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우크라이나가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자 현지 대사관 직원의 절반가량을 철수하기로 했다. 외교적 갈등을 이유로 해외 공관 인력을 대규모 철수시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로, 양국 간 안보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위협이 상존해 안전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공관원 일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수 규모는 전체 공관원의 절반가량이다. 구체적인 인원과 철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지완 대사대리와 영사인력 전원, 핵심 정무인력 등은 현지에 잔류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는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위반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는 합의 자체를 부인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하고 이달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12일에도 해당 사안이 종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적 항의 수단으로 대사관 직원의 절반을 철수시키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다. 2015년 리비아와 2021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철수는 모두 현지 안전 상황에 따른 결정이었다.

외교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재외국민 보호와 대북 정보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기준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공관원을 제외하고 85명이다. 정부는 희망하는 교민의 대피를 지원하고 영사 업무는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북한군 포로 추가 송환 협의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정보원이다. 양국 관계 악화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재건사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