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75bp 배제→인플레이션 못 잡는다
월가의 또 다른 투자자는 "정책금리를 50bp를 두 번 올리는 것으로 Fed가 8%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블랙록투자연구소의 장 보뱅 연구소장은 "Fed가 우선 50bp 올린 뒤 지켜보겠다는 2단계 전략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확실한 제동을 걸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충분한 증거다. 그렇게 하는 비용은 두 번째 단계가 논의될 때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Fed가 충분히 긴축하지 않아서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힌트를 이날 아침 영국 중앙은행(BOE)이 제시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BOE는 기준금리를 25bp 올려 1%로 높였습니다. 통화정책위원 중 6명이 찬성했지만, 3명은 50bp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BOE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물가상승 압박이 급격히 강해졌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4분기에 물가상승률이 10.25%에 달하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월엔 7%였습니다. BOE는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25%에서 -0.25%로 떨어뜨리며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습니다. 그야말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즉각 유럽 국채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빨리 올려야 할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입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연 1%를 넘어섰습니다. 8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는 미 국채로 이어졌습니다. 아침부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한때 3.106%까지 치솟았고 결국 전날보다 16bp 상승한 3.066%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2018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한 채권 트레이너는 "파월 의장의 75bp 인상 배제 발언은 Fed의 인플레이션 제압 의지에 대한 의문을 불렀고, 어제와 반대로 오늘은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가의 끈적끈적한 요인인 임금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시간당 보상은 3.2%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7.5%를 기록했습니다. 1947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겁니다. 오미크론 확산 여파가 영향을 줬을 겁니다. 노동비는 높여주는데, 생산성이 떨어지자 단위노동비용은 11.6%나 폭증했습니다. 월가 예상(-5.3%)보다 훨씬 더 많이 감소한 것이죠.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이익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근로자들도 좋지 않습니다. 임금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플레이션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실질 시급은 5.5%나 줄었습니다. 근로자들은 더 많은 임금 상승을 요구할 것입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이 수치는 빡빡한 노동시장이 근원 물가에 미치는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임금 발 나선형 인플레이션 및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Fed의 더욱 공격적인 긴축을 부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Fed의 과도한 긴축 →경기 침체+주가 하락
Fed의 부족한 긴축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과도한 긴축이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을 부를 것이란 공포도 상당합니다. 전날 FOMC 결과는 기본적으로 금리 50bp 인상, 향후 50bp 인상 예고 등 매파적입니다. 6월부터 QT까지 동시에 시행합니다.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창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전날 뉴욕 증시가 폭등한 데 대해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이 시장과 경제에 가져올 역풍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올(back to reality)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두 번의 FOMC에서 50bp씩 금리를 더 인상한다면 금융환경은 약간 더 긴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겁니다. 그는 "나는 Fed가 경기를 크게 둔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전히 미국 앞에는 많은 경제적 도전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의 긴축이 과도할지, 부족할지 등은 결국 인플레이션의 경로에 달려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증거"가 나타난다면 →Fed는 덜 긴축해도 되고→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하게 될 것이며→뉴욕 증시는 반등할 수 있을 겁니다. 코메리카자산운용의 존 린치 최고투자책임자는 “S&P500지수가 3850~4000 범위에서 바닥을 찾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기본 사례인 2022년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이 더 성장주와 기술주를 압박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주식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Fed가 단기 시장 기대치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관한 것이다. 이 데이터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음 몇몇 회의'뿐 아니라 모든 회의에서 50bp가 인상될 것이며, 75bp 인상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입니다. 그리고 오는 6월 FOMC(14~15일)가 열리기 전 때까지는 4월, 5월 두 달의 물가가 나옵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오는 11일 발표됩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여전히 8%대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수치도 6.6%로 전달(6.5%)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전월 대비 수치에서는 정점 징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월가는 현재 4월 신규 일자리가 38만 개 생겼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너무 뜨거워도, 너무 차가워도 안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월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면, Fed가 더욱 긴축 강도를 높여야 할 이유가 됩니다. 또 너무 적으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사실 전날 ADP가 발표된 민간고용은 24만7000개로 전월(47만9000개), 예상(39만 개)보다 적었지만, 월가에서는 반기는 반응이 나왔었습니다. "지금 너무 좋은 고용 지표는 Fed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0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주보다는 1만9000건 감소했지만, 예상 18만 건보다 많습니다.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가 발표한 4월 기업들의 감원 계획은 2만4286명으로 전월보다 14%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 40%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조금씩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조금씩 완화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급하게 냉각되면 큰 걱정거리가 될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