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배당철을 앞두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고배당 요구가 거세질 움직임이다. 기업 이익 감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에 비해 배당을 늘리라는 게 이들 기관의 주장이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으로 이런 고배당 요구는 한층 강해지고 있다.

목소리 키우는 '주주행동주의'…연말 배당 압박 더 거세지나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주요 기관의 배당 확대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 낮은 기업 위주로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다른 기관도 이를 준비 중인 곳이 많아 곧 관련 공시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올해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 자칫 무리한 배당 요구가 되지 않을지 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최근 배당성향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글로벌 수준에 비해 미흡한 곳이 있어 이런 기업을 위주로 배당금 증액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열린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자산운용사와 회사 측이 충돌했다. 회사 측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냈으나 기관 등 주요주주 반대로 제시한 후보 두 명이 모두 낙마했다. 주주제안으로 제시된 중간배당제 도입 건도 부결됐다.

별도 단체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를 비롯해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 20곳은 연말에 사단법인 형태의 기업거버넌스협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법조인, 정치인, 교수 등 전문가들도 단체에 참여할 계획이다. 협회에 참여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관련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배당 확대 요구도 보인다. 국내 기업에 잇따라 관련 서한을 보내는 미국계 펀드 SC펀더멘털이 그런 사례다. SC펀더멘털은 최근 대신증권에 “지분 5% 미만을 가진 주주”라고 주장하며 “배당 증액을 포함해 주주환원 정책을 제고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SC펀더멘털은 앞서 GS홈쇼핑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모토닉에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SC펀더멘털은 서한을 보낸 뒤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려 주가를 띄웠다”며 “이후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