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키즈/사진=롯데웰푸드
스트레이키즈/사진=롯데웰푸드
"11월11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한국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질문입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빼빼로 선물세트가 쌓이고 친구와 연인, 가족끼리 과자를 주고받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빼빼로데이는 법정공휴일도 정부가 정한 기념일도 아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매년 돌아오는 '11월의 명절'로 통합니다.

롯데웰푸드가 올해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공들이는 곳은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빼빼로 광고를 내걸고, 베트남 대학가에서는 제품을 나눠주고, 전 세계 K팝 팬들에게는 빼빼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라고 권합니다. 광고 모델인 스트레이 키즈는 '11월11일'이라는 노래까지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빼빼로데이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기념일로 만드는 게 목표로, 과자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과자를 주고받는 문화까지 수출하려는 전략입니다.

뉴진스에서 스트레이 키즈로…얼굴은 바뀌어도 메시지는 그대로

이 전략의 중심에는 얼굴이 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2023~2024년 2년 연속 뉴진스를 빼빼로 모델로 기용했고, 지난해 5월 빼빼로의 공식 글로벌 앰배서더를 스트레이 키즈로 바꿨습니다. 올해 4월에는 계약도 연장했습니다.

회사가 내세운 목적은 K팝 팬덤을 통한 세계 시장 공략, 그중에서도 글로벌 문화 소비의 중심으로 꼽히는 잘파(Z+알파) 세대 공략입니다. 국내 인기 걸그룹에서 세계 팬덤을 가진 보이그룹으로 얼굴의 무게중심을 옮긴 겁니다.

모델은 바뀌었지만 메시지는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캠페인 슬로건은 전년과 같은 'Show your love with PEPERO(빼빼로로 사랑을 나누세요)'였습니다. 빼빼로데이 글로벌 캠페인 대상 지역은 2024년 15개에서 지난해 35개로 늘었습니다. 얼굴을 교체해도 '나눔'이라는 기념일의 의미는 흔들지 않고 대상 지역만 넓혀오고 있습니다.

6일 만에 1000만뷰…스트레이 키즈가 부른 '11월11일'

롯데웰푸드 2026년 빼빼로데이 광고 영상(학생편) 캡처 장면/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2026년 빼빼로데이 광고 영상(학생편) 캡처 장면/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가 이달 초 공개한 스트레이 키즈 출연 빼빼로데이 광고는 공개 6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습니다. 학생편과 직장인편 2편으로 제작됐습니다.

이번 캠페인의 메시지는 "빼빼로데이엔 망설이지 마"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빼빼로로 애정과 고마움을 전하자는 내용입니다. 해외 소비자에게는 빼빼로라는 과자뿐 아니라 11월11일에 과자를 선물한다는 문화 자체가 낯설 수 있습니다. 롯데웰푸드가 제품의 맛이나 특징보다 날짜와 선물의 의미를 알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음악도 같은 전략의 연장입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달 디지털 싱글 '11월11일'을 국내외 음원 플랫폼에 동시 공개했습니다. 멤버 한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빼빼로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순간의 설렘을 담았습니다. 기존 히트곡을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는 대신 브랜드가 알리고 싶은 기념일을 노래로 만든 겁니다.

롯데웰푸드는 K팝 아이돌과 음원을 협업해 세계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 한복판에 4년째 광고…111명 한국으로 초대

롯데웰푸드는 지난 19일부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빼빼로 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15일까지 운영할 예정입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도 다음 달 14일까지 옥외광고를 진행합니다.
롯데웰푸드X스트레이 키즈 빼빼로 LA코리아타운 플라자 옥외광고 이미지/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X스트레이 키즈 빼빼로 LA코리아타운 플라자 옥외광고 이미지/사진=롯데웰푸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마련했습니다. 내년 2월5일까지 진행하는 글로벌 SNS 행사 '플레이 위드 빼빼로(PLAY WITH PEPERO)'입니다. 빼빼로와 함께한 사진이나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의 협업도 눈에 띕니다. 유튜브가 특정 브랜드의 지식재산권(IP)으로 디지털 선물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빼빼로 제품과 캐릭터, 축하 문구를 움직이는 이미지로 만들어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주고받도록 했습니다. 과자를 선물하는 행동을 온라인 공간으로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베트남부터 카자흐스탄까지…나라마다 달랐던 공략법

세계 캠페인이라고 모든 나라에서 같은 방식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베트남에서는 롯데마트 14개 점포에서 스트레이 키즈가 나오는 광고를 내보내고, 대학가에서 제품을 나눠주는 행사와 하노이 임시 매장도 운영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대형 유통체인에 사진 촬영 공간을 설치합니다.

필리핀에서는 기획 상품을 내놓고, 태국과 대만에서는 유통채널 판촉과 온라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면세점에 빼빼로 전용 진열대를 마련했습니다. 페루와 에콰도르, 호주, 독일 등에서도 현지 마케팅을 이어갑니다.

국가마다 소비자가 빼빼로를 접하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직접 맛보는 경험이 필요하고, 이미 아는 소비자에게는 선물용 패키지와 기념일 행사가 구매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수출 87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해외가 국내 넘어섰다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적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해 빼빼로 해외 매출은 870억원으로 전년보다 24% 안팎 늘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화한 2020년 290억원의 3배입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530억원으로 27% 늘어 국내 매출 385억원을 앞섰습니다.

롯데웰푸드가 만드는 빼빼로의 65%는 해외로 나갑니다.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이 빼빼로데이 시즌에 몰리는 만큼,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물론 증가분을 모두 빼빼로데이 마케팅이나 스트레이 키즈 효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해외 유통망 확대와 K푸드에 대한 관심, 현지 판매 전략 등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빼빼로는 다른 K푸드와 다른 강점이 있습니다. 제품과 함께 '11월11일에 서로 선물한다'는 구매 이유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년 같은 날짜가 돌아오니 기념일 문화가 자리 잡으면 반복 구매의 계기가 생깁니다.

산리오·가나디까지…국내에서는 '선물' 경쟁

롯데웰푸드 ‘빼빼로데이’ 기념 컬래버 패키지 이미지 모음. 스트레이 키즈 온팩(상단 좌측, 산리오캐릭터즈 온팩(상단 우측)/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빼빼로데이’ 기념 컬래버 패키지 이미지 모음. 스트레이 키즈 온팩(상단 좌측, 산리오캐릭터즈 온팩(상단 우측)/사진=롯데웰푸드
국내에서는 전략이 조금 다릅니다. 빼빼로데이라는 날짜를 새로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누구에게 어떤 제품을 선물할지 선택지를 넓히는 데 집중합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시즌 패키지 10종을 선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7종은 스트레이 키즈와 산리오캐릭터즈, 가나디 등 인기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협업 제품입니다. 스트레이 키즈 패키지는 아몬드와 화이트쿠키 2종이고, 산리오캐릭터즈는 헬로키티, 포차코, 시나모롤, 한교동 등 4종입니다. 가나디 협업 상품도 있습니다. 산리오와 가나디 패키지에는 스티커와 책갈피를 넣었습니다.

6가지 맛을 담은 '샘플러 6입', 선물용 '캐리어 4입', '기프트 6입'도 내놨습니다. 3만원 이상 사면 스트레이 키즈 타포린백과 키링, 가나디 손거울을 주는 행사도 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형성된 선물 수요를 다양한 얼굴과 캐릭터로 넓히려는 전략입니다.

과자 수출 넘어 '기념일 수출'…승부는 11월11일 이후

빼빼로데이를 세계적 기념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밸런타인데이와 핼러윈처럼 이미 자리 잡은 선물·축제 문화가 있고, 나라마다 고유한 기념일과 소비 습관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소비자들이 11월11일에 빼빼로를 주고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적인 스타 기용과 해외 광고, 임시 매장 운영에 드는 비용도 따져봐야 합니다. 스트레이 키즈 팬들이 광고를 보고 제품을 사는 것과 일반 소비자들이 매년 빼빼로데이에 과자를 선물하는 것은 다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건은 일회성 팬덤 소비를 반복되는 기념일 소비로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롯데웰푸드 측은 "스트레이 키즈의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음원 마케팅,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 글로벌 SNS 초청 이벤트를 엮어 한국의 대표적인 기념일 문화인 '빼빼로데이'를 알리고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컬래버 제품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빼빼로데이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전합니다.

롯데웰푸드의 세계 공략은 과자 수출을 넘어 11월11일이라는 '소비의 이유'를 수출하려는 시도입니다. 올해 광고가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는지보다 내년에도 해외 소비자들이 같은 날짜에 빼빼로를 찾는지가 진짜 성적표가 될 것입니다.
브랜드는 왜 하필 그 얼굴을 택했을까요. [얼굴전략]은 연예인부터 인플루언서, 심지어 버추얼 캐릭터까지 브랜드가 앰버서더나 모델로 낙점한 인물의 이미지와 서사를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캐스팅 배경에 깔린 마케팅적 계산, 그리고 그 선택이 실제로 브랜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남겼는지를 데이터와 반응으로 짚어봅니다. 화려한 얼굴 뒤에 숨은 냉정한 전략, 그 방정식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구독하시면 매주 더 쉽고 빠르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