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주식 말곤 대안이 없다(There Is still No Alternative for Investors).”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제목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주식시장을 떠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금리가 급등하며 시장의 색깔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경기민감형 가치주로 무게중심 축을 옮겨가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지난 상반기와 어떻게 다른가

"시장 색깔 바뀐다…가치株로 대피하라"
전 세계 투자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연 1.546%까지 올랐다가 이날 소폭 하락한 1.524%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1.7%대로 상승했던 올해 3월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에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오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올 때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성장주는 타격을 입었고,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경기민감주가 상승 사이클에 올라탔다.

상반기 말 다시 시장의 색깔이 바뀌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금리는 연 1.1%대까지 하락했고, 다시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 당시 성장주 주가 흐름을 기억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성장주 저가 매수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 상반기와는 두 가지 조건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역 정책과 파월 의장의 입장 변화다. 먼저 각국 정부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선회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파월 의장의 태도도 달라졌다.

29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연 포럼에서 파월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은 매우 강한 수요와 이를 맞추려는 공급의 제약이 지속된 결과”라며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급등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장은 “지난 상반기에는 경기민감주에서 성장주로의 로테이션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지금부터는 경기 민감 가치주 장세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민감 가치주로 이동할 시점”

시장의 색깔이 서서히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가지수가 급락하다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기존 주도주(성장주)의 단기 반등이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주도주가 무엇인지 헷갈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성장주와 가치주가 번갈아 오르는 ‘회색 지대’가 될 수 있지만, 결국 무게중심은 싼 주식으로 이동해야 할 국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3199.27에서 3068.82로 4% 이상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들은 선방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종목에는 은행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지방 은행들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지방은행들의 주가 상승폭이 시중 은행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지방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컨센서스를 웃도는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출 증가율은 높아지고 대손비용은 감소하는 추세에 계열 증권사 수익까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올라탄 기업 중에는 PBR 1배 미만인 곳이 많다. GS와 한국가스공사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지난 한 달간 주가가 각각 5.29%, 34.39% 상승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