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쑤저우 항구에 수출길에 오를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AFP
중국 장쑤성 쑤저우 항구에 수출길에 오를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AFP
중국 자동차 내수 판매가 급감하는데도 지방정부 지원과 고용 유지 압박에 부실 업체 정리가 늦어지고 있다. 줄이지 못한 생산능력은 저가 차량 수출로 이어져 유럽 등 해외 자동차 업계의 가격 경쟁과 구조조정 압박을 키우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승용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약 22% 줄었다. 업계에서는 연간 판매량이 1850만대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모빌리티글로벌이 추산한 중국의 승용차 등 경량차 생산능력은 연간 약 6300만대로, 올해 중국 소비자들의 예상 구매량의 3배가 넘는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전기차 브랜드는 143개로 역대 최다였다.

난징의 스카이워스자동차는 공급과잉의 단면을 보여준다. 회사가 2021년 밝힌 주력 전기차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0만대지만 올해 9월까지 중국에서 판 차는 660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신차를 홍보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모집한다. 난징의 한 구(區) 정부는 스카이워스 브랜드 전기차를 생산하는 스카이웰 신에너지자동차그룹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정부 투자는 전기차 산업 성장의 발판이었다. 허페이시는 2020년 약 7억달러를 투자해 자금난에 빠진 니오를 구제했다. 이후 각 지역에서 공장·세제·금융 지원을 앞세운 업체 유치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니오는 2021년 이후 매년 10억달러 이상 손실을 냈고 주가는 최고점보다 95% 떨어졌다.

기업을 살려둬야 하는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는 여전하다. 글로벌 모빌리티 경영 컨설팅 기업 시노오토인사이츠의 투 러 전무는 지방 관리들의 승진이 세수와 고용 실적에 달려 있어 지역 자동차업체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둥펑과 창안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됐다가 무산된 것도 양측 지방정부가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은 가격을 낮추며 버티고 있다. 글로벌 경영·재무 자문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가격은 2023년 초 이후 약 20% 하락했다. 올해 1~8월 업계 이익률은 3.6%로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낮았다.

돌파구는 수출이다. 업계는 2020년대 초 연간 약 100만대였던 자동차 수출이 올해 1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에 이어 영국과 독일,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5대 자동차업체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11.7%였다. 독일의 대중국 자동차 무역수지도 오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유럽 업체들은 인력 감축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2년도 안 돼 두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해 최대 5만명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BMW도 중국 판매 부진으로 실적 전망을 낮추고 약 8000명을 줄이고 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차가 유럽의 비용 구조로는 맞출 수 없는 가격에 팔린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는 과도한 가격 인하를 자제하고 부품업체 대금을 서둘러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상무부는 과잉 생산에 대한 비판이 과장됐다고 지적하며 수출 증가는 규모의 경제와 해외 친환경차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호주국립대의 펑밍 루 연구원은 “자동차 공장이 대규모 고용을 떠받치고 지역 경제에 깊이 뿌리내린 만큼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