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 기업이 '상향' 추월

상반기 신용강등 3년來 최다
롯데쇼핑·LGD·두산重 등
간판기업도 줄줄이 떨어져
< 洪부총리 “경제활력 묘수 찾아보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洪부총리 “경제활력 묘수 찾아보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경기 침체가 짙어진 여파로 기업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간판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수출 악화에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기업 실적과 재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탓이다. 신용평가업계는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하반기 더 많은 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3사가 올해 상반기에 기업 신용등급(장기 등급 기준)을 낮춘 곳은 44개사(중복 포함)에 달했다. 상반기 기준 2017년 41곳, 2018년 30곳으로 줄어들던 등급 하향 건수가 다시 늘어났다.

롯데쇼핑(AA+ →AA) LG디스플레이(AA→AA-) (주)두산(A- →BBB+) 두산중공업(BBB+ →BBB) 등 국내 간판기업들도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작년 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A-에서 BBB+로 내린 데 이어 무디스는 올 상반기 이마트와 KCC 등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기업 신용등급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용등급 강등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경제활력 저하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기업이 자금 조달 능력마저 약해진다면 적극적인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용등급 하락의 ‘찬바람’은 하반기에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신용평가 3사가 기업 등급 전망을 ‘부정적’(하향 검토 포함)으로 낮춘 곳은 올 상반기 82개사에 달했다. 등급전망 하향은 등급 강등의 전 단계다.

실적악화에 부채·재고 급증 '3重苦'…무더기 신용 강등 사태 오나

기업 신용등급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총 44곳(중복 포함·장기등급 기준)의 등급이 하락했다. 하반기에는 더 많은 등급 강등이 예고되고 있다. 장사가 안돼 수익은 쪼그라드는 반면 부채와 재고는 급증해 신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돈은 적게 들어오는데 설비투자와 주주환원 등으로 나갈 돈은 많아져 현금 흐름이 나빠진 것도 이유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도 한국 간판 기업들의 추가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 산업 걸쳐 신용등급 하락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15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2016년(35개) 이후 최대다. 한국신용평가(12개)와 한국기업평가(17개)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기업 신용등급을 내렸다.

신용평가업계는 최근 1~2년간 잠잠했던 등급 하락 사이클이 다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2016년까지 이어진 등급 하락 사이클에선 정유·석유화학·조선·해운·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 비중이 컸다. 지금은 자동차·기계·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외에 음식료·유통·카드·보험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의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롯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AA+→AA), 롯데제과(AA+→AA), 롯데칠성음료(AA+→AA), 롯데푸드(AA+→AA), 롯데카드(AA→AA-) 등이 무더기로 등급이 떨어졌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내수 부진과 소비 행태 변화로 롯데쇼핑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롯데쇼핑이 연대보증하는 계열사 등급도 같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도 두산(A-→BBB+), 두산중공업(BBB+→BBB), 두산건설(BB→BB-)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사정이 더 나빠질 전망이다. 지난 16일 열린 하반기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신용평가가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업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지금은 특정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에 걸쳐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AAA’ 등급 반납 위험 커져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제시한 ‘부정적’ 등급 전망(장기등급 기준)은 총 82건으로, 하반기 대규모 등급 강등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부정적 등급을 부과한 기업은 30곳에 이르며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각각 26곳과 22곳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LG하우시스, 현대카드,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대유위니아, 해태제과, OCI, KCC, 이마트, 롯데쇼핑, 롯데제과,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CJ CGV, CJ제일제당 등 국내 간판 기업을 망라한다. 유 본부장은 “현대차(AAA)는 분기 실적이 공시될 때마다 등급 변동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다. S&P는 지난해 10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린 데 이어 올해는 KCC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SK텔레콤과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이마트 등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긍정적 전망을 단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며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P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상위 200개 민간기업(자산규모 기준·비금융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약 39조원)보다 38% 감소했다.

임근호/김진성 기자 eig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