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데시비르' 보도는 작전이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 중앙은행(Fed)의 위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JP모간은 지난 17일자 보고서에서 “많은 투자자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숏(공매도)에 베팅했다가, 주요 지수가 급등하는 바람에 숏커버링에 나선 게 최근 상승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램데시비르' 보도는 작전이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는 △금리 인하라는 전통적 통화정책과 함께 △무제한 양적완화(QE)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갖춘 무기를 동원했고 △금융시스템의 광범위한 필요성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특별조항 제13조 3항을 기반으로 회사채,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썼습니다.

Fed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3일 긴급금리 인하 때부터 따져 지난 13일까지 정확히 한 달 열흘간 푼 돈이 모두 2조1263억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2587조원인데요. 이는 어느 정도나 되는 돈일까요?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 내용을 올립니다.

질문1> 미 증시가 지난 주에도 꾸준히 상승해왔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월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월가의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창립자가 지난 17일 CNBC에 나와 재미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추산해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3조7000억달러인데, Fed와 미 행정부가 쏟아 붓기로 한 돈은 12조달러나 된다는 겁니다. 그는 이같은 막대한 돈이 투입된다면 이런 나쁜 상황에서도 시장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재정, 통화정책을 취하려하면 ‘월가를 돕느냐’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의회에서 반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방해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면 Fed와 정부의 정책 대응이 추가로 나올 것이란 얘기입니다. 또 금융위기 때와 달리 경제의 버팀목인 은행들의 재정 상태가 건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램데시비르' 보도는 작전이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의 자산은 지난주 말 6조3670억달러로 집계돼 한 주간 284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3월초에 비해 한 달 보름사이에 2조1000억달러가 남게 늘어났는데요. 이는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2500조원에 달합니다.

너무 커서 감이 오지 않는 데요. 2014년 제가 삼성전자를 출입할 때, 이 회사가 화성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17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 돈이 얼마나 되는 지 따져봤었는데요. 1만원권을 100장을 쌓으면 높이가 1cm입니다. 이 돈을 차곡차곡 쌓아서 넘어뜨리면 서울에서 대전(170km)를 갈 수 있는 규모가 17조원입니다. 그런데 Fed가 2500조원을 퍼붓는 갑니다. 대략 계산하면 10달러짜리를 쌓아서 뉴욕과 LA를 다섯 번 다녀올 거리를 메울 수 있습니다.

Fed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멈춘 경제 속에 가계와 기업이 망하지 않고 경제가 재개될 때까지 그대로 존속하는 것을 목표로 이런 돈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번 상황은 기업이나 가계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Fed가 하이일드채권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일부 투자키로 하면서 월가에서도 우려가 나올 정도입니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골라내 좋은 회사엔 돈을 몰아주고 나쁜 회사는 도태되도록 하는 게 시장 기능인데, Fed가 너무 많은 돈을 동원해 정크본드까지 사면서 이런 기능이 사라지고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질문2>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주에서 경제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경제 봉쇄는 언제, 어떻게 풀릴까요?

현재 미국인의 97%가 봉쇄령 하에 있는데요.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여러 긍정적 징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음 주부터 텍사스 버몬트 등 일부 주가 경제 봉쇄를 풀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5월1일부터는 많은 주가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일부 주에서 봉쇄 완화 얘기가 나오면서 규제가 느슨해져 해변에 사람들이 붐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뉴욕,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피해가 큰 주들은 5월초 재개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뉴욕은 5월15일로 봉쇄를 연장했는데, 6월 초까지는 봉쇄를 풀기 어려울 것이란 모델 추정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 재개는 미국에서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지사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려면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합니다. 백신이 개발되든가, 치료제가 있던가, 아니면 대량 테스트가 행해져 감염자를 격리시킬 수 있어야하지요. 백신과 치료제의 경우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입니다.
'램데시비르' 보도는 작전이었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난주 목요일 오후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램데시비르’가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세계 증시가 금요일 동반 상승했는데요. 대조군이 없었던 실험이고 대상 환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였는지 알려지지 않은 탓에 전문가들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옵션 만기일을 바로 앞두고 나온 보도여서 일부에선 ‘작전설’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길리어드 측도 1회성 실험 결과일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미 하원의 로이드 도겟 웨이즈앤드민스위원회(한국의 예산결산위원회 격)의 의료분과위원장(민주, 텍사스)은 지난 1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길리어드의 실험결과 유출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시간이 걸린다면 테스트가 대량으로 행해져야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히 되고 있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지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 소속뿐 아니라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까지도 CNN에서 "테스트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주장은 절대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된다면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경제 재개는 감염이 심각하지 않은 일부 주 중심으로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3> 끝으로 눈여겨봐할 이슈나 이벤트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뉴욕 증시는 지난 4주 동안 Fed의 유동성 공급 위에 경제 재개 움직임 및 백신.치료제 개발 뉴스를 더해 30% 가량 상승했습니다. 이런 뉴스가 계속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줄 겁니다.
하지만 주가가 단기 급등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기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주가수익비율이 18.5배에 달해 최고치이던 19배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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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은 당분간 암울할 것입니다.
이번 주에도 23일 발표될 신규 실업급여 청구자 수가 핵심입니다. 지난 4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자는 미국 노동인구의 14%인 2200만 명에 달했는데요. 이번 주에도 400만명대가 실업수당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뉴스가 나와도 전주 500만명보다 줄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을 겁니다.

같은 날 정보제공업체 IHS마킷의 4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됩니다. PMI는 유럽, 일본 등에서도 나옵니다. 24일 나오는 3월 내구재수주 지표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또 3월 기존주택판매, 신규주택판매 지표도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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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100여개가 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이 1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20일 IBM, 21일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피해가 극심했을 델타항공 등 항공사, 베이커휴즈 등 에너지 업체도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또 21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23일 인텔 등 반도체주도 실적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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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떨어지고 있는 유가도 주시해야합니다. 특히 미국의 상황이 심각한데요. 블룸버그는 오늘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 유가가 배럴당 2달러까지 추락해 곧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좀 전 거래가 재개된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5달러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소비가 급감하면서 저장고가 거의 다 찬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5월 초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달 초에 출발시킨 대형 유조선들이 미국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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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