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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한국 제조 현장 파고든다…HD현대·KT와 '데이터 동맹'
파운드리로 기업 데이터 통합…AI 분석을 현장 의사결정으로
30일 팔란티어 대변인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며 "부서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고 데이터 형식과 관리 기준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으면 기업 전체의 운영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AI도 개별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설명이다.팔란티어의 대표 솔루션인 '파운드리(Foundry)'는 기업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고 서로 연결해 하나의 운영 체계로 만드는 플랫폼이다. 생산·재고·물류·설비 등 각 시스템의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간 관계를 정리해 기업의 업무 구조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한다.
예컨대 특정 부품의 재고가 부족하면 해당 부품을 사용하는 생산라인과 납기 일정, 공급업체까지 연결해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팔란티어의 AI 플랫폼(AIP)은 파운드리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결합해 기업의 AI 에이전트 적용을 지원한다.
파운드리를 통해 기업은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를 유지하면서 업무 환경에 맞는 AI 활용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데이터 소유권과 통제권도 고객사에 남는다. 파운드리가 AI가 기업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만들고, 팔란티어의 AI 플랫폼(AIP)이 그 위에서 분석 결과를 실제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HD현대, 선박 건조 속도 30% 높여…조선·정유·건설기계로 확장
HD현대는 파운드리와 AIP를 산업 현장에 적용한 대표 사례다. 양사의 협력은 2021년 HD현대오일뱅크에서 시작해 조선소와 건설기계로 확대됐다. 2025년 11월에는 그룹 전체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고, 2026년 1월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현재는 조선·정유·건설기계·로보틱스·전력기기 등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HD현대오일뱅크는 파운드리를 활용해 원유의 종류와 가격, 정제 과정의 운영 데이터를 연결하고 원유 선정과 정유공장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설비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방정비에도 적용한다. 조선 부문에서는 설계와 자재 조달, 생산, 품질, 안전 관련 데이터를 연결해 조선소 운영을 개선하는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은 설계 변경이 자재 조달과 생산 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특정 공정의 지연이 후속 작업과 납기로 이어지는 복잡한 산업이다. 팔란티어는 관련 데이터를 통합해 공정 간 영향을 파악하고 생산계획과 현장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HD현대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선박을 약 30% 더 빠르게 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부품 관리와 공급망 최적화, 생산 과정의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KT, 네트워크·에너지 운영에 AI…금융 AX 사업 기반도 확보
KT는 팔란티어 플랫폼을 통신 운영에 적용하는 동시에 기업 간 거래(B2B) AI 전환 사업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3월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팔란티어 파트너 생태계에 합류했다.통신산업에서는 네트워크 장비와 기지국, 트래픽, 장애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KT는 파운드리로 이런 데이터를 연결하고 AIP를 활용해 네트워크 보안 감시와 에너지 운영 최적화 등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임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역량도 키우고 있다.
KT는 금융 부문에서 팔란티어의 독점 리셀러 파트너 역할도 맡고 있다. 통신업에서 축적한 데이터 통합과 AI 활용 경험을 금융 분야로 확장할 사업적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KT는 팔란티어 기술을 자사 업무에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업무 구조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업별 AI 전환 과제를 발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전자·에너지까지…기업별 업무에 맞춰 적용
DL이앤씨는 건설 현장의 데이터를 통합해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2022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팔란티어 플랫폼을 도입한 뒤 기획·설계·시공·유지보수에 걸친 데이터를 연결했다. 현장에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46개로 늘었다. 약 200개 프로젝트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 대안을 검토하고 위험 요인을 예측하며 공정·원가를 최적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건설 현장에서는 설계 변경과 자재 수급, 장비 이동, 기상 상황 등이 공정과 비용, 안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DL이앤씨는 이 같은 데이터를 연결해 현장별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한편, AI 기반 위험 경고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LG CNS는 팔란티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파운드리와 AIP를 국내 기업에 공급하고 산업별 AI 전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에너지·전자·물류 분야에서 고객사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업무 특성에 맞는 AI 적용 과제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LG 계열사 품질 관리 영역에서는 파운드리와 AIP 적용을 위한 개념검증을 마치고 본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자체 전담 엔지니어 조직인 FDE를 통해 고객사 현장에 맞는 솔루션 구축과 적용을 지원한다.
팔란티어의 또 다른 차별점은 전진 배치 엔지니어링(FDE·Forward Deployed Engineering) 모델이다. 엔지니어가 고객사 현장에 들어가 데이터 구조와 업무 방식을 파악하고 기업별 솔루션을 구축·배포한다.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플랫폼 개선에도 반영한다.
팔란티어 대변인은 "팔란티어가 한국에서 확대하는 사업의 핵심은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기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며 "파운드리로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하고 AIP로 분석과 예측을 수행한 뒤 이를 현장의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팔란티어의 최대 민간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앞으로도 한국 기업과 협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