌림 시도가 가능해 보이는데 이번 기술적 반등, 베어 마켓 랠리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다음 달 높은 물가 수준을 확인하고, FOMC 회의에서 새로운 점도표를 확인하면서 통화정책 기대가 우려로 전환하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중순부터 코스피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역실적 장세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금리 상승에 취약한 업종은 피하면서 거시경제에 무관한 업종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방위산업, 조선, 음식료, 원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다음 달 초 반등 시도를 하더라도 위험 관리, 포트폴리오 방어력 강화에 집중하라고 권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